영국 기업과 그로서리 플랫폼 파트너십 체결…롯데온 ‘지지부진’에 반전 노려

롯데 유통군이 이커머스 경쟁력 제고에 나섰다. (사진=롯데온 홈페이지)
롯데 유통군이 이커머스 경쟁력 제고에 나섰다. (사진=롯데온 홈페이지)
롯데쇼핑이 영국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와 온라인 그로서리 비즈니스 관련 협력을 위한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 온라인 그로서리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다.

롯데쇼핑은 오카도와 파트너십을 통해 ‘물류 자동화’에 대규모 투자한다. 규모는 1조원이다. 2030년까지 투자를 이어 갈 예정이다. 이커머스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다. 이를 통해 온라인 장보기 시장을 선도하고 10년 내에 매출 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다만 롯데쇼핑이 이번 투자를 통해 온라인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로서리 1번지’로 올라서겠다고 했지만 그동안 이커머스 사업은 항상 부진했고 최근까지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SSG닷컴·쿠팡·컬리 등 선발 주자가 이미 점유율을 확보한 상태에서 후발 주자인 롯데쇼핑이 신규 고객을 적극 유치할 가능성도 낮다.
롯데쇼핑이 오카도와 협업한다. (사진=오카도 유튜브 갈무리)
롯데쇼핑이 오카도와 협업한다. (사진=오카도 유튜브 갈무리)
오카도는 영국에서 매장 없는 온라인 슈퍼마켓 업체를 운영하는 기업이다. 최근에는 수요 예측부터 자동화 물류센터 피킹·패킹, 배송·배차 등 온라인 그로서리 전 과정을 다루는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OSP)’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이커머스 사업에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을 도입한다. 한국의 온라인 그로서리 시장을 공략함과 동시에 통합 소싱에 기반한 신선식품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다.

롯데쇼핑은 “기존의 유통 채널별 포트폴리오 관리에서 벗어나 고객 관점에서 라이프스타일과 그로서리라는 큰 주제 아래 연관 사업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더 나은 고객 경험을 창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쇼핑은 오카도와 함께 2025년 첫째 자동화 물류센터(CFC)를 만들 예정이다. 이후 2030년까지 CFC를 전국 6개로 확대한다. CFC에서는 매일 1시간 간격으로 33번의 배차가 이뤄진다. 고객들은 원하는 시간을 구체적으로 지정하고 지연 없이 주문 물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향후 별도 플랫폼도 출시한다. 개인의 구매 이력과 성향에 기반한 개인화 마케팅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롯데쇼핑은 OSP 도입을 통해 상품 변질, 품절, 상품 누락, 오배송, 지연 배송 등 한국 소비자들이 온라인 장보기에서 일상적으로 경험해 오던 불편함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빅데이터에 기반한 고객 맞춤형 온라인 쇼핑 환경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인 김상현 부회장은 “오카도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롯데 유통군이 그로서리 경쟁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고 대한민국 ‘그로서리 1번지’로 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후발 주자, SSG·쿠팡·컬리 넘을 수 있나롯데쇼핑은 오카도와의 협업으로 ‘게임 체인저’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온라인 그로서리 시장에서 한 단계 높은 고객 경험을 제공해 시장을 선점하고 나아가 온·오프라인 유통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2032년까지 한국 온라인 그로서리 시장에서 5조원의 매출을 달성하는 것이 롯데쇼핑의 목표다. 이는 전체 온라인 식음료 시장의 두 배 이상 규모다.

통계청이 발표한 ‘온라인 쇼핑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총 18조4052억원으로 집계됐고 이 가운데 음·식료품 거래액은 2조2401억원으로 나타났다. 카테고리별로는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 음식 서비스(1위)에 이어 2위 규모의 시장이다.

올해는 이미 3분기에 지난해 연간 거래액을 넘어섰다. 3분기 음·식료품 거래액은 2조4515억원으로 집계됐고 같은 기간 음식 서비스(1조9545억원)를 넘어 1위에 올랐다. 이에 따라 롯데쇼핑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온라인 그로서리 사업에 투자해 점유율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문제는 롯데쇼핑이 ‘후발 주자’라는 점이다. 이미 쿠팡·컬리·SSG닷컴 등 주요 기업들이 온라인 식료품 시장에서 고객을 확보해 놓은 상태에서 롯데쇼핑이 적극적으로 고객을 유치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신세계의 이커머스 사업을 담당하는 SSG닷컴은 2014년 이미 온라인 전용 자동화 물류센터 ‘네오(NE.O)’를 설립했고 2022년 현재 총 3개의 네오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네오의 자동화율은 80%에 달한다.

