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에게 집착하는 아마존의 일상화된 ‘직원 착취’…비현실적인 목표 달성 압박 “다시는 일하고 싶지 않은 곳”

[비즈니스 포커스]
직원 3분의 2가 3개월도 못 다니는 아마존…무슨 일이
2018년 글로벌 비즈니스 플랫폼인 링크트인의 조사 결과 ‘세계에서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은 세계 최대 온라인 기업 아마존이었다. 하지만 4년여가 흐른 지금 이와 같은 아마존의 명성은 완전히 사라졌다. 오히려 ‘이직률’이 높은 기업이라는 악명이 자자하다. 아마존의 혹독한 업무 환경은 지난 2~3년 사이 꾸준히 언급돼 왔다. 특히 ‘아마존’의 배송 혁신의 출발점이자 핵심이랄 수 있는 거대한 물류 창고 내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열악한 처우는 여러 차례 문제가 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유출된 아마존 내부의 고용 보고서에 따르면 아마존 창고에서 일하는 직원뿐만 아니라 기술직이나 사무직에 근무하는 직원들까지 문제가 상당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난다.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의 미래를 위협하는 가장 큰 위험 요소로 ‘아마존의 혹독한 업무 문화’가 지목되고 있다.
아마존 신입 직원 3분의 2가 90일 전 퇴사
지난 6월 미국의 정보기술(IT) 전문 매체인 엔가젯은 아마존 내부 문건 하나를 단독으로 입수해 보도했다. 아마존의 ‘2021년 고용 보고서’였다. 지난 1월 작성돼 아마존 경영진에게 보고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보고서의 내용이 상당히 충격적이다. 물류 창고에서 일하는 하급 직원은 물론 임원직에 이르기까지 지난해 새로 채용된 임직원 가운데 세 달 이상 근무한 사람이 ‘세 명 중 한 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사실 아마존의 혹독한 업무 환경은 오랫동안 비판을 받아 왔다. 뉴욕타임스·워싱턴포스트·월스트리트저널 등은 지난해부터 아마존 물류 창고 직원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과 함께 심각한 인력 유출 문제를 지적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아마존의 연간 이직률은 150%에 달하는데 이는 미국 내 물류·유통업계 평균의 거의 2배에 가까운 수치다.

아마존 물류 창고 직원들의 처우와 관련해 가장 비판을 받는 것은 ‘낮은 임금’과 함께 ‘업무 할당량’ 제도다. 아마존 물류 창고 직원들의 평균 임금은 시간당 18달러로, 월마트의 숙련된 물류 창고 직원들이 시간당 25달러의 임금을 받는 것을 고려하면 매우 낮은 편이다. 그럼에도 아마존은 업무 강도가 매우 높기로 악명이 높다. 아마존은 물류 창고 직원은 물론 배달 직원들에게 각각 ‘업무 할당량’을 부과하는 관행이 있다. 이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해고다. 아마존의 직원들은 회사 측이 이 비현실적인 목표를 할당량으로 제시하며 직원들에게 지나친 업무를 강요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여 왔다. 여기에 더해 곳곳에 인공지능(AI) 카메라 등을 통해 직원 행동 하나하나에 점수를 매기며 관리하는 방식 또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아마존은 지난해 토네이도가 발생한 상황에서도 물류 창고 직원들에게 업무를 강요했다가 창고가 무너지며 직원 6명이 사망하는 사고를 겪었다. 이와 같은 사고가 반복되며 지난 4월 1일에는 ‘30년 무노조’ 역사를 깨고 아마존 물류 창고 노조가 처음 결성되기도 했다. 하지만 아마존 물류 창고의 혹독한 업무 환경은 바뀌지 않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와 같은 인력 유출 문제가 아마존 물류 창고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번에 유출된 내부 고용 보고서에서는 ‘자발적인 퇴사자’와 ‘비자발적 퇴사자’를 구분하고 있다. 그런데 ‘자발적인 퇴사자’의 비율이 정리 해고 등을 통해 퇴사한 비자발적인 퇴사자보다 두 배 이상 높다. 또 이 같은 현상이 직위를 막론하고 전 부서에서 나타나고 있다. 보고서는 아마존 내부의 직급에 따라 물류 창고 직원(1급)부터 임원급까지 총 10단계로 구분하고 있는데 전 직급에 걸쳐 자발적인 퇴사 직원의 비율은 최소 69.5%에서 최대 81.3%까지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이로 인해 아마존이 감당하게 될 비용이다. 보고서는 “아마존과 아마존 주주들은 높은 이직률로 인해 연간 80억 달러(약 11조4500억원) 규모의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며 “아마존이 이와 같은 고용 형태를 지속한다면 2024년에는 충분한 노동자를 고용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2021년 기준 아마존의 순이익이 33억6000만 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아마존은 지난해 순익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막대한 비용을 ‘인력 유출’ 문제에 대응하는 데 쏟아붓고 있는 셈이다. 이직률이 지금처럼 높은 상황이라면 아마존이 계속 새로운 직원을 고용한다고 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밖에 없다.
직원 3분의 2가 3개월도 못 다니는 아마존…무슨 일이
‘웰빙’ 없는 아마존의 업무 문화, 떠나가는 핵심 인력들
“알렉사팀에서 일했는데 다시는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아마존의 업무 문화는 잔인하고 항상 쫓기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아마존은 ‘민첩하고 효율적이다’는 말로 그들의 문화를 포장하지만 언제나 중요한 것은 높은 목표치를 제시하고 그것을 달성하는 것이었습니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면 팀 전체가 비난을 받고 낮은 인사 고과로 사냥을 당해야 하는 곳입니다.” (thegost404)

