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병원 등에서 처리해야 하는 복잡한 서류 작업 도와주는 AI 대화 엔진
‘임베디드 AI 반도체’로 시장 확장

[인터뷰]
유승재 페르소나에이아이 대표. 사진=서범세 기자
유승재 페르소나에이아이 대표. 사진=서범세 기자
“헤이 카카오” “헤이 지니”와 같은 명령어가 익숙해진 요즘이다. 인공지능(AI)에 말을 걸고 음식점에서는 사람 대신 AI 키오스크에 주문한다. 휴대전화로 은행 서비스를 이용할 때면 고객센터에 전화를 거는 것보다 ‘챗봇’에 안내를 부탁하는 것이 더욱 간편해진 세상이다. 이처럼 AI나 무인 서비스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 일상 깊숙이 침투해 있다.

페르소나AI는 흔히 ‘챗봇’이라고 하는 대화형 AI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다. 2022년 12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미 스타트업 서밋’에서 한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톱3에 올랐을 만큼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대표적인 AI 기업이다. 현재 한국에서는 유일한 클라우드 기반의 AICC(AI Contact Center) 기업으로, AICC는 AI를 통해 콜봇이나 챗봇이 소비자의 질문에 답변하는 지능형 고객센터를 의미한다.

사람과 대화하는 AI의 미래는 어디까지 우리의 일상을 바꿔 놓을 수 있을까. 서울 삼성동에 있는 페르소나AI 본사에서 1월 26일 유승재 대표를 만났다. 키오스크 사용으로 어려움 겪는 순간, AI가 전화 "제가 도와드릴게요"
유 대표가 대화형 AI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우연한 계기에서였다. TV에서 IBM의 AI ‘왓슨’이 한국어를 학습하는 중이라는 것을 본 것이다. 여기에 흥미를 느낀 유 대표는 세계 각국의 동향을 살펴보며 고민에 빠졌다. ‘왜 한국말을 외국 기업의 AI가 배우고 있을까’라는 것이 그 출발점이었다. IBM의 ‘왓슨’이 AI의 기술적인 면에서는 뛰어날 수 있지만 한국말로 대화하기 위한 AI를 연구하는 데는 외국 기업이 아닌 한국 기업이 직접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5년 유 대표는 그렇게 한국어로 편안하게 소통할 수 있는 AI 대화 엔진과 AI 반도체 개발 연구에 뛰어들었다.

유 대표는 “2015년부터 연구를 시작했고 회사를 설립한 것은 2017년이었다”며 “그 사이 AI 대화 엔진을 개발하는 데 우수한 인재들을 찾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팀 빌딩을 했다”고 말한다. 좋은 인재를 찾는 데 오랫동안 시간과 공을 들인 끝에 뛰어난 기술을 가진 엔지니어들로 팀을 꾸릴 수 있었고 2018년 한국 최초로 클라우드 기반의 대화형 AI 솔루션인 ‘봇톡스(BOTTALKS)’을 출시했다. 현재 은행과 보험사 등 금융권이나 병원에서 주로 사용되고 있다.

봇톡스는 봇(BOT)과 토크(TALKS)의 합성어로 친근하게 말하는 로봇이라는 데 방점을 뒀다. 일반적으로 AI 챗봇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코딩과 매뉴얼 작업이 필요하지만 봇톡스는 이와 같은 과정이 전혀 필요가 없다. 그저 간단한 정보만 입력하면 누구든 쉽게 AI 챗봇과 콜봇을 완성하고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인 음식점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이라면 이 봇톡스를 활용해 간단히 메뉴를 입력하면 AI 메뉴판이 완성된다. 손님들은 이 AI 키오스트를 통해 쉽고 간편하게 음식을 주문할 수 있다.

AI 챗봇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유 대표가 가장 강조하는 것 역시 바로 이 부분이다. 누구든 쉽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유 대표가 페르소나AI를 소개할 때 ‘AI의 적정 기술을 만드는 기업’이라는 문구를 사용하는 이유다. ‘적정 기술’이란 기술이 사용되는 사회·정치·문화·환경적 맥락과 인프라 등을 고려해 만들어지는 기술을 뜻한다.

