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 소프트 랜딩 넘어 노 랜딩 관측까지…금리 인상 효과는 더디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머니 인사이트]
Fed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 신호에 ‘뚝’ 떨어진 국채 금리 [머니 인사이트]
금리 인상 종료를 넘어 시장의 금리 인하 시그널을 반영하면서 국채 금리가 하락하고 있다.

2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시장에서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 우려는 상당 부분 해소됐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기자 회견에서 물가상승률이 하락하는 ‘디스인플레이션’이 시작됐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의 중단 조건을 논의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파월 의장은 “Fed 위원들은 2월 FOMC에서 향후 금리의 경로에 대해 상당한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자세한 내용은 2월 23일 발표될 FOMC 의사록을 확인해야겠지만 실상 Fed 내부에서도 금리 인상 중단에 논의한 것을 시사한 것이다. 이날 파월 의장은 “지속해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시장은 금리 인상 이후 처음으로 디스인플레이션이 시작됐다고 인정한 파월 의장의 발언과 금리 인상 중단을 논의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Fed 완화적 스탠스, 견조한 고용 지표2월 FOMC에서 ‘매파적(통화 정책 긴축 강조)’으로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던 시장의 예측과 달리 파월 의장이 완화적인 스탠스를 보이자 Fed의 긴축 우려를 상당 부분 덜어냈다. 지난해 12월 FOMC에서 Fed 위원들은 미국의 기준금리를 5.00~5.25%까지 인상할 것으로 예측하면서 올해 총 75bp(1bp=0.01%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암시했다.

하지만 Fed의 완화적인 스탠스로 2월 FOMC 이후 시장은 3월 FOMC에서 25bp 인상을 마지막으로 최종 기준금리 4.75~5.00%에서 금리 인상이 마무리되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 더 나아가 시장에서는 3월 FOMC 전까지 고용이 둔화되고 물가가 빠르게 둔화하고 있는 점이 확인된다면 3월 FOMC에서 금리를 동결하면서 실질적으로 Fed의 금리 인상이 끝날 수도 있다는 낙관론도 제기하고 있다. 3월 FOMC 전까지 두 차례의 고용과 소비자 물가 지표가 발표된다.

2월 FOMC 이후 Fed의 금리 인상 종료가 가시화되는 점은 금리의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연내 금리 인하는 적절하지 않다는 Fed 내부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경기 침체로 연내 금리 인하까지 반영하면서 미국 기준금리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미 국채 2년 금리는 4.10%까지 하락했다. 향후 경제 전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미 국채 10년 금리는 3.40%까지 하락하면서 미국의 기준금리인 4.25~4.50%를 크게 밑돌았다.

보통 국채 금리는 기준금리에 국가의 신용 등급에 따른 프리미엄이 붙어 기준금리보다 더 높고 만기가 짧은 채권보다 길은 채권의 금리가 더 높은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현재의 기준금리보다 미래의 기준금리가 더 낮아질 것을 반영하면서 반대의 상황이 나타난 것이다.
Fed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 신호에 ‘뚝’ 떨어진 국채 금리 [머니 인사이트]
하락하던 금리는 1월 미국의 고용 지표 발표 이후 반전됐다. 1월 비농업 부문 고용자 수는 전월 대비 51만7000명 증가하면서 시장 예상치인 18만8000명의 3배에 가까운 호조를 보였다. 테슬라와 아마존 등 우리에게 잘 알려진 빅테크 기업들에서 대규모 감원하고 있지만 미국 전체 시장으로 보면 여전히 고용 시장이 매우 견고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실제 전월 대비 고용자 수가 50만 명 증가한 사례는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 기간을 제외하면 1980년 이후 두 차례밖에 없었다. 미국의 고용 시장은 그야말로 핫했다. 고용자 수 증가로 실업률도 3.4%로 전월 대비 0.2%포인트 하락하면서 196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고용 발표 이후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연방은행 총재는 Fed의 금리 인상에도 고용 시장이 둔화되고 있다는 조짐을 확인할 수 없다고 발언했다.

견고한 고용이 발표되면서 물가가 빠르게 둔화될 것으로 믿었던 시장 참여자들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2월 FOMC에서 파월 의장이 언급한 디스인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 품목은 상품 부문이었다. 주거 제외 서비스 부문은 둔화를 확인하고 있지 못하다고 언급했는데 고용 발표 이후 주거 제외 서비스 부문의 물가 우려가 높아진 것이다.

고용 발표 이후 물가 우려가 높아진 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국 소비자 물가의 구성 요소와 각 품목별로 상승하는 요인들을 살펴봐야 한다.

미국의 소비자 물가는 크게 크게 상품과 서비스로 나뉜다. 상품은 다시 국제 유가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에너지·곡물 가격과 연관이 있는 식품·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상품으로 나뉜다. 상품 가격은 병목 현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상승했던 가운데 최근 병목 현상의 해소와 경기 둔화 우려로 원자재 가격이 전쟁 이전 수준까지 하락했다.

중국이 경제 봉쇄를 완화하면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아직까지 중국발 원자재 가격의 상승이 확인되고 있으면서 상품 부문의 디스인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한 것이다.

서비스 물가는 크게 주거비용과 주거를 제외한 서비스 물가로 나뉜다. 소비자 물가 내 주거 비용은 주택 가격에 1~1.5년 후행하는데 주택 가격이 2022년 7월부터 하락한 만큼 시장은 빠르면 하반기부터 주거비용이 둔화세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파월 의장도 이 부분을 확인시킨 것이다. 문제는 둔화가 확인되고 있지 않다는 주거 제외 서비스 부문의 인플레이션이 견고한 고용 지표가 발표된 이후 우려가 확대된 것이다.

고용 발표 이후 주거 제외 서비스 부문의 물가 우려가 높아진 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경제 구조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수출 중심의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민간 소비가 전체 경제의 7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민간 소비를 지탱하는 것은 미국의 소비자들이 소득을 얻을 수 있는 고용 시장이다.

Fed의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전망으로 고용 시장이 악화되고 미국 소비자들의 주머니가 얇아지면 물가가 빠르게 둔화될 것으로 시장은 예상했다. 하지만 고용 시장이 예상보다 매우 견고하다는 지표가 발표되면서 경기 침체 전망이 약해졌다. 고용 수치 발표 이후 미국 내부에서는 경착륙(hard landing)이 아닌 연착륙(soft landing) 가능성을 높였다. 경기가 침체되지 않고 확장세를 지속할 수 있다는 전망(no landing)도 나타나고 있다.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 투자 전략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연내 금리 인하의 주요 근거가 경기 침체였다는 점은 채권 시장으로서는 부정적이다. 연내 금리 인하를 바라보면서 하락했던 국채 금리가 되돌려질 수 있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은 미국의 고용 발표 이후 고용 시장은 그 누구의 예상보다 강했다고 말했고 왜 Fed가 금리를 올려야 하는지 보여줬다고 언급했다. 존 윌리엄스 뉴욕연방은행 총재는 기준금리를 몇 년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리 상승 시 채권 투자자들이 생각할 것은 최근의 금리 반등이 추세적 상승인지에 대한 것이다. Fed가 시장에서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금리를 더 인상할 것이라는 점은 채권 시장에서는 좋은 소식은 아니다. 다만 최근의 금리 반등은 과도했던 Fed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하는 국면으로 판단된다. 2월 미국의 소비자 물가에서도 더디지만 둔화되고 있는 점이 확인됐다. 시계열을 길게 놓고 봤을 때 경기는 금리 인상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고 물가도 점차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금리 상승을 매수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임재균 KB증권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