“아마존에서 2년을 일했는데 지금은 후회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초과 근무를 해야 했고 모든 업무를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해결해 내야 했습니다. 우리 팀의 절반 이상이 이직했는데 그러다 보니 끊임없이 사람이 들락날락했어요. 급여는 높았지만 스트레스가 너무 높아 1년 이상 이 일을 할 수는 없을 것 같았습니다.” (wyson9)

아마존의 고용 보고서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들이다. 아마존은 철저한 ‘고객 중심’ 문화로 유명하다. 모든 일을 진행하는 데 고객의 편의를 가장 먼저 생각하고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모든 사업의 중심에 놓는다. 이를 위해 고객의 데이터를 철저히 분석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아마존이 ‘고객’을 생각하는 것만큼 ‘직원’을 생각하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이 보고서는 현재와 같은 아마존의 고용 전략이 아마존 조직 전체는 물론 향후 미래 사업에 얼마나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요목조목 짚고 있다.

보고서는 특히 아마존이 직원 교육과 승진을 위해 기존의 데이터를 활용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는 아마존이 강박적으로 소비자 정보를 수집하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아마존 직원들이 퇴사를 선택하는 데 중요한 이유로 꼽는 것은 ‘승진이 되지 않는다’와 ‘경력 개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였다.

2021년 기준 물류 창고 관리팀장급 가운데 39%는 리더십 경험이 전혀 없는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한 신입 직원들이었다. 이는 기존 경력이 있는 팀장과 비교해 대졸 신입 사원의 임금이 더 낮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기존 경력이 있는 팀장들은 해마다 대졸 신입 사원들에게 밀려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와 같은 분위기에서 승진이 쉽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2021년에는 물류 창고 팀장 급 직원들 가운데 단 4%만이 승진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보고서에 따르면 이와 같은 문제는 물류 창고 근무 직원을 넘어 아마존 전 계열사에 걸쳐 만연한 문제로 지적된다.

아마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이로 인한 ‘핵심 인력’의 유출이다. 특히 아마존의 핵심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IT 인력들의 유출 문제가 심각하다. ‘아마존 경력’은 실리콘밸리 내 다른 IT 기업들에도 경력 사원을 채용하는 데 매력적인 조건이다. 아마존의 높은 업무 강도를 더 이상 견디지 못하는 직원들이 갈 수 있는 매력적인 일자리는 차고 넘친다. 아마존은 더 이상 ‘오래 일하기 좋은 직장’이 아니라 ‘짧게 경력을 쌓기 좋은 직장’이 돼 가고 있는 것이다.

아마존은 핵심 인력들을 붙잡기 위해 지난해 파격적인 연봉 인상 등을 내건 바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아마존의 업무 문화에 근본적인 변화를 시도하지 않는 한 아마존을 떠나가는 직원들의 발길을 붙잡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진행된 아마존의 대규모 인력 구조 조정은 아마존 내 직원들의 사기를 꺾는 데 결정타가 됐다. 아마존은 최근 경기 침체 등으로 인해 1만여 명에 달하는 인력을 감축했다. 아마존의 인력 감축은 개인별 업무 성과에 기반하기보다는 각 팀에서 운영하고 있는 사업의 성과에 따라 팀 전체를 내보내는 식으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력 구조 조정을 겪은 한 직원은 “지난 몇 달 동안 일자리가 없어질지도 모르는 불안감에 잠을 잘 수도 없을 만큼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이번에는 운 좋게 살아남았지만 언제 또 이와 같은 불안감을 겪어야 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미 아마존의 주요 투자자들 또한 아마존의 노동 관행에 대해 윤리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는 상황이다.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 이후 ‘직원’들에 대한 적절한 대우는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문제로 지적되며 그 파급력이 점차 커져가는 중이다. 아마존의 이번 인력 구조 조정이 아마존을 ‘살리는’ 길이 아니라 오히려 ‘아마존의 위기를 부추기는 길’이 될 수도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