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윤기준 한국ESG기준원 부원장
[ESG 리뷰] 2003년 기업 지배 구조 평가를 시작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평가를 꾸준히 해온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2022년 9월 한국ESG기준원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2022년 11월 21일 윤기준 한국ESG기준원 부원장을 만나 사명 변경 배경과 향후 비전을 들었다. 윤 부원장은 “ESG 평가 정보를 제공하는 핵심 기관으로서 역할과 지위를 강화하기 위해 한국ESG기준원으로 이름을 바꿨다”며 “앞으로 ESG 평가 모델을 고도화하고 평가 정확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한국에서 오랫동안 ESG 평가의 기준 역할을 해왔습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2002년 설립된 이후 ESG 중 G(지배구조)에 해당하는 기업 지배 구조 부문에 근간을 두고 성장해 왔습니다. 설립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보면 1997년 외환위기로 어려워진 한국 경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 즉 뒤떨어진 기업 지배 구조 개선이 요구됐고 이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기관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며 설립됐습니다. 2003년 기업 지배 구조 모범 규준을 제정하고 한국 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한 지배 구조 평가를 시작했죠. 2011년에는 환경과 사회 부문까지 평가 범위를 확대하고 ESG 통합 평가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이때부터 ESG 전반에 걸쳐 평가를 해왔습니다.”
- 한국ESG기준원으로 사명을 바꾼 계기는 무엇입니까.
“2011년부터 ESG 통합 평가를 해왔지만 사명만 놓고 보면 여전히 ‘기업 지배 구조’로 한정된 느낌이 강했습니다. 2021년 말 한국거래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사명에서 비롯되는 한계점을 극복할 필요가 있다는 논의가 공론화됐습니다. 원 내부적으로도 한국의 자본 시장에서 ESG 관련 평가 정보를 제공하는 핵심 기관으로서 역할과 지위를 사명을 통해 보다 뚜렷하게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죠. 이러한 다각도의 논의를 거쳐 한국ESG기준원으로 사명을 변경하게 됐습니다. 사명 변경을 계기로 로고도 새로 만들었는데 나침반 디자인을 기본으로 한국 ESG 경영의 기준을 제시한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해외에 알려진 영문 사명인 KCGS는 그대로 유지하되 이를 ‘한국기업지배구조 및 지속가능성연구원(Korea Institute of Corporate Governance and Sustainability)’으로 재해석해 사용합니다.”
- ESG는 주주 중심에서 이해관계인 중심으로 변화를 의미합니다.
“최근 들어 이해관계인 중심 이론이 발전하면서 기업의 경영 목표와 경영자 책임에 관한 논의가 기존 주주 중심에서 주주를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인을 모두 포함하는 범위로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즉 주주에 대한 경제적 책임뿐만 아니라 환경·노동자·소비자·지역 사회 등 주요 이해관계인과의 협력적 관계 유지를 위해 법적·경제적·도덕적 책임까지 부담해야 합니다. 기업의 목표와 책임을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모든 주요 이해관계인, 즉 E와 S와 G를 통합하는 관점이 필요하고 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요. 이러한 자본 시장의 변화 흐름이 사명을 바꾸게 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 사명 변경 후 내부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습니까.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명칭을 사용하던 시기에도 이미 ESG 통합 평가 체계를 구축해 발전시켜 왔습니다. 다만 사명 변경을 계기로 한국ESG기준원은 자본 시장에 ESG 관련 정보 인프라를 공적으로 제공하는 기관으로서 위상을 더욱 견고히 할 것입니다. 최우선 과제는 ESG 평가 업무의 공정성과 독립성 강화입니다. 조직 내부적으로 ESG 평가 업무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조직 구성을 갖추고 이해 상충을 관리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 기준원은 기존에 같은 본부 내 있던 의안 분석 자문 서비스 부서와 평가 업무 부서를 분리했어요. 조직 내부의 이해 상충 문제를 효과적으로 방지하고 정보 흐름을 통제하기 위한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 의안 분석 자문 부서를 분리한 것은 이를 강화하기 위한 것입니까.
“ESG 평가 부서와 의안 분석 자문 부서를 분리하려는 목적은 의안 분석 업무에 더욱 초점을 맞추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내부적으로 이해 상충 문제를 방지하고 내부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면 됩니다. 의안 분석 자문 사업과 관련한 많은 정보를 ESG 평가 부서와 공유한다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ESG 평가 자체의 공정성과 독립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죠. 또 ESG 평가 정보가 수익 창출을 위한 목적으로 불공정하고 과도하게 활용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의안 분석은 다른 평가 기관이나 ESG 전문 기업이 많이 하고 있기도 합니다.”
- ESG 평가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은 무엇입니까.
