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으로 살펴본 재미의 3가지 핵심 요소

[서평]
내면이 죽었다고 느껴진다면, 진짜 ‘재미’를 찾아라
파워 오브 펀
캐서린 프라이스 지음 | 박선령 역 | 한국경제신문 | 1만8000원


가장 최근 재미를 느낀 것은 언제인가. 마지막으로 신나고 들떴던 때는 언제인가. 친구와 함께 장난을 치며 웃음을 터뜨렸던 순간이나 처음으로 뭔가를 시도했거나 예상하지 못한 누군가와 유대감을 느꼈던 순간이 떠올랐을 수 있다. 어떤 활동을 했든 결과는 같다. 당신은 웃고 미소 지었으며 책임에서 해방된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그 경험은 당신에게 활력과 자양분을 공급하고 생기를 되찾아 줬다.

그런데 우리가 ‘재미’를 말할 때는 흔히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 같은 능동적인 일뿐만 아니라 TV 시청 같은 수동적인 것까지 모두 포함해 말하곤 한다. 이 활동들이 만들어 내는 에너지 수준이 근본적으로 다른 데도 말이다. 또한 즐거웠다고 생각되는 경험을 이야기할 때도 ‘재미’라는 단어를 사용하는데 엄청나게 즐거웠던 외출부터 전혀 즐겁지 않았던 저녁 모임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대해 누군가 어땠었느냐고 물으면 그냥 “재미있었어”라고 뭉뚱그려 말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무심코 재미있었다고 말하는 경험과 정서적 강도의 광범위한 범위를 생각하면 이 책에서 말하는 ‘재미가 인생을 바꾸는 힘이 된다’는 말이 과장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재미의 잘못이 아니다. 우리가 부주의하게 남용하면서 단어의 가치를 떨어뜨린 때문이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진짜 재미보다 가짜 재미에 노출돼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우리는 재미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때와 방법에 대해 훨씬 더 엄밀해질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 말하는 일상적 의미의 ‘재미’와 ‘진정한 재미’의 차이는 무엇일까. 그리고 진정한 재미를 느끼기 위해 반드시 있어야 하는 요소는 무엇일까. 또 어떻게 해야 더 많은 재미를 느낄 수 있을까.

진정한 재미란 무엇일까. 우리는 ‘재미’라는 단어를 다양한 상황에서 광범위하게 사용하는데 진짜 재미의 힘을 이해하고 사용하기 위해 저자는 재미라는 감정을 인간이 어떤 순간에 느끼는지 과학적으로 명확히 하고자 했다. 이에 나이·소득·교육 수준·직업·거주지가 다양한 1500명 정도의 펀 스쿼드(Fun Squad)를 모집해 설문 조사한 결과 그들이 ‘진정 재미있었다’고 표현한 경험을 관통하는 보편적인 특징을 발견했다. 바로 ‘장난기·유대감·몰입’이었다.

진정한 재미는 우리가 어떤 활동에 유쾌한 태도로 임하며 유형의 보상이 없어도 그다지 신경 쓰지 않을 때(장난기), 다른 누군가와 특별한 경험을 공유하는 느낌이 들 때(유대감), 외부의 무언가에 방해받지 않고 빠져드는 순간에(몰입) 경험할 수 있다. 또한 행복이나 만족과 같은 긍정적 ‘상태’와 달리 시작과 끝이 있는 ‘경험’이며 같은 사람이 같은 행동을 해도 기분이나 태도, 함께하는 사람 등 여러 변수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경험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보편적이면서도 유일무이하다.

한편 진정한 재미로 위장해 우리가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영화나 드라마 몰아보기, 하릴없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보기, 자기만족을 위한 소비 등은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해 우리 자신을 마비시키는 행동으로 ‘가짜 재미’에 해당한다. 가짜 재미는 장난기·유대감·몰입을 경험할 수 없는 행동으로, 우리의 신체와 정신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다. 가짜 재미가 내면의 나침반을 장악하면 우리는 내면이 죽은 것처럼 느끼게 된다.

저자는 우리가 관심을 주는 대상이 곧 우리 삶이 된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인생을 재밌게 살고 싶다면 진정한 재미에 관심을 기울여야만 한다. 둘러보면 주위에 장난기·유대감·몰입의 순간을 느낄 기회가 항상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발견하고 경험하고 창조할 능력이 있음에도 대부분 이를 실천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 모두는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면 더 즐길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즐거움을 통제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자신에게 재미를 안겨 주는 요소가 뭔지 잘 파악하고 그런 요소가 존재하는 상황을 많이 설계해 참여해야 한다. 이는 분명히 노력할 가치가 있는 일이다. 진정한 재미가 무엇이고 그게 어떤 느낌인지 이해한 후에 우선순위로 삼으면 순간순간 자신의 시간과 관심을 어떻게 소비할 것인지 현명하게 결정할 수 있다. 나아가 장기적인 효과로 인생도 바뀐다.

또한 진정한 재미를 추구하다 보면 무의미하고 산만하고 공허한 취미 활동에 들이는 시간이 줄어들어 자신의 진짜 자아에 충실해진다. 그리고 자신에게 의미와 기쁨을 안겨주는 사람과 경험과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으며 그 무엇보다 진정한 재미를 중심으로 삶의 방향을 잡으면 ‘즐거워’진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의지력과 자제력을 발휘해야 하는 대부분의 자기 계발 프로젝트와 달리 재미를 우선시하면 지금 이 순간 더 활기차고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다.

어떤 이들은 불안하고 우울하기 때문에 진정한 재미를 느낄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는 사람들이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고통스러워서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게 아니라 충분히 즐기지 못하기 때문에 고통을 겪는다는 것이다. 재미는 우리가 풍요로워져서 얻게 된 결과물이 아니라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원인이므로 재미를 인생의 나침반으로 삼아야 한다. 그러면 삶이 더 행복해지고 건강해지며 살아 있다는 기분을 더 자주 느끼게 될 것이다.

노민정 한경BP 출판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