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행성 등의 발견과 궤도 추적 연구 추진…궤도 변경 기술도 개발 중
SF 영화 ‘딥 임팩트’와 ‘아마겟돈’은 지구로 날아오는 소행성을 핵폭탄으로 파괴해 지구 충돌이란 대규모 재난을 방지하는 내용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영화의 소재가 된 소행성의 지구 충돌은 초신성 폭발, 블랙홀의 접근, 우주 방사선 피폭 등과 함께 지구를 위협하는 요인들로 간주한다.과학자들은 그중 발생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소행성을 비롯한 혜성과 운석 등 지구로 근접하는 천체, 이른바 NEO(Near-Earth Object)의 충돌을 꼽는다. 유명한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도 소행성 등 NEO 충돌을 지구에 대한 가장 큰 위협으로 봤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B612재단 등 관련 연구 기관들은 NEO 충돌이 언젠가는 발생할 것이므로 인류가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본다.NEO 발견과 궤도 추적 연구 추진소행성 등 NEO 충돌은 지표면에 강력한 충격파와 화재, 대형 쓰나미 등을 일으키거나 성층권에 먼지 구름을 형성시켜 태양을 차단해 기후 변화를 일으키는 식으로 초대형 재해를 일으킬 수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6600만 년 전 백악기에 공룡을 비롯한 지구상의 생명체 75%를 멸종시킨 것도 소행성 충돌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NEO의 지구 충돌은 현대에도 발생했다. 1908년 6월 소행성 또는 혜성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러시아 퉁구스카 지방에 떨어져 약 8000만 그루의 나무가 쓰러지고 450km 떨어진 지역의 기차가 탈선했고 수백km 떨어진 지방에서 목격될 정도로 거대한 검은 구름이 만들어졌다.
2013년 2월에는 러시아 서부 첼랴빈스크 지방의 대기권에서 지름 20m의 유성이 폭발해 공장 건물이 무너지고 1500여 명의 주민들이 다치는 사건도 있었다. 당시의 폭발력은 일본 히로시마에서 폭발한 원자 폭탄의 약 30배에 달했다고 한다. 지표면이 아닌 대기권에서 폭발하는 바람에 엄청난 재앙을 피했다고도 볼 수 있다.
미국 등 일부 국가들은 1990년대부터 NEO의 지구 충돌과 관련된 연구를 진행해 왔다. 일련의 연구들은 지구에 접근하는 천체의 발견과 이동 경로 분석 및 추적, 적절한 대응 방안 강구를 위한 천체의 구성 성분 분석, 지구 충돌 방지 방안 등으로 나뉜다.
NASA는 다방면에 걸친 NEO 충돌 관련 연구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진행된 천체의 발견과 추적 관련 연구를 통해 지구 인근에 있는 지름 1000m 이상의 대형 천체 중 95% 이상, 500~1000m 크기의 천체 중 80% 이상을 이미 발견하는 성과를 거뒀다.
NASA는 7년에 걸쳐 소행성의 성분을 분석하는 오시리스-렉스(OSIRIS-REx)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2016년 9월 소행성 베누(101955 Bennu)의 샘플 수집 임무를 띤 소형 우주선을 발사했다. 소형 우주선은 2018년 12월 베누 주변에 도착해 표면 분석 활동과 샘플 채취 테스트를 진행했고 2020년 10월 베누에 착륙해 샘플을 수집하는 데 성공했다. 베누의 샘플을 담은 지구 복귀 캡슐은 2023년 9월 지구 대기권에 진입할 예정이다.
더 나아가 2016년 지구방위합동본부(PDCO : Planetary Defense Coordination Office)라는 부서도 설립했다. PDCO는 지구로 접근하는 혜성이나 소행성을 발견하고 이동 경로를 분석, 추적한다. 유사한 활동은 유엔 산하의 국제소행성경보네트워크(IAWN)와 우주임무기획자문그룹(SMPAG) 등 국제적인 협력 차원으로도 확대했다. NEO 궤도 변경 기술도 개발되는 중NEO 중 지구에 너무 가깝게 접근하는 천체는 잠재적으로 위험하다는 뜻에서 지구위협천체(PHO : Potentially Hazardous Object)라고 불린다. PHO의 지구 충돌을 방지하려면 핵폭탄이나 우주선 등의 충격 장치 등으로 PHO를 파괴하거나 이동 궤도를 인위적으로 바꿔야 한다.
