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뮤직 성장세 급증…‘끼워 팔기’ 비판 있지만 음원 소비 방식 변한 게 핵심
[비즈니스 포커스] 오랜 기간 멜론은 한국 음원 시장에서 절대 강자였다. 하지만 수많은 경쟁자의 출현으로 멜론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한국 음원 시장의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했던 위세는 위축되고 있다.많은 경쟁자 가운데 2016년 한국에서 공식 서비스를 시작한 ‘유튜브 뮤직’의 성장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 10월에는 유튜브 뮤직의 사용자 수가 멜론을 앞질렀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유튜브 영향력 앞세운 유튜브 뮤직
애플리케이션(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올해 10월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한 음악 스트리밍 앱을 조사한 결과 1위는 459만 명의 유튜브 뮤직이었다. 뒤를 이어 멜론 454만 명, 지니뮤직 232만 명, 플로 149만 명, 네이버 바이브 106만 명, 스포티파이 54만 명, 카카오뮤직 36만 명, 벅스 32만 명 순이다.
그간 유튜브 뮤직은 빠른 속도로 사용자를 흡수하며 멜론과의 격차를 줄여 왔다. 이에 따라 역전은 ‘시간문제’라는 예측도 나왔다.
사실 음원 사이트의 정확한 점유율은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다. 얼마나 많은 사용자가 음원 사이트를 사용하는지 구분하는 기준도 모호하다.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를 집계하는 곳도 있지만 보다 정확한 영향력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유료 가입자 수를 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정할 수 없는 것은 멜론의 하향세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와 비교해 사용자 수가 가장 많이 감소한 플랫폼은 멜론이었다. 멜론은 전년 동기 506만 명에서 454만 명으로 52만 명 감소했다. 그다음으로 사용자 수가 많이 감소한 앱은 지니뮤직으로 34만 명이 줄었다. 플로가 34만 명, 카카오뮤직이 20만 명, 벅스가 2만 명 감소했다.
이와 반대로 전년 동기 대비 사용자 수가 가장 많이 증가한 앱은 유튜브 뮤직이었다. 지난해 10월 348만 명에서 올해 10월 459만 명으로 111만 명 증가했다. 같은 기간 네이버 바이브는 83만 명에서 106만 명으로 늘었고 스포티파이는 49만 명에서 54만 명으로 늘었다.
한국에서 ‘음원 사이트’라는 플랫폼이 등장한 후 멜론은 항상 과반의 점유율을 기록해 왔다. 대중음악 시장에서 히트 여부를 평가하는 기준이 음반 판매량에서 음원 스트리밍 횟수로 바뀐 후 멜론의 영향력은 더 커졌다. 멜론 차트의 개편 기준에 대해 커다란 관심이 쏠릴 정도였다. 차트의 집계 기준에 따라 ‘음원 1위’라는 타이틀을 다느냐 마느냐가 걸려 있기 때문이었다.
멜론은 SK텔레콤이 출범시킨 음원 서비스다. 멜론은 통신사 제휴 할인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당시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음원 플랫폼 1위 자리를 차지했다. 2016년에는 카카오에 매각됐고 이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산하에 자리 잡았다. 높은 점유율을 무기로 카카오엔터의 현금 창출을 도맡았다. 당시 박정호 SK텔레콤 회장이 멜론 매각을 두고 ‘아쉬운 실수’라고 평가할 정도였다. 멜론 매각으로 음원 플랫폼의 중요성에 대해 뼈저리게 절감한 SK텔레콤은 ‘플로’를 론칭해 이 시장에 다시 뛰어들기도 했다.