쿠팡은 물류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자회사 ‘쿠팡 풀필먼트’를 출범시키고 다수의 물류센터를 확보했다. 또한 올해 초부터 대전에 프레시 풀필먼트센터(FC)를 짓고 있다. 2024년 완공 목표로, 이곳에서 로켓프레시(신선식품 관련 익일 배송 서비스)를 중점적으로 전개한다. 컬리는 현재 김포와 송파에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내년에 창원·평택 등에서 신규 물류센터를 오픈할 예정이다.

반면 롯데쇼핑의 이커머스 전용 물류센터는 1곳에 불과하다. 김포에서 2016년 5월부터 가동한 롯데온(롯데쇼핑의 이커머스 사업) 전용 물류센터가 전부다.

2025년 오카도 물류센터가 완공된다면 롯데쇼핑이 확보하는 둘째 이커머스 전용 물류센터가 되고 온라인 식료품 사업에서는 첫 물류센터가 된다. 롯데쇼핑은 현재 수도권과 부산 등을 중심으로 관련 부지를 검토하고 있다.

업계에서도 롯데쇼핑을 경쟁자라고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요즘과 같이 투자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1조원을 물류 자동화에 투자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라면서도 “다만 이미 시장을 끌어가는 기업들이 있고 롯데쇼핑이 투자하는 동안 경쟁사들도 추가 투자할 텐데 후발 주자로서 반전을 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온라인 식료품 집중 투자가 기존 이커머스 전략과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 업계에서 다 하고 있는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봤을 땐 자체 플랫폼이 아닌 오카도와의 협업에 따른 비용 문제도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카도 플랫폼을 계속 사용하려면 어느 정도 매출이 나와줘야 그 비용을 충당할 수 있을 텐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롯데온은 최근까지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사진=롯데온 유튜브 갈무리)
롯데온은 최근까지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사진=롯데온 유튜브 갈무리)
온라인 식료품 다를까업계의 기대가 낮은 또 다른 이유는 이미 나온 롯데쇼핑의 이커머스 사업 성과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020년 4월 출범한 온라인 쇼핑 통합 플랫폼 ‘롯데온’은 롯데쇼핑이 2년간 준비해 내놓은 야심작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당시 롯데쇼핑은 이커머스(롯데온)를 살리기 위해 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롯데쇼핑은 기존 이커머스 업체들과 달리 빅데이터를 적용해 단 한 사람만을 위한 쇼핑몰을 완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23년까지 온라인 취급액 20조원 달성이라는 포부도 내놓았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1~3분기 누적 영업 적자는 1320억원이고 지난해 연간 영업 적자는 1560억원이다. 출범 이후부터 올 3분기까지 누적 적자는 3830억원에 달한다.

또 지난해 2월에는 롯데온 출범 1년도 채 되지 않아 수장을 교체할 만큼 공을 들였지만 효과가 없었다. 당시 조영제 전 롯데쇼핑 e커머스 사업부장이 롯데온 사업 부진을 이유로 책임을 지고 사임했고 나영호 신임 대표(전 이베이코리아 전략사업본부장)가 지난해 3월부터 롯데온을 이끌고 있지만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롯데온 방문자 증가세도 미미하다. 월평균 방문자는 지난해 2648만 명에서 올해 3분기 2653만 명으로 약 5만 명 늘었다. 연간 평균 구매자 수는 지난해 말 154만 명에서 올해 3분기 144만 명으로 감소했다.

다만 롯데쇼핑은 이번 오카도와의 협업이 기존 이커머스 사업과는 다르다고 판단하고 있다. 온라인 식료품 시장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이고 선도 사업자라고 할 수 있는 플랫폼이 아직 없다는 이유에서다.

롯데쇼핑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 온·오프라인 전체 그로서리 시장은 약 135조원 규모인데 온라인 침투율은 약 25%에 그친다. 이에 롯데쇼핑은 경쟁사보다 빠르게 온라인 신선식품 시장을 선점해 이커머스 전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