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중국 경제성장률 5.2% 전망…부채 부담으로 대규모 부양책 내놓기 어려워

[글로벌 현장]
중국 베이징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시장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국 베이징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시장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이 세계 경제에 주는 활력이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이 성장 동력으로 내세운 소비가 내수 서비스업에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막대한 부채, 부동산 시장 침체 등으로 인해 중국 자체 경제도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에 보여 줬던 성장세를 재현하기 어려울 것이란 진단이다.

중국 에너지 수입, 글로벌 인플레 자극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2%로 제시했다. 미국(1.4%)이나 유로화 사용 20개국(유로존·0.7%)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하지만 중국의 수출과 수입은 지난해 12월까지 3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감소했다. 중국 지도부도 올해 경제 성장의 최대 동력으로 내수 소비를 제시했다.

프레드릭 노이만 HSBC 아시아 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경제가 올해 강하게 회복되겠지만 세계에 미치는 영향은 예전과 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중국 경기 반등이 자국 내 여행이나 오락 등 서비스 소비에 집중돼 해외에 미치는 효과가 작을 것이란 설명이다.

과거 중국은 경기가 하강하면 인프라·주택·공장 등에 돈을 쏟아부었다. 독일 기계 업체, 남미의 구리 광산, 일본의 굴착기 업체, 호주의 석탄 광산 등이 그 수혜를 봤다.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인 2009년에도 중국은 9.4% 성장률을 기록했다. 4조 위안(약 744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부양책이 성장을 이끌었다.

하지만 현재 중국은 예전과 달리 부채 부담 때문에 대규모 부양책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273.2%로 역대 최고점을 찍었다. 이 비율은 2008년 말 141.2%에서 2010년 말 180.8%로 급등했다. 또 2019년 말 246.6%에서 작년 말까지 30%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다. 위기 때마다 적자 재정을 동원한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중국이 원유 등 에너지 수입과 해외여행으로 글로벌 경제성장률을 1%포인트 끌어올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서 각국의 인플레이션이 심화하고 미국의 성장률을 0.04%포인트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관측했다. 미국과 유럽의 물가가 다시 올라가면 중국은 수출과 수입 모두 악영향을 받게 된다.

지난해 재정 적자도 역대 최대치였다. 중국 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재정 적자는 8조9600억 위안으로 집계됐다. 이는 기존 역대 최대였던 2020년의 8조7200억 위안을 웃도는 규모다. 정부 수입은 28조2000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6.3% 감소했지만 지출은 37조1000억 위안으로 3.1% 증가했다.

중국은 작년 예산에서 적자 목표를 5조6985억 위안, 재정 적자율(GDP 대비 재정 적자 비율) 목표는 2.8%로 제시했다. 하지만 실제 재정 적자율은 7.4%로 나타났다. 다만 지난해 GDP가 3% 커지면서 2020년의 8.6%에 비해 적자율은 내려갔다.

제로 코로나에 따른 경기 침체와 고강도 규제 등으로 지방 정부 재정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토지 사용권 매각 수입이 대폭 감소했다. 지난해 토지 사용권 수입은 6조6900억 위안으로 2018년 6조5000억 위안 이후 최저치로 내려갔다.

방역 비용 부담은 지방 정부 회계 자료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중국 지역내총생산(GRDP) 최대인 광둥성은 지난해 수입의 5%에 해당하는 710억 위안을 방역에 지출했다. 이는 2020년과 2021년 합계 760억 위안에 육박하는 수치다. 광둥성의 적자는 2021년 4120억 위안에서 지난해 5230억 위안으로 커졌다. 베이징의 적자는 55%, 3개월 봉쇄를 겪은 상하이의 적자는 171% 불어났다.

중국이 지난해 경기 침체를 방어하기 위해 인프라 투자를 독려한 결과 지방 정부의 부채 부담이 늘어났다. 지방 정부가 지난해 이자로 지급한 금액은 1조1200억 위안에 달했다. 2015년 지방 정부가 지방채를 발행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1조 위안을 넘어섰다. 2021년 9280억 위안에 비해 20.8% 증가했다.

