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빨라지는 저출산·고령화…최다 인구 국가 타이틀도 인도에 내줄 듯

[글로벌 현장]
지난 11월 22일, 3년만에 재개된 중국 베이징 마라톤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11월 22일, 3년만에 재개된 중국 베이징 마라톤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중국의 인구는 960년 개국한 송나라 때 이미 1억 명을 넘었다. 1000년 넘게 세계 최대의 인구 대국 자리를 유지해 왔다.

풍부한 노동력과 광대한 시장은 중국의 성장 동력이었다. 그런 중국의 인구가 내년부터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세계 1위 인구 대국 자리도 인도에 내줄 것으로 관측된다. 저출산·고령화와 함께 노동력 감소 현상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이르면 2023년부터 인구 감소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최근 “14차 5개년 계획 기간(2021~2025년)에 인구 감소 단계에 진입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구 감소 전망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의 인구가 감소한다면 이는 ‘대약진 운동’에 따른 대기근으로 수백만 명이 굶어 죽은 1961년 이후 처음 발생하는 사건이다. ‘중국몽’을 내세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집권 3기(2022~2027년)에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더욱 눈에 띈다. 시 주석이 주장하는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 건설’의 가장 큰 걸림돌이 인구 감소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의 2021년 인구는 14억2586만 명으로 전년 대비 0.1% 늘었다. 이런 증가율은 1961년(-0.04%) 이후 가장 낮다. 1961년은 1949년 신중국 건국 이후 유일하게 인구가 줄었던 해다.

최근 중국의 인구 증가율은 2018년 0.6%에서 2019년 0.4%, 2020년 0.3% 등으로 가파르게 떨어졌다. 합계 출산율도 2018년 1.5명에서 지난해 1.2명으로 하락했다. 합계 출산율은 한 여성이 가임 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한다.

중국의 인구 감소는 30년 넘게 지속된 ‘1가구 1자녀’ 정책이 결정적 원인으로 꼽힌다. 중국의 연간 신생아 수는 1980년대 2000만 명을 훌쩍 넘었다. 하지만 1987년 2550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하향 곡선을 그려 왔다. 2000년대 들어선 1000만 명대로 떨어졌다.

2015년 1655만 명으로 줄었던 신생아 수는 1가구 2자녀를 허용한 2016년 1786만 명으로 반등했다. 하지만 이후 감소세는 더 가팔라졌다. 지난해에는 1가구 3자녀 정책을 시행했음에도 신생아 수는 1067만 명으로 줄었다. 기존 최소 기록이었던 1961년 1200만 명을 경신했다. 인구 1000명당 출생자로 계산하는 출생률은 2021년 7.52명으로 석유 파동이 있었던 1978년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유엔은 내년 인구가 중국은 14억2600만 명, 인도는 14억2800만 명이 되면서 인도가 1위로 올라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후에도 중국은 감소, 인도는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2050년에는 중국이 13억 명, 인도가 16억 명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고령화 속도도 빠르다.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에 따라 7% 이상은 고령화사회, 14% 이상은 고령사회, 20% 이상은 초고령사회로 구분한다.

중국은 2000년 고령화사회에 진입했고 2021년 65세 이상 인구가 처음으로 2억 명을 넘으면서 고령사회(14.2%)로 들어갔다. 초고령사회 진입 시점은 2033년 전후로 관측된다.

노동력을 뜻하는 생산 가능 인구(15~64세)도 빠르게 줄고 있다. 중국의 생산 가능 인구는 2013년 10억582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0년 9억6776만 명으로 떨어졌다. 전체 인구에서의 비율은 같은 기간 73.9%에서 68.5%로 내려갔다.

중국의 생산 가능 인구 대비 노인 인구(65세 이상) 비율인 노인 부양 비율은 2001년 10.1%에서 2011년 12.3%로, 2021년에는 20.8%로 급등했다. 노인 부양 비율이 20%를 넘은 것은 1990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과중한 부양 부담은 중국의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일본경제연구센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중국이 국내총생산(GDP)에서 미국을 역전하는 시점을 2033년으로 예상했다. 작년 말 내놓은 2028년으로 예측했다가 5년 뒤로 늦췄다. 또 중국과 미국의 경제력 차이는 2038년 5%포인트까지 벌어졌다가 다시 줄어들면서 2056년 미국이 중국을 재역전할 것으로 관측했다. 인구 감소에 따른 노동력 부족이 중국의 성장률을 떨어뜨린다는 설명이다.

