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장 영향력 낮추기 위해 지난해 첫 일본 진출…포트폴리오 안정화 속도

애경산업이 3분기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사진=애경산업)
애경산업이 3분기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사진=애경산업)
한국 화장품 업체들의 고전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 한국 뷰티 브랜드의 입지가 좁아지면서 해외 사업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뷰티업계 양대 산맥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도 그 여파를 피하지 못하고 지난해부터 매출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애경산업은 좀 다르다. 3분기 중국·일본 등 글로벌 시장에서 나쁘지 않은 성과를 냈다.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과는 대조되는 결과다. 매출 규모를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해외 사업에서 좋은 실적을 낸 것에 업계는 주목하는 분위기다.글로벌 사업 확대 결과…지난해 일본 진출 이후 경쟁력 강화 올인애경산업은 올 3분기에 매출 1617억원, 영업이익 15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 영업이익은 146.1% 급증했다.

올해 1~3분기 누적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한 4433억원, 영업이익은 38.5% 증가한 273억원이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국내외 경영 환경 악화, 중국의 봉쇄 정책 장기화 등 어려운 사업 환경 속에서도 국내외 디지털 채널 강화와 글로벌 영역 확장,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이를 극복했다”고 설명했다.

애경산업이 3분기에 실적 개선에 성공한 것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3분기에는 매출 1457억원, 영업이익 6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4.3%, 25.0% 감소했다. 2020년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0% 감소한 1522억원, 영업이익은 44.7% 감소한 82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분기 실적에서 세 자릿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이다. 애경산업은 2019년 4분기에 16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뒤 2020년 1분기 126억원으로 급감하며 실적이 악화하기 시작했다. 이후 최근까지도 두 자릿수 영업이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020년에는 2분기 영업 손실 13억원, 3분기 82억원, 4분기 28억원, 2021년에는 1분기 77억원, 2분기 58억원, 3분기 62억원, 4분기 47억원 등을 기록했다. 올해도 1분기 78억원, 42억원 등에 그쳤다.

이번 성과는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과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아모레퍼시픽은 올 3분기 매출 9364억원, 영업이익 18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6%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62.6% 줄었다. 화장품 부문의 영업이익은 286억원으로 50.0% 급감했다.

LG생활건강의 3분기 매출은 1조8703억원, 영업이익은 1901억원이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7.0%, 44.5% 감소했다. 뷰티(화장품)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1% 감소한 7892억원, 영업이익은 68.6% 감소한 676억원이다.

중국 봉쇄 정책의 영향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기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과 환율 영향 등이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
애경산업이 지난해 일본에 진출했다. 사진은 일본 마케팅 자료. (사진=애경산업)
애경산업이 지난해 일본에 진출했다. 사진은 일본 마케팅 자료. (사진=애경산업)
글로벌 사업 확대 결과…지난해 일본 진출 이후 경쟁력 강화 올인반면 애경산업은 화장품 부문에서 중국 봉쇄 장기화와 소비 침체 영향에도 글로벌 사업 실적이 개선됐다. 지난해부터 해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판로 확대에 나선 결과다.

중국에서는 광군제 전용 제품 출시와 틱톡, 콰이쇼우(쇼트 폼 동영상 애플리케이션) 등 동영상 플랫폼으로 판매 채널을 확보하면서 중국 봉쇄의 영향을 최소화했다. 또한 현지 온라인 마케팅을 활용한 브랜드 인지도 향상도 영향을 미쳤다.

2012년 9월 출시돼 애경산업의 대표 브랜드가 된 에이지투웨니스(AGE 20’S)는 광군제 전용 기획 세트를 선보였고 왕훙(중국 유명 인플루언서) 라이브 방송에서 판매를 진행했다.

루나 브랜드는 증정 프로모션과 신제품 무료 체험 혜택을 확대하고 전통적인 유통 채널인 티몰·징둥닷컴 등과 함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플랫폼인 틱톡·콰이쇼우 등에서도 브랜드 인지도 확대를 위한 다양한 마케팅을 진행했다.

그 결과 애경산업이 공시한 ‘2022년 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중국 티몰 기준 애경산업의 주요 브랜드 시장점유율은 2019년 10.3%에서 지난해 14.3%로 올라갔다.

중국 외에도 일본과 동남아시아 등 해외 채널을 확대하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애경산업은 지난해 5월 에이지투웨니스를 통해 일본에 첫 진출했다. 과거 일회성으로 일본 시장에 에이지투웨니스를 선보인 적은 있지만 정식 진출한 것은 최근이 일이다.

지난해 일본 온라인 플랫폼 ‘큐텐재팬’에 에이지투웨니스·루나 등을 입점시켰고 올해 5월 일본 최대 쇼핑몰 이온몰, 멀티 브랜드숍 로프트·도큐핸즈 등 일본 주요 오프라인 채널에 진출했다.

애경산업은 일본 시장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입점 매장을 늘리는 등 판매 확대를 위해 채널을 꾸준히 넓혀 나갈 계획이다.

애경산업은 해외 사업의 핵심 지역으로 꼽히는 중국에서 K-뷰티 브랜드의 경쟁력 약화 문제가 언급되자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일본으로 눈을 돌렸다. 그 결과 해외 사업의 매출 하락세를 일정 부분 방어했다는 의견이 나온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지난해 5월 진출한 브랜드여서 아직 기간이 짧아 공식적으로 집계된 수치는 없지만 일본 내에서 반응이 좋다”며 “특정 플랫폼에서는 우리 제품이 판매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에서는 디지털·헬스앤드뷰티(H&B)·홈쇼핑 등 채널별 맞춤화 운영 전략을 수립한 게 매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디지털 채널에서는 핵심 브랜드의 자사 몰을 운영하고 신규 카테고리를 확장했다. H&B에서는 루나 브랜드 리뉴얼, 신제품 출시 등에 나섰다. 홈쇼핑에서는 에이지투웨니스 브랜드를 중심으로 판매를 늘렸다.

애경산업은 실적 성장세를 이어 가기 위해 내년에도 글로벌 시장 진출을 확대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할 계획이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지속되는 국내외 경영 환경 악화를 극복하기 위해 디지털 채널 강화와 글로벌 확장, 포트폴리오 다변화, 프리미엄 제품 출시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애경산업을 제외한 전체 화장품 산업의 부진은 이어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화장품 수출 실적은 전년 대비 12% 줄어든 4069만 달러(약 540억원)에 그쳤다. 월별 수출 실적은 1월 565만 달러, 2월 575만 달러, 3월 709만 달러, 4월 720만 달러, 5월 843만 달러, 6월 657만 달러 등이다. 가장 감소 폭이 큰 달은 올 1월로 전년 동기 대비 24.8% 급감했다.

하반기 상황도 다르지 않다. 7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5.8% 감소한 615만 달러에 그쳤고 8월에는 8.7% 감소한 625만 달러를 기록했다. 9월과 10월 수출 실적은 각각 14.9%, 13.5% 감소한 743만 달러, 690만 달러였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