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집값 3~20% 하락…"수요 회복 기미 안 보인다"

“집은 내년 하반기 이후에 사세요” 전문가 5인 2023 부동산 전망
“집은 내년 하반기 이후에 사세요” 전문가 5인 2023 부동산 전망
“기다리는 것도 투자입니다.”
한경비즈니스가 전문가 5인에게 2023년 부동산 시장 전망과 주택 매매 시기를 묻자 5명 모두 ‘하락’이라고 입을 모았다. 부동산 지표가 모두 하락세를 가리키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올해 상반기부터 거래량이 감소하고 미분양이 증가하고 전셋값이 하락하는 등 부동산 지표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언제 멈출지 모르는 상황에서 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올랐고 경기 침체 우려로 매수세가 회복되기 어렵다는 진단을 내렸다. 가격 하락 폭은 3~20% 안팎 수준으로 내다봤다. 잠실·강남·동북권(노원·도봉·강북구) 등 지난해까지 집값 상승세가 가팔랐던 지역의 실거래가가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한 실거래가를 반영할 때 추가로 3~5% 이상 하락한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5명 중 3명이 3~5%의 크지 않은 낙폭을 예견했고 2명은 10~20% 이상의 급격한 하락을 예측했다. 지난 11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이었던 12억8220만원(KB부동산)짜리 아파트가 최소 3846만~2억5644만원 떨어지는 셈이다. 하락 기간도 내년을 넘어 내후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해 주택 매매 시기는 내년 하반기 이후를 추천했다. 강남, 가파르게 오른 만큼 가파르게 떨어질까서울에서는 강남·용산·잠실 등 가파르게 올랐던 지역이 큰 폭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강남은 가장 먼저 가파르게 오르고 가장 나중에 내린다”며 “지난해부터 지방을 중심으로 집값이 꺾이기 시작했으니 최근 고점 대비 실거래가가 20%씩 떨어지고 있는 강남과 잠실 아파트 실거래가가 지금보다 최대 10%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 대신 수요가 높은 지역이라 가격이 하락하는 만큼 투자 매력도는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한문도 연세대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은 고점 대비 최대 40%, 수도권은 고점 대비 최대 50%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단, “정부가 과도하게 무리해 양도세 감면 정책과 임대 사업자를 위한 혜택 정책을 시행한다면 일시적으로 반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올해 하락 폭이 컸던 지방은 내년 하락세가 안정될 수 있다는 예측도 있었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세종·대구 등 집값 하락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지방 일부 지역은 하락 폭이 다소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락을 예상한 전문가들은 고금리·고물가·경기 침체 등의 여파로 수요가 급격히 위축된다고 입을 모았다. 그중에서도 고금리는 가장 큰 하락 요인으로 꼽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사상 첫 6연속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되면서 은행들의 가계 대출 평균 금리는 10년여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이다. 그 결과 올해 집값은 금리 인상 기조와 겹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하락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금리인상 속도를 조절하고 있지만 최종금리 수준을 5.1%로 제시해 내년까지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때문에 내년 부동산 시장의 핵심 변수로 모든 전문가가 금리 인상 추이를 꼽았다. 이와 함께 정부의 규제 완화와 속도라는 답변도 많았다. 특히 2023년 5월 9일에는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 규제 유예가 종료된다. 정부가 올해 5월 10일부터 2023년 5월 9일까지 1년간 양도세 중과 규제를 한시적으로 유예한 상태라 5월 9일 이후에는 양도세 중과 규제가 다시 부활할 수 있다.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과천·성남·하남·광명)이 양도세 중과 규제를 받는 조정대상지역이다. 양도세 중과 규제 유예가 끝난 후 이 지역에서 다주택자가 집을 팔면 양도세 최고세율은 75%에 달한다. 현재 최고 세율은 45%다.

정부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율에 대해 내년 7월 세제개편을 통한 정확한 지침을 제시할 계획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양도세 중과 규제 유예가 일몰 시점인 내년 이후에도 계속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수도권을 비롯한 전 지역에서 부동산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양도세 중과 조치가 부활하면 매물이 더 마르고 시장 회복이 더딜 수 있기 때문이다.

임병철 팀장은 “2023년 5월 양도세 한시적 중과 유예가 종료되는 시점에서의 다주택자의 매물 출하량이나 2024년 4월 실시되는 총선에 따라 규제 또는 완화 정책의 기조가 바뀌거나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내년 하반기 급매·경매 기회 노려라부동산 시장 하락 전망의 이유를 사이클에서 찾는 전문가도 있었다. 고종완 원장은 “1986년 이후 아파트 가격이 5~7년 오르면 4~6년 정도 하락하는 패턴을 주기적으로 반복했다”며 “2014년부터 7년간 아파트 가격이 상승해 이 사이클의 변곡점이 올 때가 됐고 실제로 상승 국면에서 하락 국면으로 올해 페이지가 전환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의 선행지표인 주식시장이 다시 상승하기 전까지는 부동산 시장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덧붙였다.

주택 매매 시기는 대부분 ‘내년 하반기’를 꼽았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자산승계연구소장은 “서울은 2023년 하반기부터 저점 매수 전략을 잘 세워야 한다”며 “무주택자는 미분양 할인·급매물·경매 등으로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잡기 위해 대출 등 자금 계획을 꼼꼼히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한문도 교수는 “거래량 증가, 전셋값 상승, 미분양 감소 등 부동산 시장의 상승 전환 시그널을 잘 읽어야 한다”며 “부동산 지표가 회복될 것으로 보이는 2023년 말 이후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지금처럼 금리가 높고 가계 부채가 쌓이고 있는 시기에는 주택 구매 시기보다 개인의 상환 능력과 대출 비율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주택 구입 시기의 적절성보다는 주택 가격 대비 자기 자금 비율과 상환 가능한 수준에서의 여신(대출) 비율이 더 중요하다”며 “무주택자는 분양 시장 청약, 시중의 급매물·경매 등 가성비를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