유 대표는 “AI 기술이 정말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정작 일상생활에서 편하고 쉽게 쓸 수 있는 기술을 찾기 어렵다”며 “기술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더 많은 사람이 AI 기술의 혜택을 누리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최근 많이 사용되고 있는 키오스크다. 키오스크는 인간의 편리를 위해 만들어진 기계지만 실제로는 사용하는 방법이 꽤 복잡해 특히 어르신들이 그 앞에서 쩔쩔매는 모습을 보는 일이 적지 않다.

유 대표는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도 키오스크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오랫동안 고민했다”며 “대화형 AI를 통해 어르신들에게 말로 안내해 드리면 쉽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한다. 이와 같은 아이디어가 바탕이 돼 출시한 페르소나AI의 대화형 AI 탑재 키오스크는 여느 키오스크와는 유달리 눈에 띄는 점이 있다. 키오스크 옆에 작은 전화기가 달려 있는 것이다. AI 키오스크를 사용하는 고객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발견되면 키오스크 옆의 전화기가 울린다. 전화를 통해 AI가 친절하게 하나하나 키오스크 사용법을 안내해 주는 것이다.

유 대표는 “한국어는 특히 단어가 풍부하고 미묘한 뉘앙스가 달라 대화를 인식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많을 수 있다”며 “바로 이것이 IBM의 ‘왓슨’이 한국어를 배우는 것보다 우리가 직접 한국어를 중심으로 AI 대화 엔진을 개발했을 때 갖는 장점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페르소나AI에서 개발한 AI 대화 엔진은 한국인정기구(KOLAS) 국제 테스트와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테스트에서 한국어 인식률과 응답률이 각각 100%에 이를 만큼 정확도가 높다. 응답 속도 또한 0.4초 내외로 매우 빠르다. 대화를 기억해 맥락 있는 쌍방향 대화와 복합 대화가 가능하고 한국에서 유일하게 말하기 속도와 소리 크기를 조절할 수 있다. 사용자가 갑자기 다른 주제로 전환하더라도 대응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기술력의 장점이 가장 잘 발휘되는 상황이 바로 위에서 언급한 어르신들이 AI 키오스크를 사용하는 경우다. 사투리를 사용해도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어르신들의 목소리나 표정 등을 통해 감정을 분석한 뒤 그에 맞춰 세세하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미 스타트업 서밋 톱3, 임베디드 AI 반도체로 기술력 인정

페르소나AI는 화려한 수상 경력을 지니고 있다. 한국은 물론 해외 스타트업 관련 행사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해 12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미 스타트업 서밋’에서 톱3에 들기도 했다. 한국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한 행사로, 한국·미국 대기업과 스타트업, 글로벌 벤처캐피털(VC)은 물론 액셀러레이터들이 총집합해 현장 심사 위원으로 참여했는데 페르소나AI는 미국 현지 스타트업들과 함께 한국 스타트업으로는 유일하게 톱3에 들었다.

전 세계 VC와 전문가들이 페르소나AI를 주목하고 것은 바로 ‘임베디드 AI 반도체’ 기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페르소나AI에서 개발한 자체 AI 대화 엔진을 초소형 경량화해 반도체 위에 꽂아 넣어 ‘임베디드 AI 반도체’로 만든 것이다. 이 반도체를 활용하면 향후 스마트 홈이나 자율 주행차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화형 AI를 활용한 서비스가 가능하다. 지금 현재 모든 기업들이 원하는 것은 DT, 즉 디지털 전환이다. 앞으로 이와 같은 흐름이 가속화될수록 결국 AI가 활용되지 않는 분야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유 대표는 “지금 우리 딸이 여덟 살인데 이 아이들을 보면 태어났을 때부터 AI와 대화하고 활용하는 것이 익숙한 세대”라며 “앞으로 우리 사회는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으로 달라질 테고 스마트 홈부터 모든 부분에 AI가 활용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와 같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상황에서 ‘임베디드 AI 반도체’로의 시장 확장은 단순히 기업의 이익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한국이 원천 기술을 보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닐 수 있다.

유 대표는 “AI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달한다고 해서 앞으로도 AI가 인간의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AI는 결국 사람의 편리를 위해 사용하는 도구인 만큼 AI를 활용하는 사람이 불편함을 느낄 때 언제든지 AI나 혹은 전문 기술을 지닌 사람이 빠르고 쉽고 적절하게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