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산업 관련 희귀 금속 가격 급등으로 일본 무역 수지 적자 심화
150조 엔 탈탄소화 투자로 일본 산업 부흥 모색

[경제 돋보기]

일본 정부는 2022년 12월 22일 그린 트랜스포메이션(GX) 실행 회의를 개최하고 탈탄소 사회 실현을 위해 원자력을 확대하고 재생에너지를 최대한 활용하는 한편 탄소 가격 제도를 도입하는 등의 기본 방침을 확정했다. 향후 10년간 정부와 민간 합계 150조 엔을 투자해 탈탄소화와 함께 일본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1990년대 이후 일본 경제가 장기 불황을 겪는 과정에서 일본 기업의 투자가 전반적으로 부진을 보이면서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디지털 혁신에서 뒤떨어진 것이 일본 산업의 쇠퇴 원인 중 하나다. 이번 그린 트랜스포메이션에서는 일본이 투자 경쟁에서 뒤떨어지지 않고 세계를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은 각종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술에서 잠재력을 유지하고 있고 원자력·재생에너지·수소·배터리 등의 원천 기술의 강점도 있다. 이러한 기술적인 잠재력을 활용해 기존 산업의 탈탄소화에 주력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해 성장 활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세계적인 탈탄소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에너지 가격의 상승, 재생에너지나 배터리 등 그린 산업을 뒷받침하는 각종 희귀 금속 가격의 급등에 따라 제조 강국 일본의 무역 수지 적자가 심화되는 문제도 일본의 고민이다. 교역 조건이 나빠져 소득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서도 일본 정부는 준 국산 에너지인 원자력, 국산 에너지인 재생에너지의 확대 보급, 희귀 금속 자원의 리사이클 체제를 강화하려는 것이다.

원자력 발전 정책의 변화에서 주목되는 것은 원전의 가동 기간을 원칙 40년, 최장 60년으로 규제해 왔던 것을 최대 70년으로 연장한 것이다. 기계 보수 작업 등에 따라 원전이 정지되는 기간을 가동 연장에 추가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차세대 원자력 발전의 개발·건설에도 주력하겠다는 목표도 채택됐다. 폐기되는 원전의 재건설에서 안전성이 높은 차세대 경수로, 전력과 수소를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고온 가스로 등의 차세대 원자력 발전소의 건설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재생에너지는 일본의 전체 발전량 가운데 비율이 2021년 기준으로 20%를 넘었지만 2030년 목표치인 36~38%의 달성에는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재생에너지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면서 31조 엔에 달하는 규모로 태양광·풍력 발전 등의 투자를 유도할 방침이다. 태양광 발전을 위한 태양 전지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구조를 개선해 일본산 태양 전지 생산을 확충하기 위해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 등 차세대 태양 전지의 양산에 주력해 공공 시설·주택·공장·창고·공항·철도 등에서 태양광 패널의 설치를 확대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일본 정부는 재생에너지에 적합한 차세대 분산형 전력망 구축에도 주력하기로 하는 한편 수소·암모니아 분야에 7조 엔, 배터리 산업에 7조 엔, 차세대 자동차에 17조 엔, 주택·건축물의 탈탄소화에 17조 엔의 투자를 유도할 방침이다.

이와 같은 기시다 내각의 정책 방향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지는 불확실한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일본 정부는 그린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한 재정 지출을 에너지 산업뿐만 아니라 자동차·화학·전기전자·철강·인프라·주택 등에서 확대해 제조 입국으로서의 새로운 입지 우위성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태양광·배터리 등의 희소 금속 등이 고갈되기 전에 제조, 생활 기반의 탈탄소화에 필요한 그린 에너지 기반을 구축하고 이들에 필요한 희소 자원의 리사이클 체제를 구축한다면 제조 입국으로서의 생존력을 높일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량 비율이 2021년 기준 7.5%에 불과한 한국도 재생에너지의 최대한 확대에 주력하면서 원자력의 안전성 제고와 활용 고도화에 주력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에너지와 각 산업의 탈탄소화를 동시에 추진해 제조 입국으로서의 기반 붕괴를 막는 데 주력해야 한다.

이지평 한국외대 융합일본지역학부 특임교수
재생에너지 확대와 탈탄소화에 힘써야 하는 이유[이지평의 경제 돋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