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사이클에서 현금과 신사업 모멘텀 중요…‘주주 친화적’ 현대글로비스 최선호주

[베스트 애널리스트 추천 종목]
해운, 불황에 대처하는 방법[베스트 애널리스트 추천 종목]
하반기 해운 시황은 우려보다 더 부진하다. 글로벌 긴축 기조로 인한 수요 둔화와 물류 병목 해소에 따른 실질 공급 증가로 운임 시황이 빠르게 나빠지고 있다. 2021년의 높은 운임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은 이미 예견됐지만 해운 시장의 주도권이 다시 화주에게 넘어갔다는 점에서 호황은 끝난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인력 부족과 파업 움직임 등 공급 제약 요인이 여전히 존재하고 건화물선은 향후 선대 증가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공급보다 수요 둔화에 대한 불안감이 시황을 지배할 것으로 보인다.

2023년에도 해운 업종은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앞선다. 해운 분석 업체인 클락슨리서치는 컨테이너와 건화물 물동량이 각각 1.6%, 0.8%(톤마일 기준 1.4%) 증가하는데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다른 분석 업체인 MSI는 더 보수적으로 2023년년 건화물 수요가 2% 역신장할 것으로 봤다. 선복량에 대해서는 공통적으로 물류 병목이 완화되면서 공급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다만 그 규모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엇갈린다. 컨테이너 해운은 2020년 하반기부터 재개된 신조 발주 선박들이 본격적으로 들어오게 됨에 따라 2023년 공급이 7%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2024년에도 증가율은 6~7%로 예상된다. 반면 건화물선은 2024년까지 인도될 선박이 제한적이다. 내년 환경 규제 강화에 따른 폐선 증가를 감안할 때 공급 증가율은 1%에 못 미칠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의 운송 업종이라면 투자 비율을 높이기 어려운 환경이 펼쳐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해운과 물류 시장은 경기가 꺾이기 전부터 너무 빨리 피크아웃 우려를 선반영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선사들이 최대 이익을 달성했음에도 밸류에이션은 역사적 저점으로 하락했다.

이 중 구조적으로 시장 경쟁력과 재무 구조가 개선된 종목들에 주목할 것을 권유한다. 물류 대란 수혜가 지속 가능하지는 않아도 이미 충분히 많은 현금이 쌓였다. 현대글로비스는 지금의 현금을 가장 주주 친화적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점에서 최선호주로 추천한다. 또한 같은 해운이라고 해도 다양한 시장이 존재한다. 이제는 탱커와 액화천연가스(LNG)선 시장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선사들의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가 중요한 투자 모멘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해운 업종은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 수혜로 막대한 이익을 벌었다. 올해 팬오션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2% 증가한 8110억원으로 2008년 기록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HMM은 팬데믹 이전 10년간 누적 영업 손실이 3조8000억원이었는데 2021년에만 7조4000억원을 벌며 만회했고 올해에도 10조원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현대글로비스는 자동차 운반선(PCC) 이익이 3배 가까이 급증한 덕분에 6개 분기 연속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경신했다. 물론 향후 경기 둔화를 감안하면 이익은 단기 부침이 예상되지만 그동안 개선된 재무 여력을 바탕으로 불황에 대비해 오고 있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제 선사들은 신사업 투자에 더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해운은 2020년 LNG 사업을 분할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육성해 오고 있다. 선대는 올해 3척 늘어난 15척으로 한국 선사 중 가장 많고 2023년에도 3척이 추가될 예정이다. 팬오션 역시 2023년 1월을 시작으로 2025년까지 11척의 LNG선을 도입하게 된다. 한편 HMM은 오히려 과열된 시황이 가라앉으면서 민영화 시점이 가까워지고 있다. 향후 매각 과정에서 시가 총액을 웃도는 현금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논의가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
2022 상반기 운송 부문 베스트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