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 대신 경매로 눈 돌린 2030을 위한 경매 A to z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 경매 시장 활황” 예상
2월 14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 경매 법정이 사람들로 붐볐다.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60㎡(18평)짜리 매물이 두 번 유찰되고 3차 경매가 진행되는 날이었다.
이날 실제 경매에 참여한 응찰자는 단 두 명이었지만 경매 법정은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였다. 대부분 경매 스터디나 경매 아카데미 소속 회원들이었다. 이들은 법정 분위기를 살피고 경매 과정을 체험하기 위해 경매 법정을 방문했다고 했다. 이렇게 6명 이상이 모여 온 단체만 이날 5그룹 정도였다.
중년층뿐만 아니라 2030으로 보이는 젊은층까지 대략 60여 명 정도가 경매 법정을 채웠다. 이날 경매 법정에서 만난 한 경매 아카데미 강사는 “대부분 직장이 있는 젊은 분들인데 평일 오전이든 오후든 경매 스터디나 임장, 모의 경매에 꼭 참여하는 분들이 많다”며 “예전에는 은퇴 자금으로 경매에 도전하는 5060세대가 주를 이뤘다면 지금은 30대가 가장 많다”고 말했다. 경매의 주류가 바뀐 셈이다.
젊은 경매 투자자들은 ‘2030이 집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며 경매에 뛰어든다. 시세보다 20~50% 싸게 집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매의 심리적 진입 장벽은 매매보다 더 높다. 집을 사기 위해 부동산 대신 경매 법정에 가야 한다는 낯섦과 권리 분석이 어려울 것 같다는 막막함이 경매 진입의 장애물이다. 2030 초보 경매 투자자들을 위해 부동산 경매 A to Z를 정리했다. 1. 경매 왜 해야 돼요? 경매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 경매 시장 활황을 예상한다. 통상적으로 경매 물건의 감정가는 최소 6개월에서 1년 전에 산정되기 때문이다. 시장이 좋을 때 평가된 매물은 감정가가 높다. 이후 부동산 하락기가 도래하면 경매 시작가가 현 시세나 급매 가격보다 높은 물건이 많아 유찰 횟수가 늘고 낙찰률은 떨어진다.2번 이상 유찰되면 반값에 집·상가·토지 등을 살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올해 하반기에 나올 물건들은 부동산 시장 하락기 가격이 반영된다. 자연스레 경매 시작가도 더 낮아진다. 여기에 앞으로 금리가 계속 오르면 원금과 이자 상환 부담을 견디지 못한 ‘영끌족’이 보유한 아파트가 경매 시장에 쏟아질 것이란 예상도 있다. 2. 실거주 의무·자금 출처 소명 필요 없는 경매경매 낙찰가가 시세와 큰 차이가 없더라도 이득일 수 있다. 투기과열지구나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부동산을 살 때다. 경매 물건은 실거래가 신고 대상이 아니고 자금조달 내역을 소명할 의무도 없다. 실거주 의무도 적용받지 않는다.
경매 전문가인 정상열 부동산에듀&리치캠퍼스 대표는 “경매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투기과열지구나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주택을 구입할 때 실거주하거나 지자체의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라며 “입주와 동시에 전세를 놓을 수 있어 자금 조달이 원활하고 자금 출처를 소명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상속이나 증여로도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3. 경매 이제 어떻게 하면 돼요?1)물건 찾기
경매가 왜 중요한지 알았다면 이제 경매 물건을 찾아보자. 경매 물건은 법원 경매 정보 사이트에서 볼 수 있다. 사이트에 들어가 ‘물건 상세 검색’을 누르면 용도별·지역별로 경매에 나온 물건을 볼 수 있다. 관심이 가는 물건을 누르면 감정 가격과 면적, 실제 사진, 매각 기일, 해당 일자에 경매가 이뤄지는 법정 장소, 경매 결과 등을 알 수 있다. 지지옥션이나 네이버부동산경매 등 민간에서 운영하는 사이트도 있다.
