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대형화재에도 1년만에 복구, 위기를 기회로…리튬일차전지 글로벌 톱3로 우뚝

장승국 비츠로셀 대표. 사진=비츠로셀 제공
장승국 비츠로셀 대표. 사진=비츠로셀 제공
리튬일차전지 국내 1위 기업으로 잘 알려진 비츠로셀은 1987년 설립됐다. 30년이 넘는 오랜 기간 동안 리튬일차전지 분야만 집중 연구개발(R&D)해 왔다. 리튬일차전지는 충전 없이 한 번 사용하고 버리지만, 에너지 밀도가 높은데다 수명이 길다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매우 추운 날씨 등 극한 온도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장기간 교체 없이 배터리 사용이 필요한 에너지나 군수 분야 등에 유용하다.

2009년 코스닥에 상장한 비츠로셀은 리튬일차전지 국내 시장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는 압도적인 1위다.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글로벌 3로 손꼽힐 만큼 눈부신 성장을 거뒀다. 리튬일차전지가 주로 사용되는 군수 분야를 넘어 스마트 그리드를 포함한 제품의 다양화를 통해 민간 시장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한 덕분이다.

장승국 비츠로셀 대표는 2008년부터 회사를 맡아 이끌고 있다. 장 대표가 비츠로셀을 맡아 이끄는 동안 회사는 두 번의 큰 위기를 겪었다. 2017년 대형 화재와 2020년 발생한 코로나다. 하지만 장 대표는 과감한 투자와 선제적 대응을 통해 이 두번의 위기를 모두 기회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대형화재와 코로나,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데 성공

2017년 4월 화재는 특히 비츠로셀에 큰 시련이었다. 사무동에서 난 대형화재로 인해 출하대기 중이던 배터리는 물론 생산시설까지 모두 잃었다. 생산시설이 멈춰 서자 그 동안 닦아 놓은 거래처를 모두 잃게 될 상황에 처했다. 장 대표는 결단을 내렸다. 일일이 거래처를 찾아다니며 1년만에 회사의 생산시설을 비롯해 모든 것을 정상으로 되돌려 놓겠다는 각오를 밝히고 설득에 나섰다. 그리고 그는 실제로 이 약속을 지켜냈다.

먼저 장 대표는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단 한명의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장 대표는 “아무리 완전 자동화 설비로 제품을 양산한다고 해도 제품의 품질을 결정하는 건 결국 숙련된 직원들의 손끝이다”며 “실제로 직원들 또한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먼저 회사를 나가겠다고 하는 이들 없이 모두 끝까지 자리를 지켜줬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임직원들 덕분에 비츠로셀은 화재 발생 6개월여 만에 임시 공장을 가동할 수 있었고, 화재 전 판매물량의 80% 이상인 월 70억원의 생산·판매 실적을 달성했다.

이와 함께 ‘당진 스마트 캠퍼스’를 구축하는 데도 박차를 가했다. 장 대표는 “화재 사고가 나기 전 이미 회사가 급성장하며 공간이 좁아지고 있던 상황이어서 중장기적으로 이전 계획이 있었다”며 “화재 이후 생산시설을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900억여원을 들여 2018년 4월 기존 거점보다 세 배 큰 규모의 ‘당진 스마트캠퍼스’를 구축하는 데 나섰다”고 말했다. 당진 스마트캠퍼스는 원자력발전소 수준의 내진 설계를 적용한데다, 제품별·공정별 라인을 분리해 총 19개 동으로 구성해 안정성을 확보했다. 이와 함께 업계 최대 규모 신뢰성 시험소도 갖췄다. 종전 대비 공정 효율성을 40% 개선하고 제품 생산력을 세 배 높였다.

장 대표는 “비츠로셀의 경우는 해외 고객들이 많은데 당시 이들과 거래가 끊길 수도 있을 만큼 회사로서는 창업 이후 최대의 위기였다”며 “일주일만에 한번씩 우리의 상황을 솔직하게 전달하는 레터를 보내고, 실제로 당진 스마트 캠퍼스가 구축되는 과정을 보여주며 믿음을 산 덕분에 거래를 절체절명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20년 발생한 코로나는 비츠로셀뿐 아니라 모든 기업들에 예상치 못한 위기였다. 원자재 공급망이 붕괴되면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오히려 비츠로셀은 코로나 기간 동안에도 지속적으로 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다. 원자재 공급망 붕괴 등에 대비해 선제적인 대응이 잘 갖춰져 있었던 덕분이다.

장 대표는 “당시 리튬 가격이 일 곱 배 정도 뛰면서 큰 어려움을 겪었는데, 우리는 이미 가격이 올라가기 전에 대량으로 계약을 해 놓은 상태여서 원자재 수급에 어려움을 덜 겪을 수 있었다”며 “고객들과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시장 분위기 등을 미리 파악하고 대비해 둔 덕분에 고객들과의 관계도 더욱 안정적이고 돈독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데 성공한 비츠로셀은 지난해인 2022년 창사 이래 사상 최대 실적을 이뤄냈다. 장 대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요 전방산업의 회복과 성장세가 두드러지기 시작했다”며 “당진 스마트 캠퍼스의 생산효율·가동율 증가가 실적 달성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비츠로셀의 지난해 연결 매출액은 2021년 대비 24.2% 증가한 1407억원, 영업이익은 76.6% 증가한 308억원, 순이익은 55.4% 증가한 265억원을 기록했다.

비츠로셀은 지난해 말 종료된 장기 공급계약을 모두 신규로 계약을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 이 외에 유럽에서 가스미터 시장이 본격화되는 등 주력 산업인 스마트 그리드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장승국 비츠로셀 대표는 "2023년은 지난 팬데믹 기간 부진했던 주요 전방산업의 회복·성장세와 신사업 가시화를 통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한 해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스마트그리드, 오일·가스, 국내외 군수 산업, 모빌리티 산업뿐 아니라 세계 1위 파워 솔루션 기업이라는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