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우리, 베트남에서 큰 성공…인터넷 은행들도 첫 진출 지역으로 동남아 고려
[비즈니스 포커스] 동남아시아에 ‘금융 한류’가 불고 있다. 평균 연령이 젋고 시장 잠재력이 높은 ‘기회의 땅’에서 한국 은행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201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은행들의 동남아 시장 진출은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달라진 것은 ‘디지털 전략’을 앞세웠다는 점이다. 은행의 서비스가 디지털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하루빨리 디지털 서비스의 점유율을 높여야만 글로벌 대형 은행과의 경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중 은행들은 모바일 뱅킹 구축, 핀테크 접목 등 동남아 시장을 점령하기 위한 다양한 디지털 전략을 앞세우고 있다.
10년 사이 달라진 동남아의 입지
지난 10년간 우리 금융권의 주요 진출 지역에는 변화가 생겨났다. 먼저 과거 금융권의 주요 해외 무대이던 중국과 일본에 대한 투자 자산 비율은 낮아졌다. 이 자리를 차지한 것이 미국과 동남아다. 특히 ‘신남방 정책’의 영향으로 한국 금융사들의 동남아 주요 국가들을 향한 투자는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기업 데이터 연구소 CEO스코어가 지난해 6월 기준 반기 보고서를 제출하고 해외 종속기업이 있는 금융사 39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금융사 해외 종속기업 268곳의 총자산은 159조3709억원으로 10년 전에 비해 3.6배 증가했다. 4대 시중은행은 10조원씩 해외 자산 규모가 늘었다.
눈에 띄는 것은 동남아가 차지하는 비율이다. 각 금융사들이 동남아 주요 국가를 대상으로 한 투자의 규모가 크게 증가했다. 인도네시아의 비율은 5.2%에서 13%로 7.8%포인트 높아졌고 베트남은 4.0%에서 11.2%로 7.2%포인트 높아졌다. 캄보디아는 2012년 상반기 0.4%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7.3%까지 비율이 높아졌다.
2023년에도 금융권은 동남아를 주목하고 있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동남아와 선진국 시장의 ‘투 트랙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올해 신년사를 통해 강조했다. 윤 회장은 “동남아 주요 거점의 경영 정상화와 밸류업을 통해 글로벌 영업 기반을 안정화하고 계열사 네트워크를 추가 확장해 ‘동남아 현지 주요 금융그룹’의 입지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0년대부터 시작된 은행들의 동남아 시장 진출은 이미 결실을 보고 있다. 신한베트남은행은 베트남에서 가장 성공한 외국계 은행으로 꼽힌다.
신한베트남은행의 2022년 상반기 순이익은 86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0% 가까이 증가했다. 현지화에 가장 성공한 은행으로 전국 지점을 46개로 늘렸다.
신한베트남은행은 2009년 현지 지점을 전환해 설립됐다. 2011년 11월 신한비나은행을 인수·합병(M&A)했고 2017년에는 호주계 은행인 안츠(ANZ)의 소매 금융 사업부문을 인수하면서 프라이빗 뱅크(PB) 부문에 발을 들여 놓았다. 안츠의 소매 금융 사업을 인수한 것은 신한베트남은행이 베트남에 있는 외국계 은행 중에서 1위 자리에 오른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지난해에는 베트남 은행권 최초로 비대면 신용 대출 상품인 ‘디지털 컨슈머론’을 출시했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디지털 컨슈머론은 신한은행의 디지털 금융 기술을 기반으로 베트남 금융 당국과의 협의를 통해 베트남 시중은행 최초로 대출 신청과 실행까지 모든 과정을 100% 디지털화했다. 신한 쏠(SOL) 베트남을 통해 대출 신청이 가능하고 신청 후 최대 5분 이내에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평균 연령 젊어 디지털 공략에 유리
다른 한국 은행들도 최근 동남아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우리은행은 1월 27일 베트남우리은행이 2017년 법인 설립 이후 최대 실적인 영업수익 1억300만 달러, 당기순이익 5000만 달러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50%, 100% 이상 증가한 실적이다.
특히 디지털 전략을 강화한 것이 호실적의 기반이 됐다는 평가다. 베트남우리은행은 디지털 사용자 환경(UI)과 사용자 경험(UX)을 전면 개편하고 모기지론·카론 등 대출 신청 모바일 웹을 구축하는 등 디지털 부문을 강화해 디지털 고객 수는 전년 대비 150% 이상, 비대면 대출 금액은 500% 이상 증가했다.
이와 함께 현대탄콩, 방카 제휴 등 신사업을 다각화해 은행 간 무역 금융, 커스터디(수탁) 및 파생 영업 등 본부 비즈니스를 확대한 결과 비이자 이익이 전년 대비 42% 증가한 2600만 달러를 달성해 수익 구조가 강화됐다.
베트남우리은행은 1997년 베트남 하노이지점에 처음 진출했고 2006년 호찌민지점을 개설해 베트남 북부와 남부 지역으로 영업망을 확대했다. 이후 2017년 베트남우리은행 법인을 설립하고 유동 인구가 많은 쇼핑몰이나 공단 지역을 중심으로 지점과 출장소를 개설하는 등 고객 접점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현재 베트남 북부에 하노이지점 등 11개, 중부에 다낭지점 1개, 남부에 호찌민지점 등 8개, 총 20개의 전국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2023년까지 하노이·호찌민·껀터 지역에 3개 네트워크를 추가로 신설해 리테일 영업 확대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스마트폰 침투율이 높고 평균 연령이 낮아 현지 맞춤형 디지털 비즈니스를 통한 리테일 고객 확보가 용이하다. 동시에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이후 세계의 제조 공장으로 급부상해 은행들에는 성장이 기대되는 국가로 꼽히고 있다.
한편 글로벌 진출에 발을 들여 놓으려는 인터넷 은행들도 첫 진출 무대로 ‘동남아’를 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부터 카카오뱅크의 첫 해외 진출 시장으로 인도네시아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실제로 카뱅의 임원들이 글로벌 진출을 위해 인도네시아 현지 은행들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 현지 은행들의 지분을 인수하는 게 아니냐는 보도도 나왔지만 카카오뱅크 측은 ‘결정된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인도네시아가 첫 진출 국가로 유력하기는 하지만 태국·말레이시아·싱가포르 등 동남아의 다른 국가들도 후보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토스뱅크의 첫 해외 진출 지역도 동남아가 유력하다. 이는 토스뱅크의 모기업인 토스가 이미 베트남 시장 진출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권의 모바일 전환이 필수가 된 시점에서 인터넷 은행이 한국 시장에서 다진 노하우를 동남아 지역에서도 발휘할 수 있다면 전망은 밝다”고 평가했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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