레이먼드 융 ANZ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노동력 감소는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는 “부동산 침체나 제로 코로나19 통제에서 벗어난다고 하더라도 내년과 2024년 성장률이 4%대에 머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1000년간 세계 인구 1위’ 중국이 줄어든다 [글로벌 현장]

부자도 되기 전에 늙어

중국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발전 수준이 낮은 상황에서 노인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한 신조어가 ‘미부선로(未富先老)’다. 부자도 되기 전에 늙어 간다는 의미다. ‘미부선호(未富先豪 : 부자도 되기 전에 잘난 척한다)’라는 사자성어에서 나온 말이다.

중국에서 미부선로 문제를 공론화한 것은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다. 인민은행은 지난해 3월 중국 정부 기관으로는 매우 이례적으로 인구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중국 인구 모델의 인식과 대응 방안’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 보고서는 2019년 중국의 실제 출산율이 1.5명 이하로 정부 공식 통계인 1.8명보다 한참 낮다고 지적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인민은행은 65세 이상 인구 비율에 따른 고령화사회(7%)와 고령사회(14%) 진입 시점에서 중국의 1인당 GDP가 주요국에 비해 현저히 낮다고 진단했다. 같은 2000년에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한국은 당시 1인당 GDP가 1만2000달러였다. 중국의 2000년 1인당 GDP는 1000달러에도 못 미쳤다.

중국이 고령사회에 진입한 2021년 1인당 GDP는 1만2500달러로 아직 중진국에 머물러 있다. 고령사회에 들어간 시점 기준 미국이 5만5000달러, 일본 4만3400달러, 한국 3만1300달러인 것과 격차가 크다.

청년 실업이 심각하다는 점도 문제다. 중국이 1가구 1자녀 제도를 시행한 1980년 이후 태어난 이들은 ‘소황제’로 불려 왔다. 이들 다수가 이제 결혼해 아이를 낳는 세대가 됐다. 부모와 친·외조부모 등이 지갑을 연다는 ‘식스 포켓’ 대우가 반전하고 있다. 형제가 없다 보니 부모를 혼자 부양해야 하는 데다 자신이 받은 것 이상을 아이에게 해 주려다 보니 등골이 휘는 것이다.

1980년대생들이 ‘낀 세대’가 되는 모습을 지켜본 1990년대 이후 세대가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고 성공도 포기하는 무기력이 확산하는 것도 중국의 위기로 꼽힌다. 저출산이 저출산을 부추기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는 얘기다.

1가구 1자녀 정책 아래 태어났던 1980년대 이후 세대는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낳으면서 부모와 자녀를 동시에 부양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2020년 기준 은퇴 연령(60세) 이상 고령자의 수입에서 가족 부양이 4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금은 25%, 노동 수입이 20% 순이었다.

중국은 인구 추세 감소를 되돌리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3자녀 출산을 허용했다. 사교육 억제, 집값 대책 등을 잇달아 내놓은 배경에도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1가구 1자녀 정책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낙태가 자유로웠던 중국에서 낙태 제한 정책도 등장하고 있다.

중국은 정년 연장도 추진하고 있다. 급속한 고령화로 연금 재원이 바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재정 악화는 중국 성장의 주요 축 중 하나인 인프라 투자의 동력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

중국의 정년은 현재 남성이 60세, 여성은 기본 50세에 간부급 또는 사무직이 55세다. 지난해부터 남성과 여성을 통일해 65세로 늘리자는 주장이 관변 학자들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청년 실업 문제도 심각한 데다 정년이 다가온 노동자들까지 반대하면서 지지부진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의 10월 청년 실업률은 17.9%로 전체 실업률(5.5%)보다 세 배 이상 높다. 내년 대학 졸업자는 1158만 명으로 역대 최대였던 올해보다 7%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중국)=강현우 한국경제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