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간 과도하게 하락한 채권 금리…채권 매수는 금리 반등까지 기다려야

[머니인사이트]
사진은 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관계자가 5만 원 권 지폐들을 정리하는 모습. 2022.11.1
    hkmpooh@yna.co.kr/2022-11-01 15:25:02/
<저작권자 ⓒ 1980-202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사진은 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관계자가 5만 원 권 지폐들을 정리하는 모습. 2022.11.1 hkmpooh@yna.co.kr/2022-11-01 15:25:02/ <저작권자 ⓒ 1980-202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2000년대 이후 전 세계는 저물가를 고민했다. 기업들은 세계화로 중국 등 생산비용이 낮은 곳에서 제품을 생산했고 소비자들은 인터넷 쇼핑의 발달로 전 세계에서 최저가 물품을 구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전 세계는 다시는 경험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던 고물가 시대에 살고 있다. 물가 상승이 일시적이라고 언급하던 미국 중앙은행(Fed)은 2022년 3월부터 뒤늦게 금리를 인상했다. Fed를 따라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역사상 유례없는 속도로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한국의 상황도 다른 나라와 별반 다르지 않다. 한국의 물가 상승률은 6.4%까지 기록하면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를 겪었던 1997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역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50bp(0.50%포인트) 인상했다. 팬데믹 이후 0.5%까지 낮아졌던 기준금리는 1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3.25%까지 인상됐다.

빠른 금리 인상의 후폭풍으로 단기 자금 시장의 유동성 경색이 나타나고 있지만 한국은행의 방침은 명확하다. 단기 자금 시장의 금리 인상의 속도에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여전히 물가 중심으로 통화 정책을 운영해 나간다는 것이다.

한국의 소비자 물가는 고점을 확인했지만 여전히 한국은행의 물가 목표치(2%)를 웃돌고 있는 만큼 다수의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2023년에도 최소 추가 한 차례의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면 한국의 최종 기준금리는 최소 3.50%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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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상에 채권 투자 관심 중앙은행의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덩달아 상승한 것은 채권 수익률이다. 그간 기관투자가들만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채권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도가 매우 높아졌다. 2022년 1월부터 11월까지 개인 투자자들의 채권 순매수 규모는 4조5000억원으로 2021년 연간 19조6000억원에 비하면 4배 이상 증가했다. 자산 운용사들도 개인 투자자들의 채권 투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상장지수펀드(ETF)를 상장하며 관심을 고조시켰다.

개인 투자자들이 집중적으로 매수하는 채권은 만기가 2년 미만인 단기물과 만기가 30년을 초과하는 초장기물 채권이다. 같은 채권이지만 단기물과 장기물의 채권 투자하는 성향에는 차이가 있다.

만기가 짧은 단기물에 투자하는 주요한 원인은 만기까지 높은 이자를 받고 만기가 되면 원리금을 돌려 받겠다는 것이다. 만기가 짧은 채권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은 기준금리다. 최근 주식 시장 등 기존에 개인 투자자들이 활발히 참여했던 금융 시장이 부진하자 단기간 고정적인 수익률이 보장되는 짧은 단기물 채권 시장에 투자자들이 이동한 것이다.

반면 초장기물 채권을 투자는 안정적인 이자율과 함께 자본 차익(채권 가격 상승)을 얻기 위해서다. 단기물 채권과 달리 초장기물 채권의 금리는 통화 정책보다 향후 경제 전망에 더 영향을 미친다. 향후 경제 전망이 좋지 않으면 금리가 하락(채권 가격은 상승)하는데 2023년에 경기 침체 전망이 우세한 만큼 2023년 말 혹은 그 이후까지 고려하면 금리는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 금리와 채권 가격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10bp(0.1%포인트)의 채권 금리가 변동할 때 잔존 만기가 10년 남은 채권의 가격 변동 폭이 잔존 만기가 1년 남아 있는 채권의 가격 변동 폭보다 더 큰 점도 초장기물 채권을 매수하는 요인이다.

채권에 대한 관심은 많아졌지만 현재는 채권을 매수하기에는 적절한 시기는 아니다. 가파르게 상승하던 채권 금리는 2022년 11월 이후 빠르게 반락했다. 즉, 채권 가격은 상승했다.

2022년 11월 Fed의 통화 정책 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Fed가 금리 인상의 속도 조절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2022년 11월 미국의 소비자 물가가 7.1%로 시장 예상치인 7.3%를 밑돌면서 물가에 대한 우려도 완화하고 있다. 지난 10월에 이어 미국의 소비자 물가가 2개월 연속 시장 예상치를 밑돌면서 Fed의 속도 조절론은 더욱 힘을 받고 있다. 경기 침체 우려로 Fed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을 넘어 금리 인하까지 반영하면서 채권 금리 또한 하락하고 있다.

추가 금리 인상은 불가피하겠지만 채권 시장은 이미 추가 인상에 대해서도 상당 부분을 선반영하고 있었다. 오히려 최근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가 높아지면서 금리 인상의 속도 조절을 넘어 2023년 말 금리 인하까지 반영하면서 금리는 하락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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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반등 2023년 1분기 노려봐야
Fed와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까지는 상당 기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2023년 Fed의 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기 침체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제롬 파월 Fed 의장은 “경기 침체 우려에도 물가를 통제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유사 발언을 내놓았다. 이 발언은 ‘지금 당장 높은 물가를 통제하겠다’인 동시에 ‘물가가 통제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경기 침체 우려에도 금리를 인하하지 않겠다’로 풀이할 수 있다.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둔화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가격 둔화는 대부분 유가 하락으로 인한 에너지 부문 그리고 중고차 등 상품에 기인하고 있다. 다만 아직 서비스 물가 상승세 둔화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더욱이 미국의 최근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년 대비 5.1% 증가하면서 전달 증가율(4.9%)을 웃돌았다. 상품과 달리 서비스 부문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상당하다는 점에서 향후 물가 상승세의 둔화는 매우 더딜 수 있다. Fed 일부 위원들도 물가가 오랜 기간 3~4%대에 머무를 수 있는 위험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도 광범위한 물가 상승이 확인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 총재도 물가가 목표치인 ‘2% 수준’에 근접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어야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금리를 인하하기 위해서는 2023년 물가 전망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예상하고 있는 2023년 소비자 물가의 전망치는 3.6%다. 하반기에는 3.1%로 상반기 4.2%보다 낮아지지만 여전히 한국은행의 물가 목표치인 2%를 웃돌고 있다. 물가 목표에 근접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2023년 말 금리 인하를 반영하면서 채권 금리가 하락한 점은 과도하다고 판단한다.

시장에 반영된 금리 인하 기대감이 과도한 만큼 중앙은행이 긴축을 강조해 나간다면 2023년 말 금리 인하 기대감은 후퇴할 것이다.

금리 인하를 반영하면서 하락한 채권 금리는 반등(채권 가격 하락)할 것이다. 채권 매수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 금리가 반등할 것으로 예상되는 2023년 1분기에 채권을 매수해도 늦지 않다.

임재균 KB증권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