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대 마진 커지며 실적 올랐지만 주가 상승 폭은 더뎌…‘고배당주’의 가치는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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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의 은행 창구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은행 창구 모습. (사진=연합뉴스)
경기 침체로 기업들이 신음하고 있지만 올해 금융지주들 만큼은 최고 실적을 기록하면서 선전하고 있다. 이유는 고금리 기조에 따른 순이자 마진(NIM)의 개선 덕분이다. 금융감독원이 11월 17일 발표한 국내 은행의 올해 1∼3분기 이자 이익은 40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조9000억원 증가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기업의 실적이 좋으면 자연스럽게 주가 상승을 기대하게 된다. 특히 배당일이 가까워지는 연말은 고배당주가 더욱 주목받는 시즌이다. 대표적인 고배당주로 분류되는 은행주는 연말 재테크의 정답이 될 수 있을까.

실적 따라가지 못한 은행주

올해 은행주의 움직임은 ‘실적과 주가의 괴리가 두드러졌다’는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금융지주들이 매 분기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을 일궜다. 여기에 주당배당금(DPS) 상향과 중간 배당 실시,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한 주주 환원율 확대에도 나섰지만 주가는 주가순자산배율(PBR) 0.3~0.5배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실적과 주가가 동반 상승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NH투자증권은 그 이유에 대해 첫째로 금리 상승과 경기 침체로 인한 대출 건전성 악화 우려를 꼽았다. 금리가 상승했지만 동시에 예·적금 금리도 올랐기 때문에 은행들의 실질적 이익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둘째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 시중은행(금융지주)의 역할과 공헌에 대한 사회적 요구다. 정준섭 NH증권 애널리스트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 시중 은행의 역할은 주주 가치의 극대화라는 주식회사의 존재 목적과 충돌한다”며 “양호한 실적이나 주주 환원 확대보다 한국 경제의 위기 상황 탈피가 현 상황 타개에서는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을 거쳐온 은행주가 빛이 발하는 시기가 배당 기준일이 가까워지는 날이다. ‘찬바람이 불면 배당주를 사라’는 속설처럼 고배당주는 상대적으로는 안정적인 투자 수단으로 각광 받아 왔다. 은행·금융주는 대표적 고배당주다. 특히 지금처럼 주식 시장이 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매력은 더욱 두드러진다.

하지만 올해 연말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금리 상승으로 국고채 금리가 유가증권시장의 배당 수익률을 웃돌고 있다. 동시에 투자자들은 주식 대신 예금이나 채권 매수로 눈을 돌리고 있다.

11월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0월 17일부터 11월 15일까지 최근 한 달 동안 코스피 고배당 50지수는 4.76% 상승해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 12.10%, 코스피 200 상승률 11.39%를 크게 밑돌았다. 코스피 고배당 50지수는 유가증권시장 상장 종목 중 배당 수익률(주가 대비 주당 배당금의 비율)이 높은 상위 50개 종목으로 구성된 지수다. 현재 삼성전자·현대차·KB금융·신한지주·SK텔레콤·KT 등이 편입돼 있다. 시중 예금의 금리가 5%대에 달하고 채권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배당주가 코스피지수의 상승세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배당주를 눈여겨보는 투자자들은 옥석을 가려 내는 것이 중요하다. 대신증권은 작년 배당 성향이 과거 3년 평균 대비 증가한 기업 중 당기순이익이 과거 3년보다 10% 이상 증가하거나 전년 대비 30% 이상 급등한 기업을 유망주로 꼽았다.

유명 고배당주 내 올해 현금 배당 수익률 전망이 가장 높은 곳은 BNK금융지주(10.4%), 우리금융지주(10.1%), DGB금융지주(10.0%), JB금융지주(9.9%), 하나금융지주(9.0%), 금호건설(8.7%), IBK기업은행(8.5%), 동양생명(8.2%), KB금융(7.6%), 신한지주(7.3%), DB손해보험(7.3%), GS(7.0%) 등이었다. 금융주들이 대거 포함됨으로써 고배당주로서 매력은 여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신증권은 금융지주·은행을 추천 배당 업종으로 제시하면서 “이익 증가와 배당 성향 상향에 따른 DPS 증가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최근 매크로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지수 하락으로 은행주의 배당 수익률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달라진 은행의 체력, 내년 주가는 어떨까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올해 은행주의 예상 배당 수익률은 평균 연 8.5%, 하반기 7.3%로 여전히 높은 편이다. 특히 최대 9%의 배당 비율이 기대되는 지방 은행주는 여전히 고배당주로 꼽힌다. 최정욱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방 은행은 4분기에도 NIM이 시중 은행보다 큰 폭으로 상승할 것으로 추정되고 주가가 오랜 기간 장기 소외되면서 가격 매력도 부각됐다”고 강조했다. 11월 들어 지방 은행들의 주가 상승 폭이 컸는데 이는 지속적으로 발생하던 외국인 매도세가 뜸해지고 소폭이나마 한국 기관들이 매수세에 가담한 것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실적과 주가가 완전히 비례하지 않지만 다가올 내년은 어떠할까. 증권가는 은행주에 대해 실적이 선방함으로써 과거와는 달라진 기초 체력을 증명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에도 전반적인 금리 인상 추세에 따라 실적 선방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11월 24일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3.00%인 기준금리를 3.25%로 0.25%포인트 올렸다. 여전히 5%에 이르는 소비자물가상승률을 잡기 위한 조치로, 사상 처음 여섯 차례 연속 인상을 단행한 것이다. 금리 인상 여력이 아직은 남아 있다는 전제하에 은행의 NIM 상승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가올 내년은 금리와 원·달러 환율 안정, 소비의 회복도 기대된다. NH투자증권은 2023년 금융지주 5사(KB·신한·하나·우리·IBK기업) 합산 순이자 이익은 올해 대비 11.6% 늘어난 52조5000억원으로 추정했다. 다만 금리 상승과 경기 약화에 따른 대출 수요의 감소로 2023년 대출 성장률은 올해보다 1.8%포인트 하락한 2.7%에 그칠 것으로 예측된다.

[돋보기] “적극적 주주 환원 나서는 美 은행주 주목해야”

미국 중앙은행(Fed)이 세 번 연속 ‘자이언트 스텝’에 나서면서 은행들의 예대 마진은 더욱 벌어지고 있다. 미국 은행주 역시 예외는 아니다.

미국의 5개 주요 상업은행(뱅크오브아메리카·씨티그룹·JP모간·골드만삭스·모간스탠리)의 3분기 합산 순이익은 256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8% 감소했지만 전 분기 대비로는 6% 증가했다. 키움증권은 미국 은행주에 대해 주가는 조정 국면이 이어지고 있지만 양호한 실적을 바탕으로 10월 들어 10% 내외 상승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미국 은행주들은 선제적 충당금 적립을 통해 향후 경기 침체에 충분히 대비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예대 마진이 벌어지면서 미국에서는 은행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종목은 뱅크오브아메리카·웰스파고 등이 꼽힌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5대 종목 중 하나이기도 하다. 버핏 회장은 전통적으로 은행주를 다수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예대 마진이 벌어지는 시기 은행주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 은행주들은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JP모간에 대해 “배당 외에도 자사주 매입을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있다”며 “2021년 주주 환원 성향은 64.7%로 한국 은행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JP모간은 2000년대 정보기술(IT) 버블과 금융 위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 등 주당순이익(EPS)이 감소하는 시기에도 주당 배당금(DPS)을 유지했다. 또 지난해 6월 Fed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통과 이후 주당 배당금을 0.9달러에서 1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