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 손병환·신한 조용병·우리 손태승 연임 여부 관심…윤 정부 ‘입김’ 여부 주목

[비즈니스 포커스]
금융지주 계열사 CEO 중 올해 임기 만료만 37명…‘인사 태풍’ 분다
금융권에 대대적인 인사 시즌이 막이 올랐다. 5대 금융지주에서 12월 말 임기가 종료되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만 37명에 달한다. 여기에 내년 초까지 굵직굵직한 인사가 예고된 상황이다. 5대 금융지주 중 NH농협·우리·신한 등 3개 금융지주 CEO의 임기 만료가 코앞에 다가왔다.

이번 연말 연초 인사는 윤석열 정부 들어 최초로 단행되는 금융업계 CEO의 인사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 경제 한파 속 금융권의 역할이 커지는 상황에서 향후 어떠한 인물들이 금융권을 이끌지 각종 예측이 쏟아지고 있다.

손병환·조용병, 연임 가능성 높아…손태승, ‘암초’ 만나
가장 먼저 임기가 끝나는 금융지주 수장은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다.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임기는 2년으로, 손 회장의 남은 임기는 오는 12월까지다.

농협금융 지배 구조 내부 규범에 따르면 회장 임기 만료 40일 전인 11월 20일부터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경영 승계 절차를 개시한다. 과거 김용환·김광수 전 회장들은 2년 임기 후 1년 정도 더 연장한 사례가 있다. 이에 따라 손 회장 역시 연임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실적이 이를 뒷받침한다. 손 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 농협금융지주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끌었다. 올해 3분기 당기순이익은 621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428억원 대비 14.4% 증가하면서 호조를 이어 갔다. 3분기까지 누적 당기 순이익은 1조971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1% 증가했다. ‘2조 클럽’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1962년생인 손 회장은 2020년 3월 NH농협은행장에 취임한 지 9개월 만에 지주 회장에 올랐다. 2012년 농협중앙회가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하면서 농협금융이 출범한 이후 사실상 첫 내부 출신 회장이다.

다만 손 회장의 연임에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농협금융 지분의 100%를 보유하고 있는 농협중앙회의 의중이다. 이에 따라 이성희 농협중앙회 회장의 결정이 손 회장의 임기 연장에 마지막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도 내년 초 CEO들의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 만료된다.

손 회장은 2017년 우리은행장에 취임했고 2019년 1월 우리금융지주가 출범하면서 회장과 은행장직을 함께 수행했다. 이후 2020년 3월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 겸직 조항이 없어지면서 회장직만 유지해 왔다.

손 회장은 최대 실적과 함께 우리금융지주의 재출범 등 굵직굵직한 성과를 이뤘다. 3분기도 실적 호조가 이어졌다. 우리금융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899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7% 증가했다.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2조6617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순이익을 넘어섰다.

하지만 11월 9일 금융위원회가 라임펀드 불완전 판매와 관련해 손 회장에게 ‘문책 경고’ 제재를 확정하면서 연임에 걸림돌이 생겼다. 금융위는 제20차 정례 회의에서 라임펀드 불완전 판매 등 적발된 위법 사항에 대해 우리은행에는 업무 일부 정지 3개월, 당시 우리은행장이었던 손 회장에게는 문책 경고 상당의 조치를 의결했다.

금융 당국의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해임 권고-직무 정지-문책 경고-주의적 경고-주의’ 등 5단계로 나뉜다. 이 중 문책 경고 이상의 제재를 받으면 3~5년 금융사 취업이 제한된다.

다만 손 회장이 징계 취소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앞서 손 회장은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에서 문책 경고를 받았는데 이후 제기한 취소 소송 1, 2심에서 연이어 승소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의 임기도 내년 3월까지다. 만약 조 회장이 3연임에 성공한다면 4연임한 라응찬 전 회장(2001년 9월~2011년 3월, 10년 재임)에 이어 역대 둘째 장수 CEO가 된다.조 회장 역시 사상 최대 실적과 함께 지난 6월 대법원에서 ‘부정 채용 의혹’ 관련 무죄를 확정받으면서 사법 리스크에서는 벗어났다.

신한금융지주는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부회장직을 두고 있지 않다. 조 회장과 함께 임기가 만료되는 계열사 CEO들이 경쟁자로 부상할 수도 있다. 진옥동 신한은행장과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의 임기는 올해 연말까지다. 다만 신한금융이 부회장직을 신설한다면 주요 계열사 CEO들이 부회장직을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

주요 계열사 CEO 인사 이동도 관심

‘살얼음판’이었던 금융권 인사에 정적을 깬 것은 한국 최대의 지방 금융지주인 BNK금융지주다. 자녀 관련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이 11월 7일 임기 5개월을 남기고 전격 사퇴를 결정했다.

김 회장은 지난 10월 국정 감사에서 자녀가 다니는 증권사를 부당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이후 금융감독원 조사까지 이어지면서 김 회장의 거취에 대한 논란이 더욱 커졌다.

김 회장의 중도 퇴진은 BNK금융지주 이사회가 CEO 내부 승계 원칙을 깨고 외부 인사를 포함하도록 규정을 개정하는 빌미를 제공하게 됐다. BNK금융지주는 11월 4일 이사회를 열고 외부 인사를 회장 후보로 추천할 수 있도록 ‘CEO 후보자 추천 및 경영 승계 절차’ 규정을 수정했다. 이에 따라 향후 BNK금융지주 회장직은 내·외부 인사를 가리지 않고 새로운 인물이 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

은행장들의 연임 여부도 관심사다. 앞서 언급했듯이 진옥동 신한은행장의 임기는 올해 12월까지다. 후임 은행장 후보는 12월 중순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에서 결정된다. 회장·행장 최종 후보 모두 이후 주주 총회에서 선임이 확정된다. 진 행장은 3연임에 도전한다.

또 권준학 NH농협은행장도 손병환 농협금융지주 회장과 함께 12월 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박성호 하나은행장의 임기도 내년 3월까지다. 후임 은행장 후보는 내년 2월 그룹후보임원추천위원회를 통해 결정되고 3월 주주 총회 등을 거친다.

국책 은행인 IBK기업은행도 내년 새 행장을 선임해야 한다.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의 임기는 내년 1월 2일까지다. 윤 행장은 일찌감치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IBK기업은행장은 중소기업은행법 26조에 따라 금융위원장의 임명 제청과 대통령의 임명을 통해 선임된다.

차기 행장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인물은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 도규상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이찬우 전 금감원 수석부원장 등이 있다. 내부 인사로는 최현숙 IBK캐피탈 대표, 김성태 IBK기업은행 전무이사 등이 꼽힌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