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연평균 수익률 평균 DB -2.08%, DC -5.93%…금리 상승기의 퇴직연금 운용법 찾아라

[비즈니스 포커스] 당신의 퇴직연금은 안녕하십니까
통계 공시 후 수익률 최저…당신의 퇴직연금은 안녕하십니까
“하필 주식 시장이 하락할 때 가입해 펀드 수익률도 마이너스예요. 우리 회사는 일반 직원만 DC형이고 임원들은 DB형이라던데…. DC형이 너무 불리한 것 같아요.” 직장인 K 씨는 최근 자신의 퇴직연금 수익률을 확인했다가 화들짝 놀랐다. 알아서 잘 굴러가겠거니 했는데 이게 웬걸, 금리 상승기에 주식 시장이 폭락하면서 퇴직연금 수익률도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

K 씨만의 일이 아니다. 한경비즈니스가 43개 퇴직연금 사업자의 수익률 공시를 분석한 결과 2022년 4분기 말 기준 1년 평균 수익률(원리금 보장형+원리금 비보장형)은 확정급여형(DB) 마이너스 2.08%, 확정기여형(DC) 마이너스 5.93%로 집계됐다. 개인 IRP는 마이너스 6.43%다. 퇴직연금 세 가지 유형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특히 노동자가 투자를 직접 결정해야 하는 DC형과 개인 IRP의 상황은 심각하다. DC형은 적극적 투자로 DB형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안전 자산에만 투자하는 DB형보다 수익률이 낮았다. 3.85%포인트 차다.
통계 공시 후 수익률 최저…당신의 퇴직연금은 안녕하십니까
실적 배당형 수익률 ‘마이너스’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4분기 퇴직연금 사업자 43개사의 평균 수익률이 통계 공시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연도별 4분기 기준). 해당 수치는 최근 1년간 운용 수익률을 보여주는데 이 기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발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증시 불황이 지속되면서 주식형 비율이 높은 퇴직연금의 성적표는 낙제점을 기록했다.

가입자가 직접 주식형 펀드 등에 투자해 포트폴리오를 운용하는 원리금 비보장형(실적 배당형)은 그야말로 쑥대밭이다. 43개 사업자의 원리금 비보장형의 평균 수익률은 DB형이 마이너스 5.83%, DC형 마이너스 13.87%, IPR 마이너스 14.73%를 기록했다.

DC형은 사업자별로 보면 한화투자증권이 가장 좋지 않았다. 최근 1년간 운용 수익률은 마이너스 21.61%다. 이어 현대차증권(-20.74%), 신한라이프생명(-19.31%), KB증권(-19.13%), 삼성증권(-18.51%) 순이다.

모든 사업자들이 DC형에서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그중에서도 선방한 곳은 롯데손해보험(-7.41%), DB생명보험(-8.36%), DB손해보험(-8.99%) 등이다. 보험사들이 보수적으로 투자한 결과라는 평가다. 증권사 중에서는 신영증권(-12.52%), 유안타증권(-14.32%) 등이 비교적 좋은 성적을 냈다.

IRP에서는 광주은행(-20.05%)과 KB증권(-19.61%)의 수익률이 가장 낮았고 롯데손해보험(-8.06%)과 흥국생명보험(-8.59%)이 최고치를 기록했다. 증권사 중에서는 현대차증권(-12.37%)과 하이투자증권(-13.54%)이 비교적 선방했다.

실적 배당형이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한 반면 원리금 보장형은 DB형이 1.68%, DC형 2.02%, IPR 1.88%로 마이너스를 면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실적 배당형에서 원리금 보장형 상품으로 ‘머니 무브’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고금리 정기 예금과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상품 투자에 쏠림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2021년 말 원리금 보장형의 총 적립금은 251조8064억원에서 2022년 말 293조9465억원으로 늘어난 반면 실적 배당형은 40조660억원에서 33조9708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특히 DC형에서 머니 무브 현상이 거셌다. DC 원리금 보장형 적립액은 2021년 4분기 말 57조8951억원에서 2022년 말 4분기 67조5195억원으로 14.3% 늘었지만 실적 배당형은 15조9598원에서 12조9676억원으로 23.1% 감소했다.

