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00만 개의 쓰레기가 하늘에…선진국. 제거 기술 개발 박차

지구 주위 약 3만개의 대형 물체가 떠있다. (사진=연합뉴스)
지구 주위 약 3만개의 대형 물체가 떠있다. (사진=연합뉴스)
올해 중국 로켓의 잔해가 지구에 추락하는 사건이 두 차례 발생했다. 다행히 7월에는 필리핀 남서부 해역, 11월 초에는 남미 인근 태평양 등 해상에 추락해 큰 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유사 사고의 재발 가능성과 함께 미국 항공우주국(NASA) 과학자 도널드 케슬러가 1978년 발표했던 케슬러 신드롬의 현실화까지 우려한다. 케슬러 신드롬은 지구 인근의 우주 궤도에 있는 물체들의 밀도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물체 간 충돌이 잦아지고 이때 발생한 파편들이 인공위성과 탐사선의 활동을 방해하는 장애물로 작용해 인간이 우주를 사용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이론이다.

유럽우주국(ESA)에 따르면 현재 지구 주위에는 약 3만 개의 대형 물체와 크기 1cm 이상의 소형 물체 약 100만 개가 떠 있는 상태다. 그중 정상 가동 중인 소수의 인공위성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임무를 마친 인공위성이나 로켓의 상단 부스터, 인공위성이나 로켓 간의 충돌로 생긴 잔해와 파편들, 우주 비행사들이 흘린 공구 등 각종 폐기물이다. 모두 인간이 우주로 진출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각종 사고, 재난을 유발하는 잠재적 위험 요소이렇게 지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부유물들을 우주 쓰레기(space debris)라고 한다. 우주 쓰레기는 예상하지 못하게 급증하기도 한다. 2009년 2월 고장 난 러시아의 통신 위성이 미국의 통신 위성과 충돌했을 때는 10cm 이상 물체 1400여 개, 1mm 이상 물체 400만여 개 등 대량의 파편들이 단번에 발생했다.

통신·위성항법장치(GPS)·인터넷에서부터 해양·기상·우주 관측 등 다양한 기능을 인공위성에 의존하는 인류에게 우주의 사용은 중요한 문제다.

우주 쓰레기는 안전하고 지속적인 우주의 사용을 위협한다. 주인공이 탑승한 우주 탐사선이 우주 쓰레기들 때문에 파괴되는 재난을 다룬 영화 ‘그래비티’가 현실이 될 수 있다. 우주 쓰레기의 속력은 총알보다 최대 10배 이상 빠른 초속 7~11km에 달해 깨알 만한 크기의 물체라도 인공위성이나 우주 정거장을 파괴하고 우주 비행사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우주 쓰레기의 위협은 서서히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10월 25일 국제우주정거장(ISS)이 예정에 없던 긴급 회피 기동을 한 것은 러시아가 대위성 요격 무기를 시험하면서 파괴한 인공위성 잔해들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다. 지난해에는 ISS의 로봇 팔이 우주 쓰레기 때문에 파손되기도 했다. ISS나 인공위성의 긴급 궤도 수정이나 파손 사례는 더 이상 드문 일이 아니라고 한다.

우주 쓰레기는 우주뿐만 아니라 지구에서도 대형 재난을 일으킬 수 있다. 대부분은 대기권에 진입하면서 불타 없어지지만 로켓 부스터 등 대형 부품이나 티타늄 등 특수 소재로 된 잔해들은 대기권에서 완전히 소멸되지 않고 지상으로 추락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만일 추락 지점이 주거 지역이거나 통신·발전 등 주요 인프라라면 대형 재난으로 이어지게 된다.

향후 10년간 약 10만 대의 인공위성이 발사될 것으로 예상돼 중국 로켓의 추락과 유사한 사고가 늘어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항공 우주 기술 선진국들이 우주 쓰레기 제거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항공 우주 기술 선진국들이 우주 쓰레기 제거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기권에 진입시키거나 먼 우주로 보내거나우주 쓰레기의 확산에 대응해서 미국·유럽·일본 등 항공 우주 기술의 선진국들은 다양한 우주 쓰레기 제거 기술들을 개발하고 있다.

