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퍼블리시티권·명예 훼손 등의 법적 문제 발생할 수 있어
[지식재산권 산책] 실제 사건, 실제 인물을 소재로 한 드라마·영화·소설 등 콘텐츠가 무척 많다. 그 사건·인물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이를 소재로 한 콘텐츠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곤 한다. 실제를 어느 정도로 재현했는지가 관심의 초점이 되기도 하고 실제와 어느 부분이 달라졌는지가 관심의 초점이 되기도 한다.창작자에게는 사실 관계 확인, 필요에 따라서는 면밀한 고증 작업이 어려운 부분이지만 줄거리와 등장인물의 얼개가 이미 갖춰져 있고 별다른 홍보 없이도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이러한 콘텐츠와 관련해서는 어떤 법적 이슈가 있을까.
‘사실’은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실제 사건과 실제 인물에 대해서는 저작권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실제 사건과 실제 인물을 소재로 콘텐츠를 제작할 때 그 사건의 관련자나 인물에게 저작권에 관한 이용 허락을 받을 필요는 없다.
그런데 실제 사건과 실제 인물에 관한 기존 저작물, 예를 들어 소설과 평전 등이 있고 이를 원작으로 콘텐츠를 제작할 때는 어떨까. 실제 사건과 실제 인물에 저작권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은 동일하므로 이에 대해 원작자에게 이용 허락을 받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소설의 구체적인 문장을 드라마의 대사로 이용하거나 소설에서 추가된 허구의 장면 묘사를 드라마의 특정 장면의 배경으로 이용하는 등 원작의 창작적 표현을 이용하려면 원작자에게 이용 허락을 받아야 한다.
사건의 관련자나 인물에게 기존에 작성한 문서(일기장·메모 등)나 기존에 촬영한 사진·영상(휴대전화 사진·영상 등) 자료를 제공받아 콘텐츠 제작에 이용할 때도 있는데 그 자료가 저작물이면 그 관련자나 인물에게 이용 허락을 받아야 한다.
또한 사건의 관련자나 인물이 콘텐츠 제작 과정에 참여해 일종의 컨설팅을 할 때도 있는데 그 컨설팅이 창작적 기여로 인정되면 그 관련자나 인물에게 저작권이 발생하므로 제작자는 저작권을 양수할 필요가 있다.
한편 콘텐츠에 사건의 관련자나 인물의 성명·초상·음성 등이 사용될 때도 있는데 이는 사람의 아이덴티티가 가지는 재산적 가치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에 해당할 수 있다. 허락 없이 이를 이용하게 되면 퍼블리시티권 침해나 부정경쟁방지법상 유명인 식별 표지 무단 사용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최근 법무부는 ‘인격표지영리권’이라는 이름으로 퍼블리시티권을 명문화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는데 개정안이 통과되면 ‘인격표지영리권’ 침해에도 해당할 수 있다.
실제 사건과 실제 인물을 소재로 한 콘텐츠에서는 명예 훼손 문제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판례는 역사적 사실의 각색이 의도적인 악의의 표출에 이르렀는지, 묘사된 사실이 실제 일어난 역사적 사실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는지 등의 요소를 고려해 명예 훼손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이렇듯 실제 사건과 실제 인물을 소재로 한 콘텐츠와 관련해서는 저작권·퍼블리시티권·명예 훼손 등의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작사는 사건 관련자나 인물과 그 사건이나 인물에 관한 이야기 일체(이른바 ‘라이프 스토리’)의 이용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기도 한다.
그 계약에는 저작물과 아이덴티티의 이용 허락, 컨설팅으로 발생하는 저작권의 양도, 인격권을 침해하지 않을 제작사의 의무, 명예 훼손을 이유로 한 법적 조치 금지 등의 내용이 포함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실제 범죄의 가해자 등과 같이 이러한 계약을 체결할 수 없는 것도 있는데 이 경우에는 허락 없이 저작물과 아이덴티티를 이용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판례가 제시하는 명예 훼손의 판단 요소를 유의하면서 콘텐츠를 제작할 필요가 있다.
문진구 법무법인(유) 세종 파트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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