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금융지주 차기 회장에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 BNK도 ‘외부 인사’ 9명 후보 올라

[비즈니스 포커스]
농협중앙회 서대문 본사.(사진=한국경제신문)
농협중앙회 서대문 본사.(사진=한국경제신문)
연말부터 내년 초까지 금융지주에는 ‘인사 태풍’이 분다. 이번 인사가 더욱 주목받는 것은 윤석열 정부 들어 첫 금융업계 최고경영자(CEO) 인사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정부 출신 관료들, 이른바 ‘관피아’의 대거 입성을 우려하고 있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첫 시작으로 주목받았던 NH농협금융지주의 차기 회장에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낙점됐다. 손병환 현 회장의 연임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관료 출신’인 이 전 실장이 단독 추천되면서 사실상 차기 회장에 확정됐다.

연임 대신 새 리더십 택하는 금융지주들

행정고시 26회인 이 전 실장은 기획재정부 예산실장과 2차관, 미래부 1차관에 이어 박근혜 정부 당시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한 정통 경제 관료다. 1959년생으로 동아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이 전 실장의 약력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 출마 선언과 함께 공식 영업한 ‘1호 인사’라는 점이다. 이 전 실장은 대선 캠프 초기 좌장을 맡아 초반 정책 작업에 관여했고 당선인 특별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올해 하반기만 해도 NH농협금융지주는 현 손병환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이는 김용환·김광수 전 회장 등 과거 농협금융 회장이 2년 임기 후 1년 정도 연장한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손 회장이 1962년생으로 다른 금융지주 회장에 비해 젊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3분기까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등 성과도 거뒀기 때문에 연임 가능성은 높게 예상됐다.

손 회장은 2012년 농협중앙회가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하면서 농협금융이 출범한 이후 사실상 첫 내부 출신 회장이라는 ‘상징성’을 가진 인사였다. 그간 농협금융의 회장은 외부 인사들이 맡아 왔다.

이러한 성과와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최근 금융 당국을 중심으로 금융지주 회장 연임에 부정적인 기류가 흐르면서 외부 인사인 이 전 실장이 새 수장에 최종 낙점됐다. 여기에는 NH농협금융지주 지분 100%를 가진 농협중앙회의 의중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새 정부와의 원활한 협력을 위해 농협중앙회가 외부 인사의 손을 들어 줬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농협지주뿐만이 아니라 현재 공석인 타 금융지주 CEO 후보군에도 외부 인사들이 유력 인물들로 급부상했다는 것이다. BNK금융지주는 12월 13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CEO 후보군을 확정했다. 확정된 후보들은 그룹 계열사 대표 9명과 외부 자문 기관이 추천한 외부 인사 9명 등 총 18명이다.

관심을 끈 것은 외부 인사에 어떤 인물들이 포함됐느냐다. 앞서 BNK금융지주는 외부 인사도 회장 후보가 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꿔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후보군에 포함된 외부 인사 9명의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금융권에서는 빈대인 전 부산은행장, 손교덕 전 경남은행장을 비롯해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김창록 전 KDB산업은행 총재 등이 포함됐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당초 현 회장들의 연임이 확실시됐던 것과는 달리 금융지주들은 모두 새로운 수장을 택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조용병 회장이 물러나고 진옥동 현 신한은행장이 차기 회장에 낙점됐다. 금리 상승 등에 힘입어 올해 금융지주들은 대부분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사모펀드 논란과 각종 횡령 사고가 발생하면서 ‘공과 실’을 동시에 기록하게 됐다. 교체가 대세가 된 시점에서 정권과 밀접한 외부 인사들의 이름이 거론되면서 ‘관치 금융’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한편 BNK금융지주 CEO 추천 인사에 금융권 ‘올드 보이’들의 이름이 오르내리자 금융노조와 시민 단체를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조는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12월 12일 기자 회견을 열고 금융 분야에 정부 관료와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를 반대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