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긴축의 긴장 제거하기 전까지 시간 필요…핵심은 금리
[머니 인사이트] 2023년이 시작됐다. 새해 출발은 늘 그렇듯이 희망적인 부분을 찾기 마련이지만 워낙 힘들었던 2022년의 여독으로 연초부터 투자자들의 머리를 아프게 하고 있다. 필자 또한 아직 금융 시장 전반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2022년 일부 원자재를 제외하고는 금융 시장의 유일한 승자이자 고통의 원인이었던 ‘달러 강세’, 이른바 ‘킹 달러’가 2022년 4분기부터 풀렸다. 중요한 변수의 변화이지만 아직 전반적인 위험 선호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 이후 달러 강세를 유발했던 핵심 원동력은 가장 양호한 미국 경제와 이를 감안한 미국 중앙은행(Fed)의 강한 긴축 정책이었다. 2022년 4분기 물가 정점 확인 이후 달러 강세를 밀어올렸던 추진력이 약화된 것이 맞지만 돈이 풀렸다고 보기는 어렵다.BOJ의 변심과 엔화 125엔Fed의 정책 의구심이 미국 시장 금리 하락을 제한하고 있고 절대 긴축 영역(미국 중립 금리 2.8% 넘어선 구간은 긴축)에서 미국 실물 경제에 대한 우려 또한 깊어졌다. 달러 약세 전환만으로는 아직 유동성 자체가 풀릴 것이라는 증거는 상대적으로 반락이 제한적인 금리 여건도 살펴야 하는 것이다.
역으로 2022년 4분기 달러 강세가 풀리면서 유로화의 절상 기조 전환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독일채 10년 금리를 보면 현재 2.5%대를 넘어서면서 지난해 4분기 고점이었던 2.3%대를 뚫었다. 2021년 이후 역상관관계였던 유로화와 독일 금리가 4분기부터 상관관계를 회복하는 듯 보인다.
이러한 미국과 유럽의 환율과 금리 관계 변화의 중심에 통화 정책 모멘텀이 있다. 2023년 1월 3일 기준으로 1월 기준금리를 제로 베이스로 놓고 보면 미국은 현재 연방 금리 상단 4.5% 기준 상반기 0.64%포인트 인상으로 0.5%포인트와 0.75%포인트 사이 고민하고 있다. 유럽은 현재 기준금리 2.0% 대비 3분기까지 1.4%포인트 인상될 것을 반영 중이고 일본도 연말 기준금리 인상 기대를 반영 중이다.
유럽의 금리 인상 압력이 가장 높은 가운데 Fed는 미국 인상 모멘텀이 높아도 연말에는 인하 가능성을 반영하면서 일본보다 당장 통화 정책 모멘텀은 미국이 낮은 상황이다. 이를 반영해 현재 통화 가치와 금리의 움직임이 연동되고 있다. 미국의 연말 완화 기대를 녹이기에는 남아 있는 긴축의 여지와 함께 유럽과 일본의 후행적 긴축에 따른 영향도 점검이 필요한 것이다.
2023년 상반기까지 주요국의 금리 인상은 절대적으로 미국이 높을 것이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하지만 4분기를 제로(0)로 두면 2023년 상반기 유럽이 미국보다 긴축 강도가 강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다. 이는 시장 금리에도 그대로 반영돼 절대 금리는 미국이 높아도 4분기 독일채10년이 미국채10년보다 0.3%포인트 가까이 더 오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달러 약세는 금융 시장에서 반길 재료이지만 일본과 유럽의 통화 긴축의 압박까지 긍정적으로 보기는 어려운 점이 있는 것이다.
2022년 12월 20일 장중 미국채10년 금리가 급등했다.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단기간 미국 금리가 급락했다는 인식으로 반등하긴 했지만 아시아 시장에서 무려 0.15%포인트 이상 급등한 것은 이례적인 모습이었다. 당일 미국 금리 상승을 견인한 것은 일본 중앙은행(BOJ)의 통화 완화 기조 전환 이슈였다.
2022년 주요국의 통화 정책이 긴축을 심화하는 과정에도 굴하지 않고 마이너스 기준금리와 양적 완화 기조를 유지했다. 하지만 2023년 12월 20일 일본채10년 금리 안정 범위를 0.25%포인트에서 0.50%포인트로 확대하면서 통화 정책 기조에 변화를 유도했다. 이내 일본채 10년 금리는 0.2%대에서 0.4%대로 급등했다.
팬데믹 이후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열기가 일본만 지나치지 않았다. 일본 소비자물가지수(CPI)는 3% 후반까지 금융 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고 엔화 또한 달러당 150엔을 위협하는 등 부담이 누적됐다. 미국 통화 긴축 부담이 일부 완화되자 이번에는 일본이 내부 사정을 감안한 정책 전환을 야기한 것이다.