영원할 줄 알았던 ‘멜론 천하’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전문 음원 플랫폼이 아닌 유튜브 뮤직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앞선 조사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최근 유튜브 뮤직의 사용자가 큰 폭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유튜브 뮤직은 유튜브에서 음악 재생 기능을 특화한 앱이다. 유료 구독 서비스인 유튜브 프리미엄을 쓰면 유튜브 뮤직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한국 음악 앱처럼 특정 곡을 재생하기보다 사용자 취향에 따라 재생 목록을 만들어 주는 ‘큐레이션’ 기능 위주로 만들어졌다. 광고 없이 음악을 들을 수 있고 음악을 오프라인에 저장해 감상할 수도 있다. 스마트폰 화면을 꺼 두거나 다른 앱을 재생할 때도 음악을 계속해 들을 수 있다는 점은 다른 음원 플랫폼과 큰 차이가 없다.
‘인앱 결제’로 더욱 불리해진 환경
유튜브 뮤직은 동영상 시장에서 유튜브의 영향력이 커짐과 동시에 점유율을 넓혀 가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음원 플랫폼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구글코리아가 정확한 한국의 가입자 수를 밝히지 않아 규모를 추산하기는 힘들지만 광고 없이 동영상을 즐길 수 있는 유튜브 프리미엄 가입자 수는 꾸준히 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한국 음원 이용자 3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1 음악 이용자 실태 조사’ 결과 응답자 중 35.5%가 유튜브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음악 스트리밍 및 다운로드 플랫폼으로 꼽았다. 이 가운데 유튜브는 29.2%, 유튜브 뮤직은 6.3%였다. 멜론의 점유율은 34.6%였다.
사용자들은 유튜브의 장점에 대해 팝송 등 해외 음원이 많고 음원으로 출시되지 않은 곡들도 들을 수 있다는 점을 꼽는다. 특히 한국 음원 사이트에서 저작권 때문에 들을 수 없던 곡들도 유튜브 뮤직에 가면 쉽게 찾을 수 있다. 동영상 플랫폼과 연계돼 곡 보유 수 만큼은 ‘최고’로 꼽힌다.
플랫폼 시장은 상위 포식자가 독식하는 경향이 있다. 이미 동영상 시장을 잠식한 유튜브의 영향력이 음원 시장까지 손을 뻗는다는 점에서 한국 음원 플랫폼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유튜브 뮤직에 대해 ‘끼워 팔기’라며 비판하는 상황이다.
구글의 인앱 결제 수수료 인상으로 한국 음원 사이트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 점도 멜론 등 한국 음원 플랫폼들의 점유율을 하락하게 하는 요인이다. 구글이 인앱 결제 정책을 도입하면서 앱 개발사들이 구글에 납부하는 수수료가 인상됐다.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졌다. 플로와 바이브 등이 이용권 가격을 15% 인상했고 멜론도 10% 인상을 결정했다. 반면 유튜브 뮤직은 이러한 제도에서 자유로웠다. 유튜브의 모회사가 구글이기 때문이다.
사용자의 이탈은 곧 음원 플랫폼의 영향력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전만큼 ‘멜론 1위’라는 타이틀이 커 보이지 않는 것도 멜론 점유율의 하락과 연관이 있다. 또 최근 팬덤의 ‘스트리밍’으로 특정 아티스트들의 곡이 차트 상위권을 다수 차지하고 있다는 것도 차트의 공신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반면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유튜브 콘텐츠의 영향력은 점차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Z세대들은 유튜브 쇼츠나 틱톡 등 쇼트 플랫폼 등에서 자주 들리는 음악을 즐기는 경향이 있다. 비단 Z세대가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음원 차트 상위권 음악보다 인공지능(AI) 등이 추천해 주는 취향에 맞는 음악들로 구성된 자신만의 플레이 리스트를 만드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이러한 음원 소비 방식의 변화는 한국 음원 플랫폼을 긴장시키고 있다. 음원 플랫폼 관계자는 “유튜브 뮤직의 영향력은 그간 한국에 진출했던 해외 플랫폼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한국 음원 플랫폼들도 추천 기능과 다양한 오디오 콘텐츠 등 콘텐츠 다각화에 힘쓰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