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E 게임 선두주자 위메이드 "가처분 소송할 것"
국내 게임업계, 암호화폐 근간 P2E 게임 사업 제동 불가피

 위믹스 결국 '상장폐지'…국내 게임사들에 불똥 튈까
한국의 P2E(Play to Earn) 게임의 대표 주자인 위메이드가 발행한 암호화폐 ‘위믹스’가 11월 24일 업비트 등 국내 주요 거래소에서 상장폐지 결정을 받은 이후 후폭풍이 심상치 않다. 상폐 결정 직후 위믹스 가격은 70% 가까이 급락했으며, 위메이드 주가 또한 폭락했다. 위믹스 상폐 쇼크는 국내 게임 업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컴투스홀딩스를 비롯해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등의 주가가 모두 크게 하락했다. 이들 게임업체들은 차세대 먹거리로 앞세우고 있는 P2E 공략을 위해 자체 암호화폐를 발행한 곳들이다. 실제 위믹스 사태 이후 이들 업체들이 발행하고 있는 암호화폐의 가격 또한 크게 출렁이는 중이다. 게임업계 차세대 먹거리 P2E 사업 ‘빨간불’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의 시작과 함께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게임은 실내 활동 증가의 수혜를 본 대표적인 산업으로 거론돼 왔다. 이에 힘입어 한국의 게임사들 역시 2020년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화려한 시절은 얼마 가지 못했다. 대표적인 성장주로 주목을 받았던 국내 게임업체들은 ‘혁신의 부재’로 인해 큰 비판에 직면한 것이다. 그 비판의 핵심에 자리한 것이 P2W(pay to win) 과금 모델이었다. 게임에서 승리하는 데 필요한 혜택(아이템)을 현금으로 구매해야 이길 수 있는 구조다. 2000년대 후반 이후 ‘한국형 게임’의 수익 모델로 굳건히 자리 잡은 P2W 모델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지며 게임 유저들의 거센 반발해 직면해야 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국내 게임업체들이 차세대 핵심 사업으로 점 찍은 것이 다름아닌 P2E(pay to earn) 모델이었다. 더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야 더 강한 캐릭터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은 P2W과 동일하지만 이를 게임 밖의 세계로 이동해 환금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메타버스’와 연결된다.바로 이 메타버스 세계에서 경제 활동을 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암호화폐’다. 위메이드의 ‘위믹스’, 컴투스의 ‘엑스플라’, 네오플라이 ‘네오핀’, 넷마블의 ‘마브렉스’ 그리고 카카오게임즈의 ‘보라코인’ 등 국내 게임업체들 상당수가 자체 암호화폐를 발행하고 있는 이유다.

위메이드는 한국 P2E 게임의 선구자로 일컬어져 왔다. 지난해 출시한 위메이드의 ‘미르4’는 한국에서는 미풍에 그쳤지만 ‘미르4 글로벌’은 동시 접속자 130만 명을 돌파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P2E 요소를 도입한 것이 인기의 주 요인이었다. 쉽게 말해 암호화폐인 위믹스를 게임과 결합해 아이템과 캐릭터를 사고팔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위메이드는 암호화폐인 위믹스를 발판으로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장해 왔다. 위믹스를 담보로 대출을 받거나 위믹스를 현금화해 회사를 인수하기도 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위메이드는 최근 다른 게임들에서도 위믹스를 게임 화폐처럼 사용할 수 있는 연합체를 구축함으로써 ‘위믹스 생태계’를 키우는 데 많은 공을 들여왔다. ‘디지털 이코노미 플랫폼’으로의 도약을 꿈꾸는 위메이드 사업의 핵심은 ‘위믹스 생태계’의 기축통화 역할을 하는 위믹스다. 지난 11월 24일 위믹스의 상장폐지 소식이 국내 코인업계는 물론 게임업계에도 강한 충격을 주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위메이드는 이번 상장 폐지 결정과 관련해 불복 의사를 밝히고 "가능한 모든 수단을 통해 거래 지원을 유지할 수 있도록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각 거래소를 상대로 위믹스 상장폐지 조치를 취소해 달라는 취지의 가처분 소송을 준비 중이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지난 11월 25일 열린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사업의 중심 축이 이미 해외로 옮겨진 지 오래다”며 “이번 상폐 결정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P2E 게임은 국내에선 불법이다. 이로 인해 그 동안 국내 게임업체들은 P2E 사업의 경우 국내 보다는 해외에서의 사업에 무게중심을 둬 왔다.
위믹스의 상장폐지가 결정된 다음 날인 11월 25일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가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위믹스의 상장폐지가 결정된 다음 날인 11월 25일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가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외부의 시선은 다르다. 암호화폐를 근간으로 하는 P2E 게임 사업에 제동이 걸린 상황에서 위메이드뿐 아니라 ‘P2E 대전환’을 추진 중이던 국내 게임 업체들의 타격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상장폐지 결정의 영향으로 위믹스 플랫폼에 대한 불확실성 증대는 불가피하다”며 “위메이드 뿐 아니라 자체 발행 암호화폐와 관련한 국내 게임사들의 부담 증가로 P2E 대전환을 중심축으로 한 플랫폼 확장세는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번 위믹스 쇼크로 인해 이른바 ‘위믹스 모델’을 따라 준비하던 여러 후발주자들 또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게임업체에서 발행한 암호화폐에 대한 ‘불신’이 확산할 경우 국내 게임업체들 또한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위메이드와 함께 P2E 게임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 온 대표적인 업체가 컴투스그룹이다. 지난 11월 9일 첫 엑스플라 메인넷 기반 게임 '안녕 엘라'가 출시하는 등 ‘엑스플라 생태계’를 확장하는 데 박차를 가해 왔다. 이와 함께 엑스플라를 활용해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디지털 콘텐츠 개발에 나서는 등 여러 기업들과 투자 협력을 통해 엑스플라 생태계를 키우는 데 공을 들여왔다. 하지만 최근 엑스플라가 상장해 있던 FTX 파산 사태에 이어 위믹스 쇼크까지 겹치며 큰 타격을 받게 됐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2월 ‘보라 2.0 파트너스데이’ 간담회를 개최하고, P2E 게임 사업 청사진을 공개하며 P2E 사업에 본격적으로 발을 뗀 상황이다. 지난 4월 카카오게임즈의 게임 전문 개발 자회사인 메타보라(구 프렌즈게임즈)가 개발한 첫 P2E 게임인 ‘버디샷’을 보라 플랫폼에 온보딩하는 등 생태계 확장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이미 루나 사태로 암호화폐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가 바닥을 친 상황에서 위믹스 쇼크까지 불거지며, 당분간 국내 게임업체들이 P2E 게임에 공격적으로 투자를 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학교 교수)은 "이번 위믹스 쇼크를 계기로 P2E에 대한 의구심이 더욱 커지게 됐다”며 "지금과 같은 상항에서 P2E 국내 사업은 상당히 어려울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