SF 영화에서 종종 등장하는 PHO 폭파는 핵무기나 우주선 충돌 등을 통해 거대한 NEO를 분해해 대기권에서 불타 없어질 정도로 작은 파편으로 만드는 데 초점을 둔다. 대형 PHO의 충돌을 방지하는 대신 작은 PHO의 충돌을 감수한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폭파 방식은 PHO가 밀도가 높고 단단한 성분으로 구성된 경우에 한정된다. 많은 혜성이나 소행성들은 중력으로 느슨하게 결합된 잔해 뭉치와 마찬가지여서 폭발이나 충돌에 의한 충격파로 파괴하기 어렵다. 그래서 다소 시간이 걸리지만 충돌 회피 효과가 더 큰 PHO의 궤도를 인위적으로 바꾸는 기술들도 많이 개발되고 있다.
PHO의 궤도 변경을 유발하는 동력원으로 핵폭발, 우주선 등의 물리적 충돌 장치, 중력 트랙터, 이온 빔, 태양 에너지, 재래식 로켓 엔진, 레이저 등을 사용하는 기술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어떤 기술이 더 효과적인지는 PHO의 질량이나 구성 성분, 기계적 강도 등에 따라 달라진다. PHO가 단단한 물체면 표면 또는 지하에서 핵폭탄을 폭발시켜 경로를 바꿀 수 있다.
PHO가 잔해 뭉치면 PHO 표면 위에서 핵폭탄을 폭발시키거나 우주선을 충돌시켜 PHO의 운동량을 직접 변화시켜 궤도가 바뀌도록 유도한다. PHO의 속성이 파악되지 않은 경우라면 직접 접촉하지 않고 중력장을 이용해 편향력을 바꿔 궤도 수정을 유도하는 중력장 방식이 유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태양 에너지를 일정 지점에 집중해 PHO의 표면을 기화시켜 추진력을 생성해 궤도를 수정하는 기술도 연구하고 PHO에 로켓을 부착시켜 다른 방향으로 이동하도록 하는 기술도 연구 중이다. 대부분 기술들은 이론적인 연구나 개념 연구 단계 등에 그치고 있지만 우주선 충돌을 이용한 궤도 변경 기술에 대한 실증 실험이 우주에서 실시됐다.
얼마 전 NASA는 지구로 접근하는 천체의 위협으로부터 지구를 지키는 기술의 실현 가능성을 점검하는 세계 최초의 실증 실험을 실시해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 이전에 진행된 현장 실험들이 모두 소행성이나 혜성에 접근해 이동 궤도를 측정하고 표면을 조사하거나 우주선을 착륙시켜 소행성의 구성 성분 샘플을 수집하는 데 그쳤고 우주선의 충돌 에너지로 NEO의 경로를 바꿀 수 있는지는 여전히 이론적 연구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행성 방향 전환 실험(DART : Double Asteroid Redirection Test)으로 불리는 실증 테스트의 핵심은 소행성에 탐사선 다트 임팩터(DART Impactor)를 충돌시켜 소행성의 궤도를 수정할 수 있는지를 점검하는 것이었다. 미연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충돌 대상은 지구에서 1080만km 떨어진 소행성 디디모스의 주변을 도는, 각종 잔해들로 구성된 지름 170m의 위성 디모포스로 선정됐다.
다트 프로젝트의 주인공인 다트 임팩터는 약 2.6m 크기에 무게 610kg의 소형 탐사선이었다. 탐사선은 태양의 위치를 감지하는 태양 센서와 행성의 위치를 탐지하는 스타 트래커, 광학 내비게이션용 카메라와 항법용 소프트웨어를 탑재해 스스로 NEO의 위치를 감지해 충돌하는 자율 항법 시스템을 갖춰 최종 충돌 과정까지 스스로 진입할 수 있었다. 다트 임팩터는 2021년 11월 발사돼 2022년 9월 초속 6.1km의 속력으로 디모포스와 충돌했다. 충돌 후 디모포스의 이동 속도는 떨어졌고 디디모스 주위를 돌던 디모포스의 궤도 반경도 감소했다.
궤도의 축소 규모는 NASA가 계획한 만큼 단축됐다. 그 결과 우주선 충돌로 PHO의 궤도를 계획대로 수정할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됐다. 유럽우주국은 다트 임팩터의 충돌이 유발할 장기적인 영향을 조사하기 위한 후속 프로젝트 헤라(Hera)를 추진하고 있다. 탐사선 헤라는 2024년 발사돼 2026년께 소행성 디디모스에 도착한다.
진석용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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