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WS가 글로벌 매출 60% 차지…심영림 전무 영입하며 한국 사업 가속화
부동산 시장 하락기에도 서울 주요 업무 지구의 오피스 시장은 여전히 활기를 띠고 있다. 글로벌 종합 부동산 서비스 기업 CBRE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서울 A급 오피스의 평균 실질 임대료는 오르고 공실률은 낮아졌다. 공급은 적은데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재택근무가 끝나면서 사무실로 복귀하는 직원들이 늘었기 때문이다.CBRE코리아는 당분간 서울 오피스 시장의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보고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댈러스에 본사를 둔 CBRE그룹은 세계 최대 부동산 컨설팅 업체다. 상업용 부동산 투자 자문, 임대차 자문, 자산 관리, 오피스 컨설팅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 중이다.
CBRE그룹 전체 매출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사업은 글로벌 워크플레이스 서비스(GWS)다. 한글로 풀면 기업 부동산 통합 시설 관리다. 사무 공간이나 공장·연구소 등 기업 자산을 관리하고 비품 구매, 복리 후생 등 기업 총무팀의 역할을 대신하는 서비스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업체 중 시가 총액 1위를 달리고 있는 CBRE 전체 매출의 60%를 견인하는 사업이다.
CBRE그룹의 핵심 사업이지만 총무팀의 존재가 견고한 한국에서는 여전히 블루오션이다. 입지와 수익성이 최우선인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사람을 자본으로 하고 서비스가 중심이 되는 사업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재택근무가 끝나고 사무실 복귀가 가속화되면서 이 시장도 분주하다. CBRE코리아는 올해 GWS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지난 5월 위워크의 한국 시장 운영 총괄 및 디렉터를 역임한 심영림 전무를 영입했다. 심 전무는 위워크 재임 시절 위워크코리아 실적을 아시아·태평양 시장 1위로 올리며 리더십을 인정받았다. 이전에는 프라다·버버리·나이키 등 다양한 글로벌 패션 브랜드를 두루 거친 리테일 전문가다.
심 전무는 “리테일은 상품과 마케팅이 비즈니스 성패를 좌우하는 시장이었다면 기업 부동산 통합 관리 서비스는 사람과 서비스가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며 “글로벌 기업을 관리하며 쌓인 CBRE의 운영 노하우와 자원을 바탕으로 한국에서 GWS 사업 비율을 높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CBRE코리아 GWS팀과의 일문일답.
-CBRE코리아 GWS 팀을 간단히 소개해 달라.
“기업 부동산 통합 관리 서비스팀은 기업의 총무팀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정보기술(IT) 기업은 IT 서비스에, 제약 회사는 의약품 연구·개발에, 금융 회사는 금융 서비스에만 집중할 수 있게 본업 이외의 업무들을 관리하고 처리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끼리는 기업의 살림을 도맡는 살림꾼이라고 칭한다. 현재 한국에서는 150여 명의 전문 인력이 40여 개 이상의 고객사와 300개 이상의 현장을 관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서비스를 하나.
“빌딩 및 오피스, 리테일, 제조 및 생산 공장, 연구실, 캠퍼스와 같은 시설에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시설 관리는 크게 소프트 서비스와 하드 서비스로 나누고 있다. 소프트 서비스는 시설을 좀 더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용역 서비스를 의미하고 사무실 청소·미화, 리셉션 서비스, 식물 관리, 정수기·공기청정기 렌털·관리 등이 포함된다. 하드 서비스는 건물에 물리적으로 설치된 시설 장비를 관리하는 일을 의미한다. 데이터센터 유지·보수, 냉난방기 유지·보수, 보안 시스템 유지·보수 등 전문성이 필요한 업무들이 포함된다. 기술적인 부분의 서비스가 필요하면 엔지니어 경력을 가진 직원이 상주해 기술적인 서비스를 상시 제공한다. CBRE는 전 세계에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보통 글로벌 계약에 따라 CBRE 소속 인력이 고객사에 상주하며 관련된 전문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사가 얻는 이득은 무엇인가.
