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사회의 기본 '돈'에 대한 잡다한 지식…돈은 실체 없는 ‘사회적 합의’

[이정흔의 쉬운 경제 이야기]

[편집자 주 = 매일 수많은 경제 기사가 쏟아집니다. 수많은 기사를 읽고 나면 경제 이슈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 꺼풀만 더’ 들어가면 잘 모르는 경제 지식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고백하자면, 기자 또한 늘 경제 뉴스를 작성하고 접하고 살지만 ‘모르는 게 너무 많다’는 반성을 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우리 대부분은 학교에서 기초적인 경제 지식을 배웠습니다. 하지만 실제 세상을 움직이는 ‘진짜 경제’를 읽어 내려면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진짜 경제를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작은 시도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복잡한 경제 이슈와 그 이면에 자리 잡고 있는, 누구도 물어보지 않는 아주 사소한 경제 지식부터 공부해 보기로 말입니다. 어렵게만 보이는 경제를 가장 쉽게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찾은 답은 ‘이야기’입니다. 때로는 경제학적으로 역사적인 사건의 한 대목을, 때로는 경제학에 큰 획을 그은 경제학자들과 같은 사람의 이야기로 ‘오늘의 경제’를 알아가 보고자 합니다. 하루 딱 10분, 경제 공부를 함께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
“비트코인이 돈인가요?” 돈에 대한 잡다한 지식 [이정흔의 쉬운 경제 이야기]
“애초에 저는 비트코인이 어떻게 돈이 될 수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2010년 한 사람이 비트코인으로 피자를 사는 데 성공해요. 1만 비트코인으로 피자 두 판을 산 것인데, 처음으로 비트코인을 ‘실제 물건’과 거래한 거죠. 그때부터 다른 사람들도 비트코인으로 물건을 살 수 있는 ‘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해요.”

지난해 독서 모임 ‘트레바리’에서 ‘비트코인과 블록체인, 가상자산의 실체’라는 책을 읽은 뒤 토론하던 중 나온 대화의 일부입니다. 이 대화를 나눈 것이 지난해 6월 무렵이니 ‘루나 사태’가 막 암호화폐 제국을 강타한 뒤였고 암호화폐 제국을 완전히 붕괴시킨 FTX 사건은 일어나기 전입니다. 비트코인에 대한 온갖 얘기들이 오가는 와중에 누군가 매우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 겁니다. “비트코인을 과연 돈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물론 그에 대한 답은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비트코인업계에서는 비트코인과 피자를 거래한 5월 22일을 ‘비트코인 피자데이’로 해마다 기념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과연 이것으로 비트코인이 어떻게 ‘돈’으로서의 가치를 지니는지 설명이 충분할까요.

‘돈’과 ‘화폐’의 차이, 알고 있나요?

‘돈’을 빼놓고 경제 이야기를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돈’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돈에 대한 정의는 간단합니다. 어떤 물건이나 서비스를 거래하는 ‘매개체’ 혹은 ‘수단’입니다. 전 세계에서 경제학 교과서를 가장 많이 판매한 그레고리 맨큐를 포함한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이 동의하는 ‘돈의 정의’인 셈이죠. 다시 말해 교환이 가능한 매개체라면 무엇이든 돈이 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과거에는 금이나 은이 돈으로 쓰인 적도 있고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종이를 돈으로 사용하고 있죠. 실제로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포로 수용소 내에서 ‘담배’가 돈처럼 사용됐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그러니 비트코인과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암호화폐라고 해서 돈이 되지 못할 이유는 없는 겁니다.

인류 최초의 ‘돈’은 서태평양 캐롤라인제도에 있는 야프 섬의 ‘스톤 머니’라고 합니다. 1991년 시카고대 교수이자 경제학자인 밀턴 프리드먼이 ‘돌멩이를 돈으로 쓰고 있는 섬(The Island of Stone Money)’이라는 논문을 통해 소개하면서 세계 최초의 돈으로 인정받았습니다.

하지만 ‘라이’라고 불리는 야프 섬의 스톤 머니는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돈의 개념과는 다른 점이 있습니다. 라이는 가치에 따라 크기가 천차만별인데, 큰 것은 사람의 몸집을 넘어서는 것도 있죠. 교환하는 물건의 가치가 높아지면 라이의 크기도 커지기는 하지만 각각의 라이 크기에 따라 ‘교환 가능한 물건의 가치’가 정해져 있지 않았다고 해요. 물물 거래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그 가치는 늘 달라졌습니다. A와는 ‘닭 두 마리’를 거래했던 라이로 B와는 ‘소 두 마리’를 거래할 수 있었던 거죠. 냉정하게 말해 라이는 그저 교환한 것들을 기록하고 그에 대한 신뢰를 약속하는 ‘계약서’ 역할에 그쳤던 것입니다.

