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아트 딜러가 알려주는 미술품 투자 A to Z

[서평]
아트테크로 투자‧교양 두 마리 토끼 잡기
아트테크 큐레이션
한혜미 지음 | 한국경제신문 | 1만7000원


지난 2년간 미술 시장은 전례 없는 호황을 누렸다. 미술 시장의 분위기도 달라졌다. 미술 시장에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온 것이다. 이들은 소셜 미디어로 자신만의 작가를 발굴하고 한정판, 스페셜 에디션에 기꺼이 돈을 지불하며 실물이 아닌 온라인으로 접한 이미지를 자산으로 인정하고 구매한다. 또한 미술품으로 감상만을 추구하지 않는다. 미술품이 아닌 미술품의 소유권을 거래하는 데 어색함이 없고 미술품이 보장할 가격을 구매하고 거래한다. 이에 최근 미술품 2차 시장은 작품의 회전 속도가 이전보다 굉장히 빨라졌다. 동시에 작가의 작품 구매를 원하는 많은 MZ세대들의 대기 줄이 늘어섰다.

저자는 2021년 초에 ‘월 10만 원 그림 투자 재테크’라는 책을 출간했다. 이때만 해도 저자가 말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미술품은 자산의 가치가 있고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해도 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누구나 미술에 쉽게 관심을 둘 수 있도록 최대한 가볍게, 여러 재미 요소를 넣어서, 부담 없이 읽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그러면서 한국의 미술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는데 이렇게 빨리 MZ세대를 중심으로 시장이 움직일 것이라고는 예측하지 못했다. 과연 요즘도 “미술품은 부자들의 전유물”이라고 얘기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데 시장의 꾸준한 성장을 기대하지만 언제까지나 뜨거워지기는 어렵다. 불황도 올 것이다. 이에 대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결론은 좋은 그림을 구매해야 한다. 당장 10년을 소장해도 좋을 만한 작품을 알아봐야 한다. 언제 어디에서 나타날지 모르는 자신만의 작품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꾸준하게 안목을 길러야 한다. 여기에 자본·운·지식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현장에서 일하는 아트 딜러의 시선에서 특히 아트테크를 시작하고자 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 이들이 올바른 미술 시장을 함께 만들어 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미술사 지식과 함께 그림을 구매하기 전 주의해야 할 점을 비롯해 작품을 고르는 안목을 기르는 법, 구체적인 미술품 구매 방법 등 아트테크의 기초 지식을 담았다. 또 특별히 앞으로 주목해야 할 라이징 작가 6명과 그들의 작품을 수록해 어떤 작가에 주목해야 좋을지 고민하고 있을 독자들에게 하나의 방안을 제시한다. 그리고 RM·GD 등 핫한 셀럽들은 어떤 작품에 주목하고 있는지, 어떤 미술관을 방문했는지도 함께 팁으로 제시해 새로운 작가를 접하는 즐거움을 전한다.

미술 작품은 직간접적으로 안목과 취향을 대변한다. 지인의 집에 초대 받아 방문했다고 가정하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벽면에 이우환 화백의 100호 사이즈 작품이 걸려 있다면 어떨까. 우리는 그 작품을 통해 집주인의 안목과 취향과 집의 분위기를 파악할 것이다. 최근 소셜 미디어에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리포스팅하거나 해시태그로 배경에 어렴풋이 보이는 작품을 걸어 두는 이유다.

그런데 좋은 작품을 보는 안목은 어떻게 길러야 할까.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신과 함께 숨을 쉴 작품을 찾아봐야 한다. 그림을 구매하는 것은 자신만의 일상과 자기가 만들 역사에 함께할 동반자를 들이는 일이기도 하다. 또 작가가 걸어갈 비전을 함께하는 일이다. 비전이 보이지 않는 작품은 작품 자체의 예술성을 떠나 작품의 미래도 희미하다.

다음으로 작품을 많이 보는 것이 중요하다. 많은 작품을 봐야 “그때 봤던 A 작품이 가장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다”, “다 좋아 보였는데 특히 B 작품이 우리 집에 잘 어울릴 것 같다”를 파악할 수 있다. 만약 전시회에 방문할 여건이 안 된다면 미술품 대여를 추천한다. 그리고 자기가 원하는 장소에 자신이 선택한 미술품을 두고 감상해 보자. 미술품이 주는 환기 효과로 주변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고 인테리어 효과까지 볼 수 있다. 또 매일 달라지는 상황과 기분에 따라 미술품의 아트테라피도 느낄 수 있고 처음에는 작품을 보며 어렵다는 느낌을 받았더라도 계속 관찰하고 바라보면 안목과 취향을 가꿀 수 있을 것이다.

하나의 미술품에는 한 사람의 인생이 담겨 있다. 예술을 가까이할수록 인생이 풍요로워진다. 수많은 미술품을 통해 다양한 사람의 가치관과 인생을 이해하며 삶의 한 부분을 함께할 수 있다. 또한 미술품을 구매하는 것은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미술사를 함께 기록하는 것이다. 역사를 함께 만들어 가는 것, 미술품 구매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수확이다. 그리고 세상에 하나뿐인 예술품을 통해 자신의 미래를 기록하는 일은 어쩌면 미술이 주는 진정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재테크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한다. 교양과 투자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아트테크를 시작하고자 한다면 이 책이 그 해답이 될 것이다.

노민정 한경BP 출판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