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사 외국에서만 P2E 서비스…시대에 맞게 규제 개선 필요해

[지식재산권 산책]
한국에서 P2E는 정말 불가능한 것일까[김우균의 지식재산권 산책]
‘P2E(Play to Earn)’, ‘L2E(Leann to Earn)’, ‘C2E(Create to Earn)’, ‘M2E(Move to Earn)’···.
제공된 서비스나 플랫폼 안에서 놀면서, 공부하면서, 창작하면서, 운동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비즈니스 모델들을 일컫는 말이다. 잘 만들어지기만 한다면 그야말로 멋진 일이다.

종전에는 이용자들의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활동으로 창출된 수익을 오로지 서비스 제공자나 플랫폼이 독식했다면 이제는 이용자들이 기여한 만큼 분배 받을 수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는 가상 세계에서의 활동이 현실 경제로 연결되는 진정한 메타버스가 구현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국 게임사들은 P2E 게임물들을 외국에서만 서비스하고 있다. P2E 게임물이 한국에서는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말 우리 현행법상으로는 P2E 게임물이 절대적으로 금지되는 것일까.

‘스테픈’이라는 M2E(Move to Earn) 애플리케이션(앱)이 있다. 이 앱은 운동화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을 구매한 후 야외에서 달리기나 걷기를 하면 운동화 특성과 레벨에 따라 게임 내 토큰을 얻을 수 있고 자신이 성장 또는 합성한 운동화 NFT를 팔아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올해 4월 게임물관리위원회는 M2E 앱인 ‘스테픈’을 ‘게임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산업법)’에 따르면 게임물은 오락과 여가 선용이 주가 돼야 하는데 ‘스테픈’은 일부 게임성이 있지만 이것이 주된 요소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다. 게임물이 아니라면 ‘게임산업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고 따라서 게임물의 이용을 통해 획득한 결과물을 환전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게임산업법 제32조 제7호)의 적용도 없게 된다.

그런데 정작 게임산업법은 게임물을 “오락을 할 수 있게 하거나 이에 부수하여 여가 선용, 학습 및 운동 효과 등을 높일 수 있도록 제작된 영상물”이라고 같이 정의하고 있다(게임산업법 제2조 제1호). 운동 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제작된 ‘스테픈’이 왜 게임물이 아니라는 것인지도 의문이고 위와 같은 지나치게 포괄적인 규정이 현실에 부합하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앞서 본 게임산업법 제32조 제7호는 “누구든지 게임물의 이용을 통해 획득한 유무형의 결과물(점수·경품·게임 내에서 사용되는 가상의 화폐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게임머니 및 대통령령이 정하는 이와 유사한 것)을 환전 또는 환전 알선하거나 재매입을 업으로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리고 대통령령에서는 위 ‘유무형의 결과물’을 “게임물을 이용할 때 베팅 또는 배당의 수단이 되거나 우연적인 방법으로 획득된 게임머니”와 같이 규정하고 있다(게임산업법 시행령 제18조의3 제1호). 바로 이 법령이 한국에서 P2E가 금지된다고 보는 핵심적인 근거다.

그런데 우리 법원은 ‘리니지’라는 게임에서 사용되는 ‘아덴’이라는 게임머니가 위 법령상의 환전 금지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로 판단한 바 있다.

해당 사건에서는 ‘아덴’이 ‘우연적인 방법으로 획득된 게임머니’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됐는데 법원은 “‘리지니’ 게임의 게임 방식, 아덴을 획득하는 방법 등을 고려해 볼 때 아덴의 획득에는 우연적인 요소보다는 게임 이용자들의 노력이나 실력, 즉 게임에 들인 시간이나 그 과정에서 증가되는 경험이라는 요소에 의해 좌우되는 정도가 더 강하므로 아덴을 우연적인 방법에 의해 획득한 게임머니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해 피고인이 ‘아덴’을 환전해 준 행위를 무죄로 판결했던 것이다(부산고등법원 2009노99판결, 대법원 2009도7237 판결).

P2E나 M2E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이용자들이 서비스 내 토큰을 얻는 방법이 이용자들의 노력이나 실력, 들인 시간이나 그 과정에서 증가되는 경험이라는 요소에 의해 좌우되는 정도가 강하다면 이 토큰을 환전하는 행위를 무조건 불법이라고 할 수는 없어 보인다.

시대와 환경이 바뀌고 있고 사람들의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현실에 부합하는 규제 개선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점이 아닌가 한다.

김우균 법무법인(유) 세종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