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사진=한국경제신문)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사진=한국경제신문)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지난 3년간 이어져 온 법적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라임펀드 사태로 인한 중징계는 아직 남아 있어 연임 여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12월 15일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가 손 회장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문책 경고 징계를 취소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손 회장은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으로부터 받은 중징계 취소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DLF는 금리·환율·신용등급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하는 펀드다. 우리은행은 2017년께부터 DLF를 일반 투자자들에게 판매해왔다. 그러나 2019년 하반기, 세계적으로 채권 금리가 급락하면서 미국·영국·독일 채권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DLS와 이에 투자한 DLF에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금감원은 우리은행의 과도한 영업과 내부통제 부실이 DLF의 불완전 판매로 이어졌다고 판단해 손 회장을 문책 경고 처분했고, 손 회장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다. 금융사 임원이 문책 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으면 금융사 취업이 3∼5년 제한된다.

1심과 2심은 손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금감원이 잘못된 법리를 적용했으므로 징계 처분 사유가 아니라는 취지다. 하급심은 "현행법상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할 의무'가 아닌 '준수할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금융사나 임직원을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법리를 오해한 피고가 허용 범위를 벗어나 처분 사유를 구성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런 원심 판단에 법리 오해 등 문제가 없다며 15일 손 회장의 승소를 확정했다.

이로써 손 회장은 지난 3년간 지속돼 온 DLF 관련 리스크를 벗어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손 회장에게는 지난 9월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금융위로부터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 경고가 아직 남아 있다. 손 회장이 연임에 도전하려면, DLF 사례처럼 취소 소송 등을 통해 이를 해소해야만 한다.

최근 연임이 확실시됐던 금융지주 회장들은 줄줄이 새로운 얼굴로 교체되고 있다는 점도 손 회장에겐 부담이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용퇴 의사를 밝혔고, NH농협금융은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을 새 CEO로 낙점했다.

한편 같은 날인 15일, 금융위는 손 회장이 최종 승소한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며 향후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상 내부 통제 관련 제재 안건 처리 및 제도 개선 등에 참고 및 반영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금감원도 같은 날 입장문을 통해 "소송 결과와 무관하게 이번 대법원 판결로 '금융사 지배구조 감독 규정'상 내부통제기준 설정·운영기준의 규범력이 인정됐다는 점에서 이번 상고의 실익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또 "향후 대법원 판결 내용을 잣대로 금융위원회 등 관계기관과 함께 내부통제의 실효성 제고 방안 마련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