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FC 후원금, 청탁·대가성이 관건…검찰 “기업 현안 해결 대가” vs 이 대표 “광고 유치”
홍영식의 정치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둘러싼 여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몰아치고 있다. 올해 들어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사건 소환 조사에 이어 ‘위례·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한 조사도 한창이다. 그가 첫째로 마주한 난관은 ‘제3자 뇌물죄’다.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한 그의 핵심 혐의다. 단순 뇌물죄는 뇌물을 주고 받은 당사자들을 처벌하면 된다. 제3자 뇌물죄의 유무죄 기준은 단순하지 않다. 형법 제130조에는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를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 정지에 처한다’라고 규정돼 있다.법 조항을 보면 제3자가 뇌물을 받은 것을 범죄 성립 요건으로 하지 않는다. 요구 또는 약속만 해도 범죄가 된다. 제3자 뇌물죄를 엄격하게 적용해 직접 뇌물을 받지 않았는데도 처벌하는 이유는 공직자들에게 고도의 청렴 의무를 지우게 하려는 것이다. 다만 ‘암묵적인 부정한 청탁’이 있어도 성립이 되는 데다 당사자가 직접 뇌물을 받지 않은 일종의 간접 뇌물인 만큼 논란도 많다.
이 대표의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과 관련한 사건 요지는 이렇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인 2014년 10월 두산건설은 두산그룹이 보유한 정자동 종합병원 부지(9936㎡)에 신사옥을 지을 수 있게 용도 변경을 해달라는 공문을 성남시에 보냈다. 성남시가 거부하자 두산건설이 성남FC에 대한 후원금 계약을 검토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성남시에 발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듬해 7월 성남시는 상업 용지로 용도 변경했고 용적률은 250%에서 670%로 높아졌다. 두산은 신사옥 신축과 계열사 이전 계획을 발표했다. 두산그룹이 1991년 매입할 당시 ㎡당 73만여원(총 72억여원)이던 이 부지 가격은 2022년 1월 기준 공시지가 1225만원(총 1217억여원)으로 약 17배 올랐다. 두산건설은 이 대표가 구단주로 있던 성남FC에 총 55억원을 후원했다.
후원금 전달 뒤 사옥 신축 허가 받고 용적률 높아져
네이버는 2015~2016년 성남FC에 후원금 39억원을 전달했다. 이후 2016년 9월 제2사옥 신축 인허가를 받았고 2018년엔 사옥 용적률이 670%에서 913%로 높아졌다. 사옥 주차장 출입구도 애초 도시 계획에서는 건물 뒤쪽에 있었지만 분당수서고속도로에서 바로 진입할 수 있도록 변경됐다.
분당 차병원은 2009년부터 병원 인근 분당보건소와 분당경찰서 부지를 매입해 줄기세포 의료 연구 시설을 짓는 계획을 세웠다. 이후 2012년 분당경찰서 부지를 차병원이 소유하고 있던 다른 부지와 교환했다. 2013년과 2015년 성남시와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MOU엔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한 뒤 의료 시설을 세우는 내용이 포함됐다. 차병원은 성남FC와 스폰서 협약을 맺고 2년간 33억원을 후원했다. 이후 1만6396㎡ 토지의 지구단위계획이 변경됐고 두 부지의 용적률도 200%와 250%에서 460%로 높아졌고 병상 규모는 300~600개에서 500~1000개로 늘어났다.
제3자 뇌물죄가 인정되기 위한 핵심은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 여부, 즉 대가성이다. 후원금의 용도가 중요한 게 아니다. 설령 사회 복지 시설 등 어려운 이웃이나 시민들을 위해 사용했다고 해도 이는 유무죄를 가리는 잣대가 아니다. 기업의 청탁이 있었고 성남FC에 후원금을 낸 것이 청탁의 대가인지 여부와 이 과정에서 성남시의 요청이 있었는지가 관건이다. 이게 인정된다면 제3자 뇌물죄가 성립된다.