여기에 ‘돈(money)’과 ‘화폐(currency)’의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영국의 경제학자이자 ‘돈 : 사회와 경제를 움직인 화폐의 역사’의 저자인 펠릭스 마틴은 돈을 ‘사회적 합의’라고 설명합니다. 무엇이든 돈이 될 수 있다는 것은 그 무엇도 돈이 아니라는 얘기나 마찬가지죠. ‘돈’이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은 그것이 물물 교환의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는 ‘사회적 믿음’, 곧 신뢰입니다. 결국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여야’ 비로소 돈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경제학에서 ‘돈’은 이처럼 실체가 없는 숫자입니다. 이와 비교해 ‘화폐’는 돈의 기능을 지니고 있는 실질적인 ‘동전’이나 ‘종이 지폐’ 등을 일컫는 개념입니다. ‘화폐’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그 화폐가 지니고 있는 돈으로서의 가치에 대한 합의’가 필요합니다. 100달러짜리 지폐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100달러의 값어치’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죠. 아마 이것이 비트코인이 '돈'이 될 수 있었던 이유이고 또 결국 ‘화폐'가 되지 못한 이유겠죠. 여기에 사족을 하나 덧붙이자면, 비트코인은 '화폐로서의 공식적인 인정과 사회적 합의', 즉 중앙정부의 관리를 받지 않는 화폐라는 의미에서 '탈중앙화된 화폐'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시장이 먼저냐 돈이 먼저냐, 돈이 ‘사회 정의’의 수단이었다고?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흔히 하는 착각이 있습니다. ‘거래 수단’으로서 돈의 기능을 강조하다 보면 마치 사람들이 물건을 거래하기 위한 ‘시장’이 먼저 탄생했고 이 시장에서 거래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돈’이 만들어졌다는 착각 말이지요. 이는 오해라고 경제학자들은 말합니다. 수많은 인류학자들이 연구한 바에 따르면 인류가 돈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시장’이라는 개념이 탄생하기 훨씬 전이었다는 겁니다.

서구 사회에서는 돈의 기원을 봉건사회에서부터 찾고 있어요. 일종의 ‘사회의 정의’를 유지하기 위한 도구로 돈이 탄생했다는 연구 결과가 꽤 많습니다. 당시에는 남의 집에서 물건을 훔치거나 이웃에게 심각한 폭력을 행사한 범죄자들에게 왕이 심판을 하고 “양 두 마리를 내놓으시오”와 같은 벌금을 내렸습니다. 범죄자들은 왕 앞에서 이 벌금을 갚겠다는 약속을 기록한 것이 ‘돈’의 기원인 셈이죠. 초창기만 해도 범죄자들은 피해자에게 벌금을 갚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벌금은 왕에게 귀속되는 것으로 바뀌어 갔습니다. 결국 돈이 유통되는 과정의 중심에 ‘왕’이 존재하고 있는 거죠. 이는 현대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돈이 유통되는 중심 역할을 왕 대신 ‘정부’가 대신하고 있다고 볼 수 있죠.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돈에 대한 기록은 기원전 770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2021년 중국의 고고학자들이 중국 허난성 지역에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동전 주조 장소’를 발견했다고 발표하죠. 일종의 표준화된 가치를 지닌 금속 주화를 만드는 ‘조폐국’과 같은 장소였던 겁니다. 인류 최초의 공식적인 화폐라고 볼 수 있죠. 물론 중국 사람들의 말을 다 믿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오랫동안 금은과 같은 금속 동전을 사용하던 인류가 최초로 ‘종이 돈’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 또한 중국입니다. 서기 1260년께 중국 원나라에서 동전 대신 지폐를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어요. 실크로드를 따라 아시아를 여행하던 베네치아 상인은 당시 중국 황제가 다양한 공물품과 함께 상당히 많은 지폐를 보유하고 유통했다는 기록을 남겼습니다.

인상적인 대목은 당시 중국의 지폐에는 ‘지폐를 위조하는 사람은 참수당할 것이다’는 경고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고 하네요. 나라에서 허락한 장소에서 발행한 화폐만 인정하고 그 화폐의 가치 또한 왕이 관리한다는 점에서 현대의 돈과 상당히 유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돈의 가치’는 누가 어떻게 정하는 것일까요. 경제학에서 상품의 가치가 정해지는 곳은 ‘시장’입니다. 그 유명한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죠. 돈도 마찬가지입니다. 돈 또한 하나의 상품으로 거래되는 만큼 시장에서 그 가치가 정해집니다. 시장에서 돈에 대한 수요가 늘면 돈의 가치는 올라가고 수요가 떨어지면 그 가치는 떨어집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돈의 가치가 시장에서만 결정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 영향을 받지만 돈의 가치를 결정하는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왕’과 같은 역할을 하는 ‘정부’이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화폐는 각 나라마다 중앙은행이 발행하고 있습니다. 이 중앙은행이 화폐를 얼마나 발행하고 유통하는 지에 따라 돈의 가치는 하루아침에 금값이 되기도 하고 종이 값이 되기도 하는 겁니다. 돈에 대한 첫째 공부는 여기까지 입니다.
[takeaways-간추린 요약]
  • ‘돈(Money)’은 실체가 없는 숫자이며, ‘화폐(Currency)’는 돈의 기능을 지니고 있는 실질적인 동전이나 종이 지폐 등을 일컫는다.
  • 인류는 '시장'이 탄생하기 이전부터 이웃에게 폭력을 행사하거나 남의 물건을 훔친 범죄자들을 벌하기 위한 수단으로 돈을 사용해 왔다.
  • 과거 돈이 유통되는 과정에서 '왕'이 중심 역할을 맡아 왔던 것처럼, 현대 사회에서는 '정부'가 그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 돈의 가치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시장에서 정해진다. 하지만 돈의 가치를 결정하는 열쇠는 화폐를 발행하는 각국 중앙은행이 쥐고 있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