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새로운 판단 기법 제시…2023년 경제를 내다보는 또 하나의 눈
2023년 토끼의 해인 계묘년을 앞두고 각종 예측이 또다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얼마나 믿어야 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에 빠져 있는 것이 요즘 주식 투자자를 비롯한 경제주체들의 현실이다. 경기·금리·주가·환율 등 네 분야에 걸쳐 어떻게 예측해야 할지 그 방법을 제시하는 시나리오인 첫째 주제인 경기 예측 방법을 다룬다. [편집자 주]코로나19 이후 ‘경기 예측력’ 떨어져코로나19 사태 직후인 2020년 3월 이후 블랙 데이가 이어지는 가운데 우리 경제를 더 어렵게 했던 것은 ‘중시 붕괴론’과 ‘외환 위기론’이다. 코스피지수는 1000선 밑으로 추락하고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500원 이상으로 급등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코스피지수는 3300선까지 급등했고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080원대 초반까지 하락했다.올해 9월 이후에도 똑같은 상황이 발생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중국 부동산 디폴트설, 영국발 금융 위기 우려 등에 편승해 코스피지수는 1800선 밑으로 떨어지고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2000원 선까지 급등한다는 것이었다. 아직 진행 중이지만 이번에도 코스피지수는 2500선에 다가섰고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300원대 초반까지 하락하고 있다.
예측하는 가장 큰 목적 중 하나는 주식 투자자를 비롯한 경제 주체를 안내하는 역할이다. 이 목적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추세가 맞아야 하고 실적치에 대비한 예측 오차율이 크게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 증시 붕괴론과 외환 위기론처럼 틀려도 너무 자주, 그것도 큰 폭으로 틀리면 아예 믿지 않는 상황에 몰린다. 무용론이 나올 만큼 예측력이 떨어지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종전의 이론과 규범 그리고 관행까지 잘 맞지 않는 뉴노멀 시대에는 각종 예측을 할 때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아졌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고려해야 할 변수가 하나가 추가되면 예측 모형(연립 방정식)에 방정식이 하나 더 늘어나기 때문에 그만큼 복잡해진다.
특히 증시 붕괴론자와 외환 위기론자들이 의존하는 트렌트 분석은 현재와 과거의 역사적 자료 또는 추세에 근거해 미래 변화를 투사하는 예측 기법이다. 일련의 데이터에 연장선을 긋는 방법으로 추세를 예측할 수 있고 수학적·통계적인 방법을 활용한다. 주가·환율 등 가격 변수 등을 예측하는 데 많이 활용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처럼 경제 행위의 라이프사이클이 짧아지고 경제 시스템이 무너진 여건에서는 예측할 때 필요한 시계열 자료에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가변수(dummy)’를 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너무 많은 가변수를 쓰면 모형에서 나오는 예측치는 실상과 달라진다.
트렌드 분석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미래를 추측하는 직관적 예측이 활용된다. 추측은 주관적 판단에 기초해 미래의 변화 모습을 예측하며 추측의 기초는 예측자의 통찰력, 창조적 지각력, 내면의 숨은 지식 등 직관력에서 나온다. 예측의 결과는 예측자 자신의 목표·선입견·편견·의도가 무의식적으로 표출되는 경우가 많다.
유튜브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이 활성화되면서 각광받고 있는 군집성 기법도 비관론일수록 예측을 크게 틀리게 하는 요인이다. 군집성 기법은 전년도에 예측을 잘한 사람의 시각으로 다음 연도에 예측이 쏠리는 현상을 말한다. 하지만 유튜브와 SNS의 클릭 수를 감안해 실제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붕괴·위기 등과 같은 극단적인 표현을 동원한다.