그동안은 저금리와 주식 붐이 맞물리면서 퇴직연금을 그대로 방치하면 외려 ‘마이너스’라는 위기감이 감돌았다. 이에 안정적인 원리금 보장형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실적 배당형의 인기가 증가 추세였지만 증시 불황에 투자자들이 다시금 안정 지향을 추구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역시 정답은 아니다. 물가상승률과 비교해 매년 연 5% 이상의 고금리 원금 보장형 상품 공급이 지속된다는 보장이 있다면 고금리 상품 위주의 투자만으로도 수익을 낼 수 있다. 하지만 올해 2월 퇴직연금 원리금 보장 상품 적용 금리 공시를 보면 증권사 평균 연 4.1%, 은행 연 3%대 중반으로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저조한 퇴직연금 수익률에 가입자들은 분통이 터질 노릇이다. DB형에 투자하자니 연금 수익률이 물가상승률에 미치지 못해 실질 수익률이 마이너스일 것 같고 DC형에 투자하자니 증시 불황에 원금마저 손해를 볼 것 같다. DC 실적 배당형 가입자 C 씨는 “원금 보장형에 묶여 있으면 연 수익률이 고작 1~2%대라고 해서 실적 배당형으로 갈아탔다”며 “증시가 활황일 때도 수익률은 별로였는데 증시 불황이 오니 1~2%대의 수익률은커녕 오히려 마이너스 폭이 커질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분노를 터뜨렸다.

실제 증시 활황기였던 2021년 연간 수익률과 비교해도 퇴직연금의 성적표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당시 평균 수익률은 각각 DB형 1.72%, DC형 3.22%, IRP가 3.51%였다. 가입자로서는 증시가 활황이거나 불황이거나 수익률이 마뜩잖은 셈이다.고질적 문제 ‘무관심’고질적 문제는 ‘무관심’이다. 퇴직연금 제도는 노동자의 가장 중요한 퇴직 후 노후 보장 책임 제도다. 국민 다수가 퇴직연금에 노후를 기대고 있다. 하지만 소중한 노후 자산이 개인 그리고 기업과 퇴직연금 사업자의 무관심 속에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2018년 금융투자협회의 ‘퇴직연금 자산 운용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DC형 제도 가입자의 83%는 상품을 변경하지 않아 최초에 운용을 지시한 상품으로 계속 운용하거나 방치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또한 가입자 10명 중 3명은 자신의 퇴직연금이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지 몰라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1년 전의 설문 조사도 별반 다르지 않다. 2022년 금융소비자연맹이 퇴직연금 가입자인 노동자 5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가입자의 83.7%는 1년 이내 적립금 운용 상품을 변경하지 않았고 변경 절차도 모르는 가입자가 40.9%에 달했다. 노동자가 수수료를 납부하는 IRP 수수료율에 대해서는 아예 모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퇴직연금의 장기 복리 효과를 감안하면 수익률에 대한 관심과 관리가 은퇴 생활 수준을 결정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본인의 노후 자산이 될 소중한 퇴직연금이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지 꼼꼼히 따져보고 확인해 봐야 한다.

가입자 역시 퇴직연금 운용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기업과 퇴직연금 사업자 역시 적립금 운용 변경 절차와 수수료 부담에 대한 정보 제공을 노동자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고금리 시대 투자법전문가들은 최소 연 5%대 수익을 올려야 은퇴 후 소득 대체율 70%를 맞출 수 있다고 조언한다. 1~3% 수익률을 보장하는 원리금 보장형도 답은 아니다. 2022년 금리 인상기에도 43개 사업자 중 3%대 수익률은 찾아볼 수 없었다. ‘연금 투자’는 불가피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운용해야 할까. 연금 전문가들은 은퇴 자산은 장기간에 걸쳐 투자하는 몇 안 되는 금융 상품이기 때문에 ‘장기 투자’의 장점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퇴직연금은 은퇴 후 일정 연령(만 55세 이상)이 지나야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장기 투자에 적합한 투자 자금이다.