합리적인 가격에 낙찰받기 위해서는 2회 이상 유찰된 물건 위주로 살펴봐야 한다. 서울은 한 번 유찰 될 때마다 가격이 20%씩 낮아진다. 두 차례 유찰되면 감정가의 64%, 세 차례 유찰되면 51%가 된다. 인천과 경기의 유찰 저감률은 30%로 유찰 시 최저 가격이 더 크게 떨어진다.
다만 세 번 이상 유찰되면 최저 낙찰 가격이 떨어지지만 되레 입찰자들이 몰려 가격이 이전 최저가보다 높아지는 경우도 있다.
지난 2월 15일에 낙찰된 물건번호 ‘2022타경 1108’ 사례를 보자. 이 물건은 사당역 4번 출입구와 도보로 300m 떨어진 상가 3층이다. 전용 면적은 136㎡(41.2평)인데, 최초 감정가는 9억8500만원이었다. 하지만 3번이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되고 이날 4차 경매가 열렸다. 4차 경매는 5억432만원에 시작됐지만 낙찰가는 6억4199억원이었다. 응찰자가 10명이나 몰리면서 3차 경매 최저가였던 6억3040만원보다 비싸게 팔린 것이다.
2) 권리 분석하기
권리 분석은 경매 투자에서 진입 장벽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다. 경매에서 낙찰을 받아도 권리가 남아 있다면 낙찰자가 추가 금액을 부담해야 하거나 부동산 사용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
법원 경매 정보 사이트에서 마음에 드는 물건을 찾았다면 등기 기록과 매각물건명세서를 열람해야 한다. 매각물건명세서는 매각 기일이 열리기 1주 전에 올라온다.
전문가들은 이 매각물건명세서만 꼼꼼히 봐도 권리 분석이 끝난다고 말한다. 매각물건명세서는 생각보다 친절하다. 경매 대상의 위험 요소가 있다면 상세하게 알려준다. 매각물건명세서에는 어려운 단어가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포기하면 안 된다. 경매 입찰자는 크게 등기부상 권리와 임차인의 보증금 권리를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우선 등기부상 권리는 물건명세서에 기재된 ‘등기된 부동산에 관한 권리 또는 가처분으로 매각으로 그 효력이 소멸되지 아니하는 것’이라는 난에 기재된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 내용이 비어 있으면 낙찰자가 인수할 권리, 즉 경매 낙찰가 외에 더 들어갈 돈이 없다는 뜻이다. 근저당권·저당권·가압류 등은 매각 후 모두 소멸되기 때문에 이를 입찰자가 신경 쓸 필요는 없다. 다만 소유권이나 사용 제약에 대한 권리 분석은 제대로 할 필요가 있다.
재산을 처분할 수 없도록 법으로 묶어 두는 가처분, 공사 대금을 받기 위해 버티는 유치권이나 토지주가 달라져도 건물주가 계속 점유할 수 있도록 한 법정지상권이라는 단어는 특히 잘 확인해야 한다. 지나갈 길이 없다는 뜻의 ‘맹지’나 강제 이행력이 있는 ‘위반 건축물’이 있는지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선순위 임차인이 있는지도 잘 확인해야 한다. 선순위 임차인은 물건명세서 상단에 최선순위 설정 일자와 임차인의 전입 신고 일자를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임차인의 전입 신고가 최선순위 설정 일자보다 이르다면 선순위 임차인이다. 이때는 임차인이 배당을 포기한다면 경매 낙찰자가 직접 보증금을 물어줘야 한다. 배당 절차에서 보증금을 전액 돌려받지 못한 경우에도 낙찰자가 남은 보증금을 물어줘야 한다. 만일 최선순위 설정 일자 이후 전입 신고가 돼 있다면 상관없다.
2월 1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낙찰된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쎄레노 아파트 사례를 보자. 이 물건은 감정가 9억4000만원에 시작됐다. 1차, 2차 경매에서 모두 유찰됐고 3차에서 6억3033만원에 낙찰됐다. 하지만 매수인이 대금을 미납해 다시 유찰됐다.