2015년 7000억 위안이었던 지방채 발행 규모는 2018년 3조 위안을 넘어선 데 이어 지난해에는 4조7600억 위안에 달했다. 작년 말 기준 지방채 잔액은 35조1000억 위안이고 이 가운에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은 3조6700억 위안어치로 조사됐다.

중국은 ‘숨겨진 채무’를 양성화하기 위해 2015년부터 지방 정부의 채권 발행을 허용했다. 지방 정부는 인프라 투자에 지방채로 마련한 재원을 활용해 왔다. 지방 정부의 이자 부담이 커지면 인프라 투자 여력이 떨어질 수 있다. 이는 곧 중국의 주요 경기 부양 수단이 한계를 맞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부동산 침체→자산 감소→소비 위축→부동산 침체 ‘악순환’

중국이 올해 5%대 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견해가 갈린다. 일각에선 ‘제로 코로나’ 기간 동안 늘어난 중국의 저축이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분석한다. 작년 말 기준 중국의 위안화 예금 잔액은 268조 위안으로 전년 말보다 11.3% 늘었다. 하지만 이 가운데 70% 이상이 만기 1년 이상의 정기 예금에 들어갔다. 당장의 소비 여력은 크지 않다는 얘기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일부 부유층을 제외한 대부분 중국 국민의 소비 심리가 위축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중국인의 자산에서 부동산 비율은 70%에 육박한다.

주택 가격 하락은 자산과 소비의 감소로, 이는 다시 부동산 경기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중국 국민은 선진국과 달리 제로 코로나 기간 동안 정부 재정 지원을 거의 받지 못했다. 취약 계층부터 일자리를 잃었고 이는 중산층까지 지갑을 닫는 원인이 됐다.

100대 부동산 개발 업체의 지난 1월 신규 주택 판매액은 3534억 위안이었다. 2022년 1월 대비 32.5%, 12월 대비 48.6% 감소했다. 2021년 7월(-8.3%)부터 시작된 전년 동월 대비 감소 기록이 연속 19개월로 늘어났다.

중국의 주택 판매 감소율은 지난 5월 마이너스 59.4%로 정점을 찍은 뒤 11월 마이너스 25.5%로 호전됐다. 하지만 12월 마이너스 30.8%, 1월 마이너스 32.5%로 다시 악화했다. 갑작스러운 방역 완화로 전국에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주택 구매 심리가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지난달에는 춘제(설) 연휴(1월 21~27일)가 있었다는 점도 감소율 확대 요인으로 꼽힌다. 춘제가 2월에 있었던 작년에는 2월 감소율이 마이너스 47.2%로 1월(-39.6%)보다 컸다.

시장 조사 업체 중국부동산정보(CRIC)는 더 근본적인 이유로 수요 약세를 제시했다. 특히 올해 3분기까지 대량으로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고 이 가운데 70% 이상이 민간 기업 몫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부동산 업체가 자금난을 겪으면 완공이 늦어질 수 있고 이는 주택 구매 심리를 더 큰 부진에 빠뜨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1월 중국 100대 도시의 신규 주택의 평균 가격은 ㎡당 1만6174위안(약 294만원)으로 전달보다 0.02% 떨어졌다. 전월 대비 하락세가 7개월 연속 이어졌다. 다만 하락 폭은 12월의 0.08%보다 축소됐다.

중국의 최근 지표들을 통해 고르지 못한 회복세를 확인할 수 있다. 대형 내수 국유 기업 중심의 공식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1월 50.1로 넉 달 만에 기준선인 50을 넘어섰다. 하지만 중소·수출 기업까지 포괄하는 차이신 민간 제조업 PMI는 49.2로 6개월 연속 50을 밑돌았다.

중국의 춘제 연휴(1월 21~27일) 관광과 영화 등 서비스업 소비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하지만 1월 자동차 판매량은 38% 정도 줄었다. 도매 물가인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은 마이너스 0.8%로 4개월 연속 하락세가 이어졌다.

베이징(중국)=강현우 한국경제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