특히 한국 국민처럼 한국 경제에 대해 냉소적으로 보는 여건에서는 군집성 비관 예측 기법이 잘 먹힌다. 유엔에 따르면 한국 국민의 행복지수는 조사 대상 146개 국가 중 59위였지만 공포와 불안의 민감도를 나타내는 디스토피아지수는 101위로 훨씬 낮게 나왔다. 당초 예기치 못한 사건만 터지면 곧바로 위기설이 고개를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처럼 경기와 증시 판단이 어려워질수록 미래 예측을 중시하고 각국과 주요 예측 기관이 보다 정확하고 신속한 경기 판단과 예측 방안을 고안해 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한국의 예측 기관과 증권사도 참조할 필요가 있다. 한국 경제의 최대 적(敵)으로 몰리고 있는 증시 붕괴론자와 외환 위기론자들도 마찬가지다.경기 예측 변수, 갈수록 많아져돈을 벌려면 모든 재테크 변수의 기본이 되는 경기부터 예측을 정확히 해야 한다. 문제는 갈수록 경기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경기 예측 때 감안해야 할 변수가 그만큼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종전에는 산업 생산과 매출이 증가하면 시차를 두고 고용이 증가했다. 생산과 소비 그리고 고용 지표가 일관성을 띠었기 때문에 경기 판단과 예측이 비교적 용이했다. ‘국민소득 3면 등가 법칙(생산=지출=소비)’도 잘 들어맞았다.
하지만 1990년대부터는 경기 순환상 회복 국면에 진입하더라도 오히려 일자리가 줄어드는 이른바 ‘고용 없는 경기 회복(jobless recovery)’이 20년 넘게 지속돼 왔다. 이런 상황에서는 생산과 소비를 중시하면 경기가 회복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고용을 감안하면 경기 침체 국면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완전 고용이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경기가 둔화 혹은 침체되는 ‘고용이 풍부한 경기 둔화 혹은 경기 침체(job full downturn or recession)’ 현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플레이션마저 오름에 따라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각국 국민이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경제고통지수는 크게 높아지는 추세다.
경제고통지수는 경제 지표 중 국민 생활에 가장 밀접한 실업률과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더한 것으로, 미국에서 각종 선거를 앞두고 대통령과 집권당이 얼마나 국민 편에서 경제 정책을 잘 운영했는지를 평가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최근에는 실업률과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더한 수치에 성장률을 차감한 신경제고통지수를 산출해 활용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책 당국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커지기 마련이다. 정책 당국이 지난 3월 이후 Fed처럼 고용 호조를 들어 오히려 인플레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린다. 하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경제적 고통은 더 늘어나 경기를 낙관하는 정책 당국에 대해 실망하게 되고 적극적인 정책 대응을 요구하게 된다. 사정은 한국도 비슷하다.
그간의 예측이 다 틀린 것도 아니다. 한 나라의 경제나 증시는 고도의 복합 시스템이다. 이런 복잡성은 한국의 예측 기관과 증권사가 의존하는 몇 개의 선행 지표로 포착할 수 없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올해도 미국의 경제 사이클 연구소(ECRI : Economic Cycle Research Institute)의 예측은 적중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분명한 것은 이제는 종전의 잣대로 경기를 판단하기가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이런 차원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이 새로운 경기 판단 지표로 제시한 기업취약지수(CVI : Corporative Vulnerability Index : 레버리지 비율과 기업 가치 변동성, 무위험 이자율, 배당률 등의 재무 지표를 이용해 산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증권사에 속한 사람이나 주식 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이 지수를 알아둘 필요가 있다. CVI는 종전의 경기 판단 방법이 경제 상황 등 펀더멘털 요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해 만든 지표다. 대표적으로 종전에는 레버리지 비율이 높으면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봤지만 최근처럼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차입 조건이 개선되는 상황에서는 기업 파산과 경기 침체 확률이 낮아지는 것을 설명할 수 있다.
IMF가 CVI와 미국 경기와의 실증적 관계를 연구한 자료를 보면 CVI는 경기 침체 가능성을 4~6분기 정도 앞서 예측할 수 있다. 또 이 지수가 높을수록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그 기간도 길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의 경험을 감안해 볼 때 CVI로 예측한 경기 침체 가능성이 50% 밑으로 떨어지면 침체 국면이 마무리돼 이때 주식을 사면 대박, 즉 커다란 수익을 낼 수 있었다. 주식 투자의 구루들은 경기를 예측할 때 이런 점을 특별히 중시한다.
한상춘 국제금융 대기자겸 한국경제신문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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