“한국ESG기준원은 평가 대상 기업이 기준원의 평가 모형과 절차에 관해 충분히 알고 대응하도록 유도하는 평가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는 다른 기관과 차별화되는 부분이죠. 평가 대상 기업이 우리 평가 모형과 절차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어야 대응할 수 있고 평가도 잘 이뤄질 수 있어요. 기준원은 매년 평가를 시작하기 전 평가 대상 기업을 초청해 당해 평가 모형과 평가 업무 절차 등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설명회를 개최합니다. 또 평가 대상 기업과 1차 평가 결과를 공유하고 수정·보완해 추가 정보를 제공하는 피드백 절차를 마련했어요. 최종 평가 후 평가 결과를 세부적으로 분석한 보고서를 각 평가 대상 기업에 제공합니다. 이런 평가 시스템을 통해 기준원은 평가 대상 기업이 추가적으로 제공하는 정보 중 공인되고 신뢰할 만한 정보를 평가에 반영함으로써 평가의 정확성을 향상시키고 있습니다. 평가 대상 기업도 기준원이 제공하는 정보를 토대로 ESG 평가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고 ESG 경영 관리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 기업 ESG 평가 시 주로 참조하는 정보는 무엇입니까.
“자료 수집 범위를 기업 지배 구조 보고서,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 등으로 확대해 기업의 공시 정보를 최대한 평가에 반영하고 있어요. 자본 시장의 공시 플랫폼을 통해 공시되는 정보는 아니지만 국제표준기구(ISO) 인증 등 ESG 각 부문에서 공인되고 신뢰할 만한 개별 정보 등을 수집해 반영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각종 사건 사고 등 예상하지 못한 컨트로버셜 이슈를 반영한 등급 조정 주기를 반기에서 분기로 바꿔 시의성을 높이기도 했죠.”
- 평가에 산업별 차이나 정성 평가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습니까.
“기업이 속한 산업별로 환경 관련 요인에 대한 민감도가 다를 수 있고 산업별로 사회 중대성 이슈도 상당히 다릅니다. 평가 배점의 차등 적용을 통해 사업 특성이 잘 반영되도록 하고 있어요. 또 근거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해 평가 대상 기업에서 피드백을 받아 수정·보완하고 있고 제한적이지만 일부 우수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심층 인터뷰처럼 정성적 평가 절차를 추가적으로 반영해 정량적 평가의 한계를 보완하고 있습니다. 2017년부터 일부 우수 기업에 도입한 정성 평가도 평가 인력만 뒷받침되면 확대하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평가 기업이 1000여 곳 이상 되다 보니 일일이 심층 인터뷰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꾸준히 늘려 가고 싶습니다.”
- 평가 시 주로 듣는 기업의 피드백에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자문 과정에서 기업이 요청하는 것은 세부적인 것부터 매우 다양한 이슈에 걸쳐 있습니다. 기업이 특히 어려워하는 항목 중 하나는 지표 측정 방법에 대한 관점의 차이입니다. 예를 들어 환경 부문에서 위험 요인을 배출량으로 측정할 경우 절대 배출량으로 측정할 것인지, 아니면 직전 연도 대비 증감량으로 측정할 것인지에 따라 평가 점수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예는 평가 대상 분류 기준에 대한 관점의 차이입니다. 어떤 평가 항목을 자산 총액 5000억원을 기준으로 차등 적용한다면 사실상 자산 총액 6000억원인 기업은 몇 조원을 초과하는 대규모 기업에 대비해 과도한 기준이 적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평가의 공정성을 위해 유료 컨설팅은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깊이 있는 자문보다 주로 원칙적 측면에서 자문하고 있습니다.”
- ESG 평가사의 평가 결과 간 상관성이 없다는 문제가 지적되기도 합니다.
“ESG 평가 기관별로 중시하는 기본 철학이 다를 수 있습니다. 또 국내외 평가 기관이 대부분 ESG 평가 방법론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요. 한국ESG기준원은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자본 시장 환경에 특화된 고유의 ESG 평가 모형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국ESG기준원은 기본적으로 ESG 분야에서 글로벌 표준이라고 할 수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업 지배 구조 원칙, ISO 규격, 탄소 정보 공개 프로젝트(CDP) 등에서 제시한 핵심 내용을 ESG 평가에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어요. 법제도적 체계와 규제 환경이 ESG 부문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합니다. 타 기관의 평가 내용도 분석하고 자체적으로도 수준 높은 평가 모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덧붙일 말씀이 있나요.
“2002년 설립 이후부터 지금까지 20년 이상 이론과 평가, 실무에서 기업 지배 구조와 ESG 부문에 대한 지속적 연구와 평가 모형 개발, 의안 분석 자문 서비스, 그 외 스튜어드십 코드(SC) 제정 지원 등 자본 시장 발전에서 나름대로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사명 변경을 계기로 기존 업무를 좀 더 수준 높게 고도화해 자본 시장 발전에 기여하도록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1414호와 국내 유일 ESG 전문 매거진 ‘한경ESG’ 1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더 많은 ESG 정보는 ‘한경ESG’를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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