다양한 제거 기술들은 우주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방지하는 PMD(Post-mission Disposal) 유형과 이미 발생한 우주 쓰레기를 없애는 ADR(Active Debris Removal) 유형으로 나뉜다.

우주 쓰레기의 최종 처리 공간을 기준으로 우주 쓰레기가 대기권의 마찰열로 소각되도록 대기권 방향으로 궤도를 이탈(deorbit)시키는 유형과 우주 쓰레기를 멀리 떨어진 우주(graveyard) 방향으로 보내버리는 유형으로도 분류할 수 있다. 직접 파괴하는 방식은 오히려 우주 쓰레기를 양산할 위험이 커 레이저를 이용한 소각 기술 외에는 많이 다뤄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PMD 방식은 미리 설치된 태양 돛(solar sail)이나 풍선 등이 작동해 임무를 마친 인공위성이나 로켓이 스스로 대기권에 진입하거나 먼 우주로 가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우주 돛을 이용한 PMD 방식은 NASA가 2011년에 개념 실증을 진행했고 올해 7월 중국도 몇 달 전에 발사된 창정 2D 로켓의 상단부에서 사람 머리카락보다 얇은 막으로 된 우주 돛을 펼치는 실험에 성공했다. 계획대로라면 중국의 로켓은 수년 후에는 대기권에 진입해 소멸할 것이라고 한다.

우주 쓰레기의 위협이 가시화된 지금은 이미 발생한 우주 쓰레기들을 적극적으로 제거하는 ADR 방식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고 있다.

스위스의 클리어 스페이스 SA는 2013년 발사됐던 로켓 베스파의 잔해를 제거하기 위한 클리어 스페이스 1의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2025년 발사될 예정인 클리어 스페이스 1은 거대한 로봇 팔로 베스파와 결합한 다음 견인 트럭처럼 베스파를 끌고 대기권에 진입해 함께 소멸하는 방식으로 임무를 수행할 계획이다.

일본의 아스트로스케일은 한 발 앞선 2021년 8월 우주 쓰레기 제거용 인공위성의 기술 실증 실험에 성공했다. 아스트로스케일이 개발 중인 인공위성 엘사-d는 우주 쓰레기를 탐색하고 접근해 도킹하는 역할을 맡은 서비서(Servicer)와 강력한 자석으로 우주 쓰레기와 직접 도킹하는 역할을 맡은 클라이언트(Client)라는 두 대의 소형 위성으로 구성된다.

아스트로스케일도 클리어 스페이스처럼 우주 쓰레기를 대기권에 진입시키는 궤도 이탈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다만 우주 쓰레기를 포획하는 단계에서 클리어 스페이스가 로봇 팔을 이용하는 것과 달리 아스트로스케일은 자석을 이용할 예정이다.

유럽의 에어버스는 영국·프랑스·네덜란드·스위스의 여러 대학, 연구 기관들이 참여한 에어버스 컨소시엄을 구성해 우주 쓰레기 제거를 위한 리무브데브리(RemoveDEBRIS)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에어버스 컨소시엄의 실험용 인공위성은 카메라와 라이다로 우주 쓰레기를 탐색하고 작살과 그물로 포획한다.

에어버스 컨소시엄은 2D 카메라와 3D 라이다로 우주 쓰레기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동선을 추적해 탐색하는 실험을 2018년 실시했고 같은 해 9월 직경 2m, 질량 2톤의 물체를 포획할 수 있는 그물로 잔해를 포착해 대기권에 진입시키는 실험까지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2019년 2월에는 초속 20m 속력의 작살로 우주 쓰레기를 잡는 기술의 실증 테스트를 마쳤다.

향후 에어버스 컨소시엄은 약 8주 이내에 우주 쓰레기를 대기권에 진입하도록 유도하는 우주 돛의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많은 경쟁 프로젝트들의 대기권 유도 기간은 최대 수년에 달하므로 만일 에어버스의 시험이 성공한다면 우주 쓰레기를 줄이는 데 걸리는 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될 수 있다.

진석용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