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정 커리어케어 인재전략컨설팅 본부장
온디맨드 전문가 컨설팅 플랫폼 ‘디앤서’ 출범
고급 인재 더 이상 한 곳에 올인 안 해
이들의 ‘시간’을 나눠 활용하는 기업들

[비즈니스 포커스]
박선정 커리어케어 인재전략컨설팅 본부장.  사진=김기남 기자
박선정 커리어케어 인재전략컨설팅 본부장. 사진=김기남 기자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서 채용하지 않고 필요에 따라 적시에 활용할 수 있는 ‘온디맨드 인재’가 주목받고 있다. 온디맨드 인재는 한국에선 생소하지만 해외에서는 오래전부터 인력 운용 방법의 하나로 활용돼 왔다. 톱탈·카탤런트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에서는 ‘긱 이코노미’라는 개념을 적용해 정보기술(IT)이나 디자인 등 특정 분야에서 낮은 수준의 프리랜서 추천과 매칭 사업이 주를 이뤘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단순 업무나 대행 중심보다 고급 직무를 담당할 고급 리더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핵심 인재 채용 플랫폼인 비즈니스피플은 최근 온디맨드 전문가 컨설팅 플랫폼인 ‘디앤서(The Answer)’를 출범시켰다. 디앤서는 고급 인재를 중심으로 문제 해결이 필요한 기업과 솔루션을 제공하는 전문가를 연결해 준다.

박선정 커리어케어 인재전략컨설팅 본부장은 “기업들이 디지털 전환이나 신사업 분야 관련 리더를 육성하지 못한 상황에서 경영 환경의 급격한 변화를 맞게 되면서 극소수인 고급 인재를 외부에서 영입하는 추세”라며 “숙련된 고급 인재를 찾기 위해 플랫폼 활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따르면 포천 선정 500대 기업의 대부분이 온디맨드 인재 서비스를 이용해 전문가를 확보하고 있었다. 또한 온디맨드 인재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700개 기업의 경영진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0%가 온디맨드 인재 플랫폼 활용이 향후 기업의 핵심 경쟁력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온디맨드 전문 인력 활용 분야는 다양하다. 고위 경영진의 리더십 개발을 돕는 임원 코칭, 경영 판단을 돕는 비즈니스 자문, 신규 사업 진출이나 인수·합병(M&A) 과정에서 필요한 시장 조사와 조직 운용, 리더십 승계에서도 외부 전문가를 끌어들이는 기업이 늘고 있다.

대기업 오너 2~4세들로 세대교체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채용 시장도 급변하고 있다. 40대를 넘어 30대 임원까지 나오고 있고 기업에선 젊어진 오너나 임원에 맞춰 40대 초반 임원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

최근 기업 M&A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사모펀드(PEF)업계에서도 대기업을 경험한 40대 고급 인재에 대한 수요가 많다. 박 본부장을 만나 채용 시장의 변화와 대기업들이 고급 인재 플랫폼의 문을 두드리는 이유를 물었다.
박선정 커리어케어 인재전략컨설팅 본부장. 사진=김기남 기자
박선정 커리어케어 인재전략컨설팅 본부장. 사진=김기남 기자
-기업이 고정적인 정규 인력보다 외부의 고숙련 프리랜서 인재 채용을 확대하는 이유는 뭔가요.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 이후 기업 내부에서 디지털 전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인재관이 바뀌고 있습니다. 일부 대기업이 신입 사원 채용을 중단한 것도 이제 더 이상 조직의 DNA나 순혈주의가 중요한 시대가 아니라는 방증이라고 봅니다. 고급 인재는 가뭄 상태이기 때문에 최근에는 경쟁사 등 외부에서 임원을 영입하는 추세입니다.

기업들이 디지털 전환이나 신사업 분야 관련 리더를 육성하지 못한 상황에서 경영 환경의 변화를 맞게 되면서 극소수인 고급 인재를 외부에서 영입하고 있습니다. 경영 환경이 바뀌었다고 기존 인력을 모두 해고할 수는 없죠. 하지만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신사업을 추진하면서 내부 발탁에만 의존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채용 포지션도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디지털 관련 분야로 확대됐고 기업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경영 환경에 맞춰 숙련된 고급 인재를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시간만큼 자유롭게 활용하기 위해 플랫폼 활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타깃 시장은 어디인가요.

