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싱크탱크 - 넥스트

[ESG 리뷰]
왼쪽부터 이계영 넥스트 커뮤니케이션 팀장, 송용현 넥스트 CTO 및 부대표, 김승완 넥스트 CEO(대표), 홍상현 넥스트 수석연구위원, 김은성 넥스트 COO 및 부대표. 사진=김기남 기자
왼쪽부터 이계영 넥스트 커뮤니케이션 팀장, 송용현 넥스트 CTO 및 부대표, 김승완 넥스트 CEO(대표), 홍상현 넥스트 수석연구위원, 김은성 넥스트 COO 및 부대표. 사진=김기남 기자
넥스트는 한국의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하기 위해 양적 방법론을 사용한 연구와 분석을 수행하는 에너지·환경 정책 싱크탱크다. 김승완 충남대 전기공학과 교수(대통령 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가 최고경영자(CEO)로 넥스트를 이끌고 있고 분석·모델링 역량과 국제적 경력을 갖춘 14명의 석·박사급 연구진과 운영 인력으로 구성돼 있다. 세부적이고 지엽적인 학술 연구에 몰두하기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정책 수립에 도움이 되도록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기후 변화 전 분야 다루는 민간 싱크탱크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국제 협약의 흐름부터 국내 기후 정책 체계, 배출권거래제, 여러 자원의 공급망, 저탄소 전원 보급, 재생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수용하기 위한 전력 계통의 솔루션, 산업 부문의 탈탄소화를 고려한 전기화 수요 전망, 산업 공정 측면에서 감축 기술, 기업 내부의 의사 결정 구조 등 다양한 학제의 전문성이 융합될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는 기후 변화 연구가 분절화돼 있고 여전히 학제 간 벽이 높아 통합 연구가 부족한 실정이다. 국책연구원은 환경·에너지·산업 분야가 모두 나뉘어 있고 기업 연구소나 비정부 기구(NGO)의 연구 역시 일부 주제에 한정된다는 한계가 있다. 넥스트는 이 같은 한계를 뛰어넘어 모든 주제를 한 조직 내에서 다루는 민간 연구소다. 또 현재 기후 변화 연구 자금은 정부의 연구비 지원밖에 없어 정부의 정책 의지보다 앞서기가 어려운데 넥스트는 독립적 기금으로 기후 변화의 전 분야를 다루는 독보적 싱크탱크다.

넥스트의 다양한 연구 결과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K-맵(Map)’이다. 지난해 넥스트를 포함한 싱크탱크 3곳이 협력해 연구·발표한 감축 시나리오다. 이 시나리오에서 2030년 정부안 대비 6900만 톤 추가 감축이 가능하고 2050년까지 16억3000만 톤의 누적 감축이 가능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한국이 탄소 중립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는 결론이다. 올해 안에 구체적 이행안과 예산안이 포함된 K-맵 2차 연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중앙 정부의 시행령이나 고시를 어떻게 수정해야 할지, 이행에 들어가는 자금은 어느 정도일지, 자금을 어떤 매개체를 통해 집행할지 등에 대해 정책 결정자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세부안을 마련한다.

넥스트는 지난해 기후 기술 스타트업 식스티헤르츠와 함께 태양광과 풍력 잠재량 지도를 개발해 공개하기도 했다. 각 에너지원의 잠재량을 최대치로 활용하는 정책 수립에 참고할 수 있는 데이터 툴이다. 한국은 재생에너지원이 매우 부족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인데 태양과 풍력 잠재량 지도를 통해 탄소 중립 달성에 충분한 재생에너지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한국의 8대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의 기후 리스크 무대응 비용을 분석한 ‘한국 산업계가 직면한 기후 리스크의 손익 영향도 분석’ 보고서는 산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최근 한국 기업의 기후 변화 대응이 빨라지고 있지만 글로벌 경쟁사들과 비교하면 속도와 규모에서 뒤처진다는 점도 보여줬다. 보고서가 나오자 기업 ESG팀과 기후환경팀에서 많은 응원과 지지를 보내기도 했다. 일부 기업 경영자들은 보고서의 가정과 전제가 지나치게 단정적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지만 사회적 논의를 촉발하는 어젠다를 제시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했다.