이승원 미래에셋자산운용 ETF마케팅본부장은 “원리금 보장 상품으로 자금이 이동되는 경향이 있지만 퇴직연금은 퇴직 시까지 운용돼야 하는 장기 상품”이라며 “결국 투자자는 현재 시장이 좋지 않아도 은퇴하는 시점까지 어떤 곳에 투자할지를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원 본부장은 “연금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장기적 시각”이라며 길게는 30년, 짧다면 10년 이내를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퇴 시점에서 찾는 돈이다 보니 당장 내일 3% 오를 것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 10년 후, 20년 후를 내다봐야 한다는 얘기다.

10년간 무엇에 투자해야 할까. 이 본부장은 “소수 종목으로부터 단기적 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보다 장기 성장 분야에 자산을 배분하는 투자 전략이 요구된다”며 “미국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우량 자산과 장래 혁신 산업을 이끌 수 있는 곳에 투자하는 것을 추천하며 금리 인상기에도 여전히 이 전략은 유효하다”고 말했다.

단 금리가 낮은 상황에서는 다른 자산보다 주식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지만 지금은 주식과 채권 등 여러 자산에 대한 투자 기회가 생긴 만큼 ‘바벨 전략’을 강조했다. 그는 “향후 발전될 산업에 대한 전망을 갖고 최소 10개 종목 이상 분산돼 있는 상장지수펀드(ETF)에 관심을 갖고 투자하는 것이 퇴직연금에서 좋은 방향”이라며 “한 자산에 대한 쏠림보다 채권의 매력도가 증가한 만큼 주식 외 자산 역시 편입하면 장기적으로는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원리금 보장형 상품을 일부 활용하는 것도 방안이다. 한세연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WM마스터즈 전문위원은 “금리 인상기에는 일정 비율로 고금리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투자하고 일부는 성장성이 높고 가격 메리트가 발생한 업종에 ETF나 펀드로 투자하는 것이 향후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역발상 투자’도 답이 될 수 있다. 한세연 전문위원은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주식 시장이 좋을 때 진입 욕구가 커지고 주식 시장이 나쁠 때 지루함을 견디기 어려워한다”며 “주식 시장이 좋아져 목표한 수익률이 달성됐다면 일부 매도하고 주식 시장이 좋지 않다면 저평가된 업종을 찾아 매수하는 전략이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가입자의 마음가짐이다. 한 전문위원은 “단기 변동성은 장기적인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과정”이라며 “지금부터 성장성이 높은 상품에 ‘최소 3년 이상은 장기투자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퇴직연금을 차곡차곡 쌓아 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주식뿐만 아니라 글로벌 전체적으로 저평가된 업종이 많으니 글로벌 지역으로 눈을 확대해야 한다는 조언이다.해결책은 디폴트 옵션? 투자 경험이 부족하거나 연금 자산에 신경 쓸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면 2022년 12월 말부터 시행된 ‘디폴트 옵션’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 디폴트 옵션은 DC·IRP 가입자가 별다른 운용 지시를 하지 않더라도 사전에 미리 정한 방법으로 자동 운용하게 하는 제도다. 적립금 운용 기간 만료일로부터 4주 이상 적립금 운용 방법을 선정하지 않으면 해당 가입자에게 사전 지정 운용 방법에 따라 적립금이 운용된다는 것을 통지하고 통지 2주 경과 후에도 운용 지시가 없으면 이를 실행하는 방식이다.

