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금리 인상 기조로 가계·기업 고통 높아져
소비·투자 위축은 경기 불황 야기
예대 마진 최소화 자세 필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으로 경제 불황이 이어질 때 은행권은 최대 실적으로 호황을 이어 갔다. 올해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다시 한 번 위축됐고 세계 경제는 유가·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게 됐다. 이제 우리 기업들은 3중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지만 금리 인상기에 또다시 예대 마진(대출 금리와 저축성 수신 금리 차) 확대와 함께 금융권의 최대 실적 소식이 전해진다.
4대 금융그룹의 올해 3분기 합산 순이익은 4조8900억원으로 분기 기준으로 최대 실적을 보였던 지난 1분기 4조6000억원의 기록을 다시 경신했다. 지난해 최대 실적으로 성과급 잔치 논란에 이어 올해도 성과급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대 실적으로 은행권은 반색하고 있지만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많은 국민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금리 인상기에는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예금 금리보다 대출 금리가 더 빠르고 크게 반영되기 때문에 예대 마진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이 때문에 금융권의 이익은 더욱 커진다. 금리가 오르고 경기가 침체되면 자금 경색은 심화되고 기업들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자금 수요가 많아져 고금리 대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비용 부담이 커지는 것이다. 물론 경기 불황이 이어지면 투자가 줄면서 자금 수요도 감소해 향후 은행권의 이익이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이 GDP 규모를 넘는 102.2%로, 비율로는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가계 부채 규모는 1900조원에 가까운 수준이다. 그리고 GDP 대비 한국 비금융 기업의 부채 비율은 현재 117.9%로, 홍콩(279.8%), 싱가포르(161.9%), 중국(157.1%)에 이어 세계에서 넷째로 GDP 대비 비율이 높은 국가에 속한다.
가계나 기업이나 이렇게 부채가 많다는 것은 금융의 중요성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결국 소비와 생산이 활성화되려면 금융 서비스가 좋아야 한다. 이때 금융비용이 지나치게 커서는 안 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전 한국의 기준금리가 1.25%에서 현재 3.0%로 두배 이상 상승했다. 그런데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과 1%포인트 차이로 금리 역전을 발생시키며 4.0%로 인상돼 있어 한국의 기준금리도 더 인상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 금리가 올 초 0.25%에서 현재 4.0%로 급상승했는데 이러한 금리 인상 기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여 한국의 금리도 더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큰 부담이다. 이미 지금의 기준금리 수준에서 대출 금리는 7%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고금리에서 가계나 기업이나 대출 비율이 높은 상황에서는 금융비용 압박으로 소비와 투자 모두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경기 불황으로 이어져 내년 경기 전망이 더욱 어두워지고 있다.
내년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대로 하향 조정된 전망치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의 금융권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과거에도 금융권이 비올 때 우산 뺏는다고 종종 비판 받아 왔었다.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위중한 경제 상황에서 그런 비난 받는 일이 되풀이돼서는 결코 안 된다.
금융권은 혁신적 노력으로 예대 마진을 줄이면서도 금융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이제 국가적 과제인 상생 협력에 대해서도 금융권의 답이 필요한데 금융권의 이러한 금융비용을 줄여 주는 혁신 노력과 성과가 금융의 수요자인 기업과 가계에 대한 금융권의 보다 실질적이고 체감되는 상생 협력으로 나타나기를 바란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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