한국의 ‘아고라 에네르기벤데’ 꿈꾼다

지난해 8월에는 미국의 에너지·기후 변화 싱크탱크인 에너지이노베이션과 공동 개발한 에너지 정책 시뮬레이터(EPS)를 공개했다. ESP는 사용자가 다양한 정책을 설정하면서 온실가스 감축 경로, 추가·절감 비용, 발전량, 신규 차량과 산업 기술 등에 미치는 영향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앞으로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지자체 단위 모델을 개발할 예정이다.

현재 넥스트 대부분의 재원은 95% 이상 국제적 기후 변화 연구와 대응을 목적으로 하는 해외 재단 후원을 통해 조달하고 있다. 2023년부터 한국의 재원 조달 비율을 최대 30%까지 늘려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다변화할 예정이다. 제로 기후 테크 에너지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재단이나 벤처캐피털(VC)에서도 넥스트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판단이다.

넥스트의 벤치마킹 모델은 독일의 ‘아고라 에네르기벤데(Agora Energiewende)’다. 독일을 포함한 전 세계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한 전략·정책을 개발하는 비영리 싱크탱크로 온실가스 감축, 에너지 전환 목표와 정책 수단을 평가·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연구로 설립 10년 만에 유럽 전역에서 인정받는 싱크탱크로 자리 잡았다. 아고라 에네르기벤데는 국책 연구소를 포함한 다양한 싱크탱크·대학 등과 협력하며 시민 사회의 역량을 강화하고 여론을 조성하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앞으로 넥스트도 고유의 방법론에 기반한 연구 결과를 연구자와 시민 사회에 적극적으로 확산할 계획이다.
[인터뷰] 김승완 넥스트 CEO(충남대 전기공학과 교수)
“재생에너지 21.5%로는 부족…탈탄소 정책 패키지 만들 것”
“기후 변화 통합 연구에 초점…한국, 탄소 중립 잠재력 충분하죠”
-한국의 기후 변화 대응 수준은 어떤가.

“기후 변화, 나아가 기후 리스크에 대한 한국의 위기감은 여타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낮은 상황이다. 넥스트의 전환 부문 모델링을 활용한 분석에 따르면 2050년 전환 부문 넷 제로를 위해서는 2030년 30%를 웃도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이 필요하다. 그런데 최근 10차 전력 수급 기본 계획 실무안은 21.5%를 목표로 하고 있어 재생에너지 목표 자체가 시급성에 비해 매우 낮다. 탄소 집약적 제조업의 비율이 높고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체계적이고 신속한 탈탄소 로드맵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넥스트는 전환 부문, 산업 부문 등에서 과학적 모델링을 기반으로 탄소 중립 로드맵을 수립하는 연구를 해왔고 향후 이를 달성할 수 있도록 실현 가능하고 구체적인 정책 패키지를 제시할 예정이다.”

- 이상적인 재생에너지 전원 믹스에 대한 연구 결과가 있나.

“올해 말쯤 미국의 국책 연구소인 로런스 버클리 내셔널 랩(Lawrence Berkeley National Lab)과 함께 작업한 ‘2035 한국 클린에너지 스터디(Korea Clean Energy Study, 전력 부문 2035년 80% 청정 에너지 달성 방안)’를 공개할 예정이다. 재생에너지와 저장 장치인 배터리 가격이 떨어지는 속도가 가속화된다면 2035년 최적의 전원 믹스가 어떤 결과를 불러올 것인지에 대한 연구인데 원전을 포함한 ‘청정 에너지 80%’가 경제적으로 이상적인 믹스라는 결과가 나왔다. 다만 송전망 투자가 활발히 이뤄져야 하고 이격 거리 해소, 해상 풍력 인허가 과정 단축 등 복잡한 이슈도 선결돼야 한다.”

- 민간 싱크탱크로서 한국 사회에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나.

“그 무엇보다 싱크탱크 문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기후 변화나 재생에너지 전환에 대해 정책적 논의가 풍부한 배경에는 민간 싱크탱크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한국도 이런 민간 싱크탱크 문화가 기후 변화뿐만 아니라 모든 섹터에서도 발전하면 좋겠다. 그것이 한국의 소프트 파워를 키우는 길이 아닐까 싶다. 기후 변화 부문은 이제 당위를 넘어 액션 플랜이 나와야 하는 시기다. 기업을 움직이고 정부가 예산을 투입하는 시기에 좋은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1415호와 국내 유일 ESG 전문 매거진 ‘한경ESG’ 1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더 많은 ESG 정보는 ‘한경ESG’를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