“비용 절감과 효율성이다. CBRE는 각 계약모델에 따라 고객사의 비용 절감을 달성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CBRE 글로벌 공급망을 통해 구매 비용 절감, 서비스와 생산성의 최적화를 통한 비용 절감, 그리고 에너지 비용 절감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또 고객사가 CBRE 한 곳과만 계약하면 보안·미화·리셉션 등 따로 관리되던 많은 협력사를 하나로 통합 관리할 수 있다. 고객사는 주력 비즈니스에만 집중할 수 있고 CBRE의 협력사 풀을 통해 경쟁력 있는 가격에 전문 업체의 서비스를 받아 볼 수 있어 인적 자원 관리 면에서 효율적이다. 기업이 생산성을 높이고 운영에 드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시설 관리 이외에는 어떤 일을 하나.
“회사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모든 활동을 지원한다. 고객사가 원하면 기업 특성이나 계약에 따라 근무 환경 관리와 복리 후생 지원 등 기업문화팀이 하는 일도 맡고 있다. 워크숍·파티 등 행사를 주관하거나 지원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 근무하는 직원 중에는 승무원 등 독특한 이력을 가진 인재들도 있다.”
-주로 어떤 기업들이 GWS 서비스를 찾나.
“업종별로 8개 섹터로 나눠 운영하고 있다. 금융·IT&테크·생명과학·헬스케어·물류·리테일·에너지&오일가스·공공 기관이다. CBRE코리아에서는 현재 공공 기관을 제외한 모든 업종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업종별로 서비스를 특화한 이유가 있나.
“산업군에 따라 우리가 집중해야 하는 서비스 항목이 다르다.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와 직군·연령대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 운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예를 들어 게임 회사나 IT 기업은 무엇보다 직원 복지에 신경을 많이 쓴다. 개발자들은 회사에서 오랜 시간 근무하는 환경이 조성돼 있어 1인당 사무실 면적이 넓고 회사 내 복지를 위한 공간도 많이 조성해야 한다. 매월 직원들을 위한 이벤트와 연말 파티, 여름 워크숍 등 기업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일들도 트렌드에 맞게 기획하고 진행하고 있다. 제약회사나 금융회사는 안전이나 보안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코로나19 기간에 제약회사는 방역에 대한 기준이 다른 업종보다 훨씬 높았다. CBRE는 서비스 수준 협약(Service Level Agreement)이라고 해서 통상 글로벌 고객사가 요구하는 수준으로 협약으로 체결하고 분기마다 고객사의 만족도를 핵심 성과 지표를 통해 조사하며 요구를 반영하고 있다.” -한국에선 여전히 총무팀을 뽑아 보수적으로 운영하는 분위기다. 이유와 개선 방법이 있나.
“한국은 아직 도급 계약에 익숙하지 않다. 많은 한국 기업들이 미화·보안·시설로 표현되는 한국의 시설 관리 모델에 익숙하다. 또 지금까지 GWS에 대한 서비스나 마케팅을 본격적으로 진행하지 않아 서비스를 알릴 기회가 많지 않았다. GWS는 전 세계 CBRE 매출에서 60%를 차지할 만큼 중요한 사업이다. 그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쌓인 운영 노하우와 데이터·자원이 집약돼 있다. 고객사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가 글로벌 표준에 맞춘 운영 노하우를 제안할 수 있을 정도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시스템이 곧 우리의 강점이다. 에너지 절감과 비용 절감 등을 통해 기업의 이익뿐만 아니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도 기여할 수 있다. 한국에서 기업 부동산 통합 관리 서비스는 여전히 블루오션이다. 아직 잠재 고객들에게 우리 존재를 알릴 기회가 많이 남아 있다.”
-팀을 이끌게 된 심 전무는 리테일 분야에서 오랜 기간 경력을 쌓아 왔다. 이 같은 경험을 기업 부동산 관리 사업에는 어떤 식으로 녹일지 궁금하다.
“GWS 사업은 리테일과 마찬가지로 모든 비즈니스 활동이 현장에서 이뤄지는 현장 중심 구조다. 리테일은 헤드 조직이 본사에 있고 사실상 모든 경제 활동은 매장에 파견된 직원들이 제품을 가지고 고객을 상대하면서 이뤄진다. GWS 사업도 마찬가지다. 본사에 있는 플랫폼 조직은 현장에 나가 일하는 직원들이 우리 가치와 서비스를 잘 실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현장 직원들의 독립심과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장 직원들은 다른 회사에 가서 일하기 때문에 때때로 ‘내가 이 조직에 속한 사람이 맞나’ 하는 혼란을 느낄 수 있다. 사람의 가치가 무엇보다 중요한 조직인 만큼 소속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 또한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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