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임브리지 이코노메트릭스, 15일 보고서 발표

"한전, 풍력 및 태양광 에너지 확대해야 취약성 극복 가능"
한국전력(이하 한전)이 풍력 및 태양광 에너지를 확대해 화석 연료 가격 변동에 대한 취약성을 보완할 수 있고, 이는 한국 경제 전반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완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경제 모델링 전문 글로벌 기관인 케임브리지 이코노메트릭스(Cambridge Econometrics)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화석 연료 가격 변동과 한국의 인플레이션(Fossil Fuel Prices and Inflation in South Korea)” 보고서를 15일 발표했다.

보고서에서는 장기적으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운송 부문을 전기화하며, 난방에서의 효율을 높이는 방식 등을 통해 화석 연료 가격이 급등할 시 발생할 수 있는 인플레이션 충격을 완화할 수 있으며, 이는 한전뿐 아니라 한국 경제, 가계, 기업의 부담을 덜고,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 저자 칼 하이네만(Carl Heinemann)은 “한국은 소비하는 석유, 가스, 석탄의 99%를 수입하는데, 올해 이들의 가격이 급등했다. 이번 에너지 위기를 통해 한국 경제가 국제 화석 연료 수입에 의존하는 것이 얼마나 큰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는지 드러났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에너지 위기로 인한 화석 연료의 가격 변동성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최종 전력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한전이 상당량 떠안았기 때문이지만, 더는 그럴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분석했다.

한전은 2021년에 가격 상승이 시작된 이후 가정용 및 산업용 소비자의 요금을 여러 차례 인상해야만 했고, 현재 요금은 2021년 말 대비 약 18%가 올랐다. 그럼에도, 미국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1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에너지 수입 비용이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올여름 물가 상승률이 6%까지 올랐고, 소비자 물가 총상승분 중 4분의 1 이상을 화석 연료가 차지했다. 이는 연료가 소비자 물가 지수의 약 5%를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이다.

현재 저소득 가구 평균 가처분 소득 중 12% 이상을 에너지에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2021년의 2%에서 증가한 것으로 연간 약 28만7000원(215달러)을 더 지출하는 셈이 된다.

보고서에는 결과적으로 한국이 저렴한 풍력과 태양광 에너지 비중을 높였다면, 글로벌 에너지 가격 변동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완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용은 중국이나 EU보다 높은데, 기술 비용보다는 불필요한 행정비용과 규제 등이 재생에너지 확대를 막고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인허가 비용이 재생에너지 생애주기 비용(Lifetime Cost)에서 23%를 차지한다.

하이네만은 재생에너지 투자 장벽을 없애고 한전 독점 구조를 바꾸는 것이 화석 연료 가격 변동에 대한 한전의 취약성을 보완하는 올바른 정책 방안이며, 한전뿐만 아니라 한전 고객과 한국 경제 전체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전이 화석 연료 수입을 위해 지출하는 금액과 소비자들에게 청구할 수 있는 금액 사이의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이는 지속 가능하지 않고, 앞으로 그 차이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연료비가 필요 없는 풍력 및 태양 에너지 확대를 통해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