“1조원 이상의 매출을 목표로 하는 매출액 2000억원 이상의 중견기업과 대기업의 신사업 부문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B2C 사업을 영위하다가 B2B 사업에 진출하는 기업이 있다면 어떻게 시장에 접근해야 하는지 전체적으로 프레임을 잡아 주고 기업 고객을 확보하고 조직 구성과 성과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략 자문을 해줄 사람을 추천합니다.

채용 시장에서는 실행하는 직원보다 리더가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아마존의 글로벌 전략을 벤치마킹하려는 기업에서 기존 인력인 팀장은 아마존을 모르는데 실무 직원만 디지털 전문가로 영입한다면 그 조직은 제대로 돌아갈 수 없겠죠.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기업 중 리더 준비가 돼 있지 않고 채용 환경상 리더 육성이 어려운 기업에 온디맨드 인재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해외에서는 카탤런트·톱탈 등 300여 개 인재 플랫폼이 주목받고 있고 한국에서는 탤런트뱅크·리멤버 등에 유사한 서비스가 있습니다. 디앤서는 어떤 차별성을 갖고 있나요.

“C레벨로 불리는 임원급 헤드헌팅 서비스(커리어케어)에서 쌓은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디앤서는 유사한 서비스들보다 높은 수준의 전략 자문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프리 세션, 메인 세션, 포스트 세션 등 3가지 단계를 통해 리더에 비즈니스 코칭과 전략 과제에 대한 심층적인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보통 프로젝트 단위로 계약하는데 연구·개발(R&D) 자문을 받고 추가로 마케팅 자문을 요구할 수도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서비스가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디앤서가 제공하는 전략 자문과 고급 인재 매칭은 자동으로 인재를 찾아 빠르게 진행되는 다른 서비스들과 달리 장기 프로젝트입니다.

헤드헌팅 서비스에서 쌓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기업의 현안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에 맞는 고급 인력을 찾아 그가 전략 자문을 할 수 있는지 검증까지 하기 때문에 다른 서비스와 다른 고급 비즈니스 자문이라고 자신합니다.”

-디앤서의 전문가가 경영 현안을 맡은 사례가 있나요.

“기업공개(IPO), 매출액 성장 등 다양한 비즈니스 현안에 전문성을 보유한 전문가를 매칭해 전략 자문 솔루션을 제공하기 때문에 최고경영자(CEO)의 만족도가 높습니다. 내년도 비즈니스 전략에 대한 사업 계획을 세울 때도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죠. 또 다른 예시로 글로벌 사업 확장을 계획하고 있는 기업이 디앤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전략 방향에 맞는 글로벌 조직을 세팅할 수 있었습니다.”

-온디맨드 인재 시장이 커질 것으로 봅니까.

“채용 시장에서 신입 사원 채용이 많이 줄었고 온디맨드 인재 선호도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대기업에선 순혈주의에서 성과주의로 인재 등용의 공식이 바뀌었죠. 기존에는 기업들이 임원의 DNA만 봤는데 지금은 순혈주의가 무너졌습니다. 경쟁사에서 임원을 영입하는 사례도 많아졌습니다.

외부 영입 인재는 경영 환경과 신사업 전략에 따라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인사가 더 이상 티오(정원) 관리로는 안 되는 시대입니다. 기업들은 조직을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만들지, 조직 슬림화를 통한 비용 절감이나 성과를 내지 못하는 조직원의 재배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고급 인재는 어느 기업이나 선호도가 높기 때문에 영입 경쟁이 벌어지고 있고 결국 극소수 고급 인재의 ‘시간’을 기업들이 나눠 활용할 수밖에 없죠.

고급 인재들도 이제는 한 회사를 위해 올인하지 않습니다. 기업이 미래에 어떤 사람이 필요할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필요한 모든 인재를 내부적으로 육성하기 힘들어요. 채용하지 않고 필요에 따라 적시에 활용할 수 있는 온디맨드 인재 활용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