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 속 변화’…미래 먹거리 찾기 위한·세대교체도 눈에 띄어

[비즈니스 포커스]
마무리 된 10대 그룹 사장 인사…핵심 키워드는
연말을 앞두고 주요 그룹의 사장단 인사가 거의 마무리됐다. 기업들은 경기의 불확실성을 대비해 변화보다는 안정을 추구했다. 그 폭은 크지 않았다. 주요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은 대부분 자리를 지켰다. 그래도 이 과정에서 미래 먹거리를 확보할 새 얼굴들도 등장했다. 대기업의 뉴 CEO와 사장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삼성전자, 첫 여성 사장 나왔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취임 후 단행된 첫 삼성 사장단 인사에서는 오너가 출신이 아닌 첫 여성 사장이 나왔다.

삼성전자의 2023년 정기 사장단 인사는 총 7명이 사장으로 승진하고 2명의 위촉 업무가 변경되는 등 9명 규모로 이뤄졌다. 삼성전자는 기존 ‘한종희-경계현’ 2인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함과 동시에 성과와 미래 대비를 바탕으로 이번 인사를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영희 DX부문 글로벌마케팅센터장은 글로벌마케팅실장 사장에 내정됐다. 이 사장은 로레알 출신의 마케팅 전문가로 2007년 입사 후 갤럭시 마케팅 성공 스토리를 만들었다. 삼성전자의 둘째 여성 부사장으로, 2012년 승진해 그동안 삼성의 첫 전문 경영인 여성 사장 후보로 거론돼 왔다.

김우준 DX부문 네트워크사업부 전략마케팅 팀장은 사장으로 승진, 네트워크사업부장을 맡게 됐다. 서울대 전자공학 박사 출신으로, 네트워크사업부 상품전략그룹장·차세대전략그룹장·전략마케팅팀장 등 주요 보직을 역임하면서 영업·기술·전략 등에서 비즈니스 성장을 주도했다.

남석우 DS부문 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 제조담당 신임 사장은 반도체 공정 개발·제조 전문가로 반도체연구소에서 메모리 전제품 공정 개발을 주도해 반도체 초격차 확보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송재혁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반도체연구소장 사장은 D램과 플래시 메모리 공정 개발부터 양산까지 반도체 전 과정에 대한 기술 리더십을 발휘, 메모리 사업 글로벌 1위 달성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았다.

SBS 보도국 부국장 출신인 백수현 DX부문 커뮤니케이션팀장 부사장과 중앙일보 편집국장 출신 박승희 삼성물산 건설부문 커뮤니케이션팀장 부사장도 각각 사장으로 승진했다.

양걸 삼성전자 중국전략협력실 부실장(부사장)은 중국전략협력실장(사장)을 맡아 중국 네트워크와 비즈니스 안목을 바탕으로 향후 반도체 이슈 등에 대응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최성한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은 삼성중공업으로 자리를 옮겨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최 부회장은 기존 삼성중공업 대표인 정진택 사장과 함께 사업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엔지니어링 대표에는 남궁홍 플랜트사업본부장이 사장으로 승진 내정됐다.
마무리 된 10대 그룹 사장 인사…핵심 키워드는
SK그룹은 대내외적으로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대비, 안정을 추구하기 위해 예년보다 소폭의 인사를 단행했다. 주요 계열사의 CEO들은 대부분 자리를 지켰다.

박성하 SK C&C 대표는 SK스퀘어 대표에 선임됐다. 박 대표는 투자 포트폴리오 설계나 디지털 신사업 발굴에서 뛰어난 역량을 인정받아 그룹의 핵심이자 투자 전문회사인 SK스퀘어로 이동했다. 공석이 된 SK C&C 대표는 윤풍영 SK스퀘어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사장으로 승진하며 맡았다.

이 밖에 그룹의 지주사인 SK(주)의 이성형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동훈 SK(주) 바이오투자센터장은 SK바이오팜 대표에 임명됐다. SK엔무브 사장에는 박상규 현 SK네트웍스 총괄사장을 선임하고 SK아이이테크놀로지 사장에 김철중 현 SK이노베이션 포트폴리오부문장을 승진 발령했다.