지지옥션에서는 매각 철회 이유가 선순위 임차인 여부를 꼼꼼히 따져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물건에서 대항력 있는 선순위 임차인이 배당을 받지 않겠다며 배당 신청을 철회했기 때문이다. 임차인의 보증금은 5억5000만원이었고 결국 낙찰자는 낙찰액 6억3000만원에 5억5000만원을 더해 11억8000만원에 집을 사게 됐다. 두 차례 유찰된 물건을 샀음에도 감정가보다 더 비싼 가격에 집을 사는 셈이다. 따라서 매수인이 매각 대금을 미납해 낙찰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다시 4차 경매가 열렸고 낙찰자는 4억8859만원에 집을 매수했다. 낙찰자가 떠안게 되는 보증금을 더하면 최초 감정가와 비슷한 금액에 집을 샀다.
3)발품 팔기
권리 분석을 마쳤다면 이제 물건 현황을 파악할 차례다. 전문가들은 경매도 결국 투자인 만큼 권리 분석과 경매가에만 집중하지 말고 입지 분석과 가치 분석을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정상열 대표는 “법원 경매의 또 다른 장점은 지저분한 등기부상 권리를 깔끔하게 정리해 주는 것”이라며 “법원이 법령과 절차에 따라 기존 권리는 모두 말소하기 때문에 매각물건명세서를 꼼꼼히 읽어 봤다면 이후에는 현장 분석과 가치 분석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선 적정한 입찰가를 쓰기 위해서는 주변 시세를 따져봐야 한다.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들어가 해당 물건과 주변의 최근 거래 가격을 알아보거나 네이버 부동산에 올라온 호가를 찾아봐야 한다. 최근 부동산 시장 거품이 꺼지면서 실거래가가 낮아진 만큼 여러 차례 유찰된 물건이어도 시세보다 비싼 매물도 있어 잘 살펴봐야 한다.
2월 3일 경매에서 97명의 응찰자가 몰렸던 수원 영통구 망포동 동수원자이 사례를 보자. 이미 두 차례 유찰돼 최저가 3억1360만원에 경매를 시작한 동수원자이 전용 85㎡의 이날 낙찰가는 4억7159만원이었다. 하지만 시장에서 같은 평형 매매 호가가 4억4000만원에도 나와 있는 만큼 매매로 더 싸게 살 수 있던 아파트였다. 경매 낙찰 가격이 매매 시장 시세나 호가와 비슷하다면 굳이 경매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 경매는 낙찰 후 점유자가 있다면 명도 절차를 거쳐야 하는 등 낙찰 이후의 절차가 남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4)법원에 가서 입찰하기
법원 경매 사이트에는 경매 물건의 입찰 기일이 나온다. 당일 법원에서 실제 입찰에 참여하면 된다. 경매 법정 위치를 파악하고 시간에 맞춰 간 다음 경매 게시판에서 그날 물건 목록을 먼저 살펴보고 경매가 취하되거나 매각 기일이 바뀌지 않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준비물은 신분증·도장·입찰보증금이다. 경매 법정은 아날로그다. 집행관의 주의 사항을 들은 후 입찰표와 입찰 봉투를 받아 입찰 금액란에 원하는 가격을 숫자로 적어 내면 된다. 이때 잘못 작성했다면 수정하지 말고 반드시 새로운 입찰표에 다시 써야 한다. 수정하면 입찰 무효다. 만약 입찰 금액을 착각해 잘못 적었다가 낙찰되면 입찰 보증금을 그대로 날리게 된다. 입찰 보증금은 최저 매각 가격의 10%다.
5) “나가 주세요” 점유자 명도
낙찰받고 잔금을 치르고 나면 낙찰받은 곳에 살고 있는 사람을 내보내는 ‘명도’ 절차만 남았다. 이사비를 줘 나가게끔 하거나 법적으로 강제 집행을 통해 내보내는 방법도 있다. 이후 소유권 이전 등기까지 하면 경매 절차는 마무리된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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