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하락 속에도 투자 늘리는 메타 ·게임 플랫폼 더 강화하는 마이크로소프트

메타가 메타버스 사업에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메타)
메타가 메타버스 사업에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메타)
10월 25일 메타(구 페이스북)의 ‘메타 퀘스트 프로’가 출시됐다. 2021년 10월 코드명 ‘캠브리아 프로젝트’로 발표된 차세대 혼합현실(MR) 헤드셋이다. 기존 제품보다 4배 비싼 출고가 1500달러(약 203만원)로 논란도 있지만 고해상도 센서, 선명한 액정표시장치(LCD) 디스플레이, 컬러 패스스루 등 해상도와 기능 면에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만큼 많은 기대를 하게 한다.

이런 기대에도 불구하고 최근 메타버스 시장, 특히 메타버스를 움직이는 주요 사업자들이 처해 있는 상황은 그리 녹녹하지 않다. 실적 악화에도 지속 투자로 승부수 띄우는 메타메타버스 생태계를 선도하는 메타의 부진은 두드러진다. 메타의 플랫폼 사업은 페이스북·메신저·인스타그램·왓츠앱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로 구성된 ‘패밀리 오브 앱스(FoA)’와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관련 연구·개발(R&D) 분야를 담당하는 ‘리얼리티 랩’ 등 2개로 나뉜다.

이 가운데 리얼리티 랩의 손실이 심각하다. 메타의 3분기 실적에 따르면 이 사업 부문은 올 들어 94억 달러(약 12조7000억원)의 누적 손실을 기록했다. 3분기 매출만 보면 2억8500만 달러(약 387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거의 절반으로 감소했다. 순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52% 급감한 44억 달러(약 5조9700억원), 영업이익률은 36%에서 20%로 급락했다.

주가도 2021년 9월 378달러(약 51만원)로 정점을 찍은 이후 2022년 11월 초 88달러(약 12만원)까지 추락했다. 메타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 순위도 2020년 5위에서 2022년 11월 현재 23위로 가장 저조한 실적을 낸 기업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메타는 이미 실적 발표 이전에도 그동안 추진해 온 여러 가지 메타버스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전체 직원의 13% 해고, 예산 삭감 및 구조 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이런 상황에도 메타의 메타버스 사업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메타는 손실을 보더라도 메타버스 관련 사업에 3~5년에 걸쳐 수백억 달러를 추가로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페이스북을 이을 미래의 중요한 사업이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의 발언처럼 신성장 사업으로서의 메타버스 투자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메타버스 생태계의 주도권을 두고 메타와 경쟁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사업 전략에도 큰 변화가 감지된다. 10월 12일 개최된 ‘메타 커넥트 2022’에서 저커버그 CEO는 사티아 나델라 MS CEO를 화상으로 초대해 양 사의 협력 소식을 발표했다.

이번 콘퍼런스에서 나델라 CEO는 MS의 화상 회의 솔루션인 ‘팀스’, 마이크로소프트 365, 엑스박스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메타의 VR 헤드셋인 ‘오큘러스 퀘스트’와 통합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된다면 메타의 가상 협업 공간인 ‘호라이즌 워크룸’에서 ‘오큘러스 퀘스트’를 쓰고 ‘팀스’로 화상 회의를 하게 된다.

이러한 행보는 MS가 사실상 부진한 메타버스 헤드셋, 즉 하드웨어 시장보다 자사가 보유한 서비스 플랫폼이나 소프트웨어 분야에 집중하고자 하는 의도로 분석된다.

MS는 기존 홀로렌즈로 대변되는 AR 글래스를 기업용(B2B) 시장을 타깃으로 집중해 왔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홀로렌즈의 기술적 완성도가 낮아 2019년 출시된 홀로렌즈 2의 누적 판매량이 30만 대에 그치는 등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반면 메타의 ‘오큘러스 퀘스트 2’는 1700만 대가 판매되며 이미 하드웨어 시장은 메타에 기우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MS가 최근 삼성과 협력해 생산하려는 홀로렌즈 3을 중단하고 AR·VR 하드웨어 개발팀을 해산하다는 소식은 사실상 하드웨어 시장에서 발을 빼려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이런 기류 변화는 최근 MS가 무려 687억 달러(약 93조원)를 들여 4억 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미국의 거대 비디오 게임 업체인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하는 사례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소프트웨어를 강화하는 쪽으로 메타버스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사진=마이크로소프트)
마이크로소프트는 소프트웨어를 강화하는 쪽으로 메타버스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사진=마이크로소프트)
하드웨어 대신 소프트웨어 전략으로 선회 중인 MS그렇다면 이번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를 통해 MS는 무엇을 얻을까.

사실 MS는 그동안 AR 헤드셋에 심혈을 기울여 왔지만 다른 제품군, 즉 엑스박스는 AR 헤드셋을 지원하지 않았고 이번에 인수할 액티비전 블리자드도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결국 MS는 이번 인수를 통해 자사의 게임 사업에 날개를 달 것으로 예상된다. 액티비전 블리자드가 지니고 있는 강력한 지식재산권(IP)이 핵심일 것으로 보인다. 구독형 게임 서비스 게임패스를 통해 제공할 수 있는 방대한 신규 프랜차이즈를 소유해 더 많은 사용자를 유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눈여겨볼 것은 온라인 비디오 게임은 이제 더 이상 사용자가 한 번 구매하는 게임이 아니라 사용자가 배틀 패스나 아이템 등 게임 내 콘텐츠를 계속 소비하게 되는 자체 생태계를 가진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게임 플랫폼을 소유해 수많은 사용자에게서 새로운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활용해 회사 가치를 더욱 높일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는 모바일·PC·콘솔·클라우드 전반에 걸쳐 MS의 게임 사업을 고도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메타버스 플랫폼과 연계해 간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메타버스는 2020년부터 차세대 인터넷 플랫폼으로 불리면 웹 3.0 기반의 가상과 현실을 연결하는 공간으로서 혁신적인 고객 경험을 제공해 줄 것으로 기대되는 신성장 산업이다.

하지만 최근의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악화에서 보듯 글로벌 시장 전망이 밝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 미국발 금리 인상, 글로벌 경제 침체 등 시장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가 산재해 있다.

메타버스 시장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확산이 점차 누그러지고 야외 활동과 대면 활동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도 온라인 소비 확산에 걸림돌이다. 무엇보다 기술적으로나 서비스 면에서 아직 시장과 고객의 니즈를 충족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 카날리스도 메타버스에서 추진되고 있는 사업은 2025년쯤 모두 종료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팀 쿡 애플 CEO도 일반 사람들은 메타버스가 무엇인지도 모를 것이라는 말로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오죽하면 메타버스를 아직 실용화가 되지 않았거나 실제 존재하지 않는 증기 제품이라고까지 할까.

다만 메타버스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라 현시점에서 무조건적인 비판보다는 장기적인 비전을 보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 특히 경쟁과 협력을 통해 몰입형 메타버스 생태계를 구축하고 플랫폼 간 상호 운용성을 제고한다는 측면에서 이번 메타버스 기업들의 협업 노력이 어떤 결실을 볼 수 있을지 지켜보자.

심용운 SK경영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