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활황에 자산 급격히 늘어…같은 기간 부채 증가는 29.2% 수준
통계청은 최근 2022년 가계 금융 복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올해 3월을 기준으로 조사한 것이기 때문에 2017년 조사와 비교해 보면 문재인 정권 5년간 우리의 경제적 삶의 수준이 어떻게 변했는지 알 수 있기도 하다.
지난 5년간의 가계 성적을 한마디로 평가한다면 A학점이라고 할 수 있다. 자산 운용면에서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기 직전인 2017년의 가계 경상 소득은 5478만원이었는데 2022년에는 936만원(17.1%)이 증가해 6414만원에 달했다. 그런데 소득이 17.1% 늘어나는 동안 순자산은 44.4%나 증가했다. 소득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자산이 증가하는 속도가 빨랐다는 의미다. 가계가 자산 운용을 잘했다는 의미기도 하다.
물론 이는 모든 가계 구성원이 재테크의 달인이라는 뜻은 아니고 지난 5년간 부동산 시장이 활황을 맞으면서 가계 자산이 급격하게 불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와중에 적극적으로 자산을 늘린 가계도 있지만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었다는 것 하나만으로 자산이 저절로 불어난 가계도 있을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러한 자산 증가가 빚(부채)이라는 모래 위에 쌓아 놓은 누각은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5년간 가계 부채도 29.2%나 늘어났다. 하지만 순자산 증가율 44.4%보다는 훨씬 낮다.
더구나 지난 5년간 가계 평균 부채 증가액은 2071만원으로 가계 평균 순자산 증가액은 물론 금융 자산 증가액 2404만원보다 적다. 쉽게 말해 빚도 2071만원 늘었지만 저축과 같은 금융 자산은 그보다 더 늘었다는 뜻이다. 이런 평균적인 수치만 보면 가계 재무 상태는 비교적 건전한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한국인은 어떤 자산을 선호할까. 2022년 기준으로 한국 평균 가계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분석해 보면 총자산의 73.7%를 부동산에 담아 두고 있다. 나머지 22.1%는 금융 자산에 넣어 두고 있고 4.2%가 금과 같은 기타 실물 자산이었다. 한국 사람들의 압도적인 부동산 선호 사상이 통계에서도 확인되는 것이다.
그런데 2017년과 비교하면 흥미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다. 2017년 총자산에서 금융 자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25.1%였다. 그런데 2022년에는 22.1%로 5년간 3.0%포인트나 비율이 낮아졌다. 반면 부동산은 69.4%에서 73.7%로 비율이 4.3%포인트나 높아졌다.
이는 주식 투자나 예금의 이자 수급이 부동산 투자에 비해 자산 증가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지난 5년간 예금을 찾고 주식을 팔아 부동산에 투자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한마디로 부동산 선호 사상이 지난 5년간 더 심화됐다고 할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소득이 높다고 부동산 투자를 더 선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연간 소득이 1억4973만원에 달하는 소득 5분위, 다시 말해 소득 상위 20%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보면 전체 자산의 74.1%를 부동산으로 구성하고 있다. 그런데 그보다 소득이 낮은 소득 4분위(연간 소득 7649만원)는 73.2%, 소득 3분위(연간 소득 5036만원)는 72.2%, 소득 2분위(연간 소득 3080만원)는 73.1%로 큰 차이가 없다. 소득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전 계층에서 부동산 선호 현상이 꾸준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연간 소득이 1323만원밖에 되지 않는 소득 1분위는 총자산 중 부동산 비율이 무려 77.0%에 달한다. 이는 소득이 낮아도 부동산 투자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소득 1분위의 평균 나이는 65.7세다. 이미 은퇴해 소득이 줄어든 세대라는 뜻이다. 이들의 부동산 비율이 높다는 것은 은퇴 후에도 부동산을 처분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소득의 많고 적음과 부동산 보유 여부의 상관관계는 매우 낮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자산의 많고 적음은 부동산 보유 여부와 극명하게 비례한다.
총자산이 16억5457만원 정도가 되는 가계를 자산 5분위라고 하는데 이들의 총자산 중 부동산 비율은 무려 80.0%에 달한다. 이에 비해 자산 4분위(총자산 6억540만원)는 72.2%, 자산 3분위(총자산 3억1094만원)는 59.9%, 자산 2분위(총자산 1억4170만원)는 43.3%, 자산 1분위(총자산 2584만원)는 14.0%밖에 되지 않는다.
결국 돈을 잘 버는 사람보다 돈을 많이 모아 놓은 사람이 부동산 투자에 적극적이라는 뜻도 되지만 부동산 투자에 적극적인 사람이 자산이 많이 불어나 자산가가 됐을 수도 있다.
소득이 높으면 잉여 자금으로 투자해 자산을 불릴 수 있는 가능성은 높아진다. 하지만 반드시 소득이 높아야 투자해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고소득자(소득 5분위)이면서 부자(자산 5분위)인 경우는 한국 가구의 10.5%에 불과하다. 반대로 저소득자(소득 1분위)이면서 빈자(자산 1분위)인 경우도 10.4%에 불과하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많지는 않지만) 소득 1분위면서 자산 5분위에 속한 사람도 있고 소득 5분위의 고소득자이면서도 자산은 1분위에 있는 사람도 있다.
<표2>에서 노란색으로 표시한 것과 같이 소득 수준이 자산 수준으로 그대로 나타나는 경우는 38%에 불과하다. 투자를 잘해 자신의 소득 수준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자산을 가진 사람도 30%에 달하지만 본인의 소득은 높지만 그것을 지키지 못해 자산이 적은 사람도 32%에 달한다.
회사원이든 자영업자든 자신의 소득을 많이 늘리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적은 소득으로 많은 자산을 형성하는 경우는 <표2>의 통계가 아니더라도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투자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고 우리가 꾸준히 공부해야 하는 이유다.
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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