엔화는 단기간에 달러당 150엔에서 130엔으로 절상됐고 일본 수입 물가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반대 급부로 엔화 약세 수혜를 봤던 일본 제조 업체들에 대한 기대는 약세로 전환됐고 일본 닛케이 또한 미국 대비 상대적 강세 흐름이 꺾이는 방향으로 전환됐다.
완화적 통화 정책과 엔화 약세에서 촉발된 엔 캐리 트레이드는 위축된 글로벌 금융 시장의 총알 역할을 수행했다. 그 덕분에 2022년 일본 증시는 주요국 중 조정 폭이 가장 제한적이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이제 엔화도 총알 역할을 어려워졌고 일본 증시의 상대적 약세가 심화되고 있다. 엔화 절상은 초장기 금리 스프레드마저 줄일 정도의 경기와 인플레 모멘텀을 잡고 있다.
2022년 엔·달러 환율이 급등하기 직전 구로다 BOJ 총재가 언급한 ‘적정 환율 125엔’이 있다. 일명 구로다 라인으로 불리운 125엔이 역으로 엔화 절상 국면에서도 주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 과도한 엔화 절상으로 경기 충격을 유발하지 않으려는 통화 정책의 신중성을 높이는 영역으로 평가된다.“달러와 미국 금리 동시 하락”일본 BOJ가 지난해 12월 20일 금융 시장에 폭탄을 던진 이후 유럽 중앙은행(ECB) 또한 Fed보다 긴축 정책 관련 언급 강도를 높이고 있다. 유럽의 물가 사정이 일본보다 시급했다는 점에서 ECB의 긴축 대응은 진행형이었지만 예상했던 2% 중반보다는 높은 3%에 가까운 수준으로 기준금리 전망치가 높아지고 있다.
긴축 자체가 금융 시장에 부정적일 수 있지만 주요국 중 유럽은 경기 침체를 가장 염려한 지역이었다. 최근 유로화 약세에도 에너지 가격 안정은 일부 제조업 기반 국가들의 경기 모멘텀 회복으로 연결됐다. 유로화 약세 구간에서 약세가 심화됐던 유럽 증시가 유로화 반등과 함께 강세를 보이는 중이다.
작년 고점 대비 22%나 하락했던 유럽 증시는 바닥에서 13% 정도 상승하면서 낙폭의 절반을 돌렸다. 작년 4분기 미국 대비 금리뿐만 아니라 주가도 상대적 강세가 두드러져 펀더멘털 기반의 상승으로 해석된다. 유럽의 위험 선호는 하이일드와 같은 저신용 채권의 안정 또한 수반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아직 지속되고 있어도 생각보다 온난한 유럽의 겨울은 천연가스와 전기료 안정을 통해 에너지 불안을 낮추고 있다. 최근 유로존 주요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예상을 웃돌았고 유럽 경제 지표 중 선행성이 높은 독일 ZEW지수의 경우 바닥에서 반등 폭이 가파른 편이다.
일본도 그랬지만 통화 가치 약세 구간에서 제조 업체들의 수출 기반이 개선되고 에너지 가격 안정은 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긍정적 영향이 있다. 서프라이즈지수 기준 경기 모멘텀 또한 유럽이 미국보다 높은 이유다.
하지만 해당 여건만 두고 유럽 경제가 안정화 단계에 들어왔다고 말할 수 없다. 2022년 12월 독일 중심 유럽 CPI는 예상을 밑돌면서 정점이 확실히 확인됐다고는 하지만 중·장기 인플레 기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 중이다. 올해 성장률은 마이너스, 물가는 6%대 전망이 유지되고 있어 좀 더 경기 안정 기조로 변화는 시간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는 2022년 겪었던 팬데믹 이후 유동성 파트의 숙취 구간이다. 남아 있는 인플레이션과의 사투 속에 통화 정책에 대한 의심과 달러 약세 대비 금리 하락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금융 시장이 편하기 쉽지 않다.
제대로 된 유동성 전환 국면은 일본과 유럽 경제가 부담을 덜어내고 달러 강세를 받아내야 한다. 주요국의 통화 정책 기조에 대한 의심을 덜어내면서 금리 하락이 연동돼야 가능할 것이다. 이는 인플레 안정과 함께 주요 경제 권역의 경기 안정을 위한 통화 정책 기조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점에서 다소 먼 이야기다.
올해 글로벌 경제가 심각한 침체를 빠지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상반기 위험 선호는 바닥을 확인할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나이스한 기회 포착은 지난해 10월부터 12월 FOMC 전까지 달러와 미국채 금리가 같이 하락하는 모습이다.
그래야 원화 절상과 유가증권시장이 함께했던 구간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는 원화 절상 대비 유가증권시장이 부진한 상황에서 미국과 흐름이 같아 보인다. 한국은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인상한 국가다. 이 때문에 일본이나 유럽 같은 후행성 높은 지역과 상관성이 낮다는 점에서 핵심은 달러와 미국 금리의 동시 하락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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