과거의 사례를 보자.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기업 10곳에 신정아 씨가 일하던 성곡미술관에 후원금 8억 5000만원을 내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기업이 대가 없이 단순히 후원금을 내지 않으면 불이익을 당할 것 같다는 심리적 압박만으로는 부정한 청탁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법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는 제3자 뇌물죄를 인정했다. 기업들이 K스포츠재단에 후원금을 낸 것은 대통령의 영향력을 통해 혜택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고 본 것이다. 대가가 현실화되지 않아도 이를 바라고 후원금을 낸 것은 ‘부정한 청탁’이라는 얘기다. 박 전 대통령은 한 푼도 받지 않았지만 ‘묵시적 청탁’이라는 논리가 동원됐다.
이남기 전 공정거래위원장은 기업의 결함 심사에 관한 선처를 부탁받은 뒤 자신이 다니던 사찰에 10억원을 시주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단순히 의례적인 인사이거나 정당한 직무 권한 내에서 호의적인 처리를 부탁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선처라고 하지만 기업 결합 심사에 대한 대가를 바라고 부정한 청탁을 했다는 것으로, 제3자 뇌물죄가 성립된다고 봤다.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에 대해서도 관건은 역시 부정한 청탁과 대가의 연관성과 함께 이 대표가 이를 인지했느냐다. 검찰과 이 대표 측의 주장은 극명하게 갈린다. 검찰은 성남시가 인허가권을 이용해 두산의 부지 용도 변경, 네이버의 제2사옥 건축 허가, 차병원의 연구 시설을 위한 토지 용도 변경과 용적률 상향 등 모두 기업의 현안을 해결해 주는 대가로 성남FC 후원금을 거뒀다고 보고 있다. 과거 사례로 비춰 봤을 때 대가를 바라고 청탁해도 유죄를 받았는데 성남FC 건은 대가가 오갔기 때문에 명백한 제3자 뇌물죄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반면 이 대표는 “성남시장으로서 성남시에 기업들을 유치해 세수를 확보하고 일자리를 만든 일이, 성남 시민 구단 직원들이 광고를 유치해 성남 시민의 세금을 아낀 것이 과연 비난받을 일인가”라고 반박했다. 또한 후원금은 성남시와 무관한 성남FC 차원의 광고 유치라고 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 대표의 최측근인 당시 정진상 성남시 정책비서관을 통해 후원금 모금을 주도한 것으로 보고 관련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장동·백현동·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줄줄이 난관
전문가들은 이 대표에게 제3자 뇌물죄 적용 여부는 후원의 대가가 다른 지자체와 비교해 관례적인 수준을 넘었는지, 용도 변경 등 특혜가 얼마나 무리하게 이뤄졌는지, 청탁과 대가성을 입증할 증거가 얼마나 확보됐는지 등에 달렸다고 보고 있다. 기업들이 성남시가 어떤 특혜를 줄 수 있는지 사전에 알고 이를 바라고 후원했는지, 이 대표가 후원금 성과를 통해 정치적인 업적을 남기려고 했는지도 쟁점이다.
검찰은 2022년 9월 두산건설 대표 A 씨의 공소장에서 이 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 현안이 있는 기업들을 만나 후원금을 대가로 각종 편의를 제공했다고 적었다. 이 대표는 “용도 변경 조건으로 광고비를 받았다고 가정해도 성남시민의 이익이 되니 이론적으로 뇌물이 될 수 없다”고 했지만 여러 정황들은 그를 옥죄는 양상이다.
이 대표는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사건 이외에도 뛰어넘어야 할 사법 리스크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대장동 개발 의혹과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이 발등의 불이 돼 있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의 대장동 지분 절반을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자신의 측근인 정진상 당시 성남시 정책비서관에게 보고받고 승인했다는 내용이 검찰 공소장에 적시됐다. 이 대표의 변호사비를 대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구속됨에 따라 검찰의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1처장 관련 허위 발언 의혹,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및 허위 발언 의혹 등도 수사 대상에도 올라 있다.
홍영식 한경비즈니스 대기자 및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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