퇴직연금 사업자들은 가입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퇴직연금 디폴트 옵션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예컨대 손실 회피형 고객에게는 원리금 보장 상품에 100% 투자해 확정 이자를 지급 받는 포트폴리오, 보수적 투자 성향 고객에게는 예금과 펀드로 구성해 투자 원금 손실 위험을 낮추고 이자 소득 이상의 투자 수익을 목표로 하는 포트폴리오, 적극적 투자 성향 고객에게는 펀드 100%를 구성해 위험을 감내하더라도 높은 수준의 투자 수익을 추구하는 포트폴리오를 디폴트 옵션 상품으로 내놓았다.

물론 디폴트 옵션만 믿고 퇴직연금을 모르쇠해선 안 된다. 한 전문위원은 “디폴트 옵션은 퇴직연금을 방치해 지나치게 낮은 수익률로 운용되는것을 막기 위한 안전 장치이지 수익률 제고를 위한 만능 키는 아니다”며 “오히려 퇴직연금 가입자에게 수익률에 관심을 갖고 수익률 올리기 위해 노력해 달라는 당부에 가깝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올 한 해 퇴직연금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그 어느 해보다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디폴트 옵션 시행은 물론 올해부터 연금 계좌에 대한 세액 공제 한도가 700만원에서 900만원으로 확대된 점도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개인·퇴직연금의 노후 소득 보장을 강화하기 위해 연금저축에 납입하는 금액에 대한 세액 공제 한도를 400만원에서 600만원으로 늘렸다. 개인형 퇴직연금(IRP) 등 퇴직연금을 포함하면 세액 공제액은 700만원에서 900만원으로 확대된 것이다.

한 전문가는 “지금이야말로 퇴직연금 운용 현황을 점검해 보고 노후 자산을 늘리기 위한 자신만의 전략을 세워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이승원 본부장은 “관심 밖에 있으면 아예 기회조차 얻지 못할 수 있다”며 “조금만 관심을 기울인다면 노후 자산이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뭐 가입했는지도 모르겠어요” 퇴직연금 왕초보 탈출DC형·DB형·IRP형. 운용 이전에 자신이 어디에 속해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퇴직연금 초보자를 위한 첫 단계는 자신의 퇴직연금 찾기다.

①통합연금포털 검색
②가입하기 후 ‘내연금조회’ 검색
*연금 포털 최초 조회 시 소요 기간(최소 4영업일) 발생
이기는 퇴직연금 투자 원칙 퇴직연금 투자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가능한 한 일찍 시작해 장기 투자의 이점을 누리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투자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① 장기 투자하라
퇴직연금은 10년 이상 운용하는 장기 상품이다.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 위험 자산에 투자하고 기간을 늘려 변동성을 줄여 나갈 것.
※퇴직연금 제도에서는 위험 자산 70% 제한, 레버리지·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 제한 등이 설정돼 있다. 주식과 같은 위험 자산이 가격 상승으로 위험 자산 비율 70%를 초과하면 위험 자산의 매수가 제한된다. 반면 자산 가격이 하락할 때는 위험 자산 비율이 낮아져 추가 매수할 수 있다. 금융회사에서는 ‘위험 자산 초과 비율’ 안내를 의무화하고 있으니 이를 포트폴리오 정비 기회로 삼자.

② 분산 투자하라
주식·채권·부동산 등 방향성이 다른 자산으로 나누고 국내외 자산으로 배분할 것. 투자 시점을 나누면 분산 투자 효과를 더 높일 수 있다.
※투자 경험이 부족하다면 생애 주기에 맞춰 위험 자산의 비율을 자동으로 조정해 주는 타깃 데이트 펀드(TDF)를 활용하면 보다 쉽게 자산 배분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반면 투자 경험이 있고 보다 적극적인 분산 효과를 누리고 싶다면 ETF와 같은 인덱스펀드를 활용하면 좋다.

③ 주기적으로 점검하라
개별 자산의 목표 수익률을 사전에 설정하고 최소 1년에 한 번씩은 포트폴리오 성과를 점검할 것.
※대부분의 금융회사에서는 매월 퇴직연금 수익률 안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때마다 포트폴리오 성과를 점검하면 기회 요인을 활용해 수익을 늘리고 위기 요인을 제거해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