눈에 띄는 뉴 페이스들
마무리 된 10대 그룹 사장 인사…핵심 키워드는
예년보다 다소 이른 11월 인사를 단행한 현대자동차그룹도 ‘안정’에 방점을 뒀다.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은 현대차그룹의 넷째 외국인 사장이다. 푸조·아우디·벤틀리·람보르기니의 대표 디자이너였던 동커볼케 신임 사장은 2015년 11월 슈라이어 고문에 의해 현대차에 영입돼 현대차 수석 디자이너와 제네시스의 디자인 부문 총책임자를 맡았다.

이규복 부사장은 현대글로비스의 대표를 맡는다. 이 부사장은 그룹에서 미래 사업을 맡아 왔는데 현대글로비스의 사업 효율성과 기업 가치를 향상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됐다. 현재 현대글로비스는 본업인 자동차 운반에 더해 수소와 스마트 물류, 로보틱스 등 다양한 미래 사업을 추진 중이다.

LG에서는 여성 CEO가 탄생했다. 18년 동안 LG생활건강을 이끌었던 차석용 부회장이 은퇴하고 코카콜라 대표를 맡았던 이정애 부사장이 사장에 내정됐다. 이 사장은 LG생활건강 CEO를 맡아 화장품 사업의 장기적인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고 해외 사업 역량을 강화할 예정이다.

LG화학의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최고위기관리책임자(CRO)인 차동석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했고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장은 ‘글로벌 생활 가전 세계 1위’ 달성 공로를 인정받아 사장으로 승진했다.

신규 CEO로는 현신균 LG CNS D&A사업부장이 대표로 선임됐다. LG그룹의 광고 지주사인 지투알의 새 CEO에 박애리 지투알 어카운트 서비스1사업부문장이 선임됐다. 팜한농 CEO(전무)에는 김무용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 전무가 낙점됐다.
마무리 된 10대 그룹 사장 인사…핵심 키워드는

오너 3·4세 승진 두드러진 한화·GS

한화는 지난 8월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10월에는 삼남인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가 전무로 승진하는 등 사장단과 임원 인사를 모두 끝냈다.

김동관 부회장의 승진과 함께 김승모 한화건설 대표(사장),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사장), 류두형 한화 모멘컴 및 한화정밀기계 대표(사장) 등이 지난 8월 사장단 인사에 이름을 올렸다. 양기원 (주)한화 글로벌부문 대표, 정상철 한화솔루션 Q에너지 대표 등 1970년대생 두 명이 승진 인사에 이름을 올려 ‘세대교체’가 시작됐다는 평을 들었다.

유통 회사들은 일찌감치 진용 정비를 마쳤다. 신세계그룹 백화점 부문은 올해 최대 실적을 이끈 손영식 대표가 사장으로 승진했다. 신세계라이브쇼핑 대표에는 신세계까사 최문석 대표를, 신세계까사 대표에는 신세계라이프쇼핑 김홍극 대표를 선임했다. 신세계사이먼 대표에는 MD 전문가인 김영섭 신세계디에프 상품본부장(전무)을 내정했다.

이마트 부문에서는 스타벅스코리아 새 대표로 손정현 신세계아이앤씨 대표가 내정됐다. 신세계건설 대표에는 정두영 부사장을, 신세계아이앤씨 대표에는 이마트 지속가능혁신센터장인 형태준 부사장을 내정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11월 2일 사장단 인사를 마쳤다.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의 대표가 자리를 맞바꿨다.

김형관 현대삼호중공업 대표(부사장)는 사장으로 승진해 현대미포조선으로 옮겼다. 현대삼호중공업 대표는 신현대 현대미포조선 사장이 내정됐다. 또 이동욱 현대두산인프라코어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 현대제뉴인 대표를 맡기로 했다. 최철곤 현대건설기계 대표 부사장도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