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vs 카카오 구도에 치솟은 SM 주가, 13만원 찍어
하이브 공개 매수 적신호 켜지자 다시 SM 새 주인 미궁 속으로

‘수만 없는 SM’을 원한다…1.1%의 요구로 시작된 SM 인수 전쟁 스토리
1% 지분을 가진 소액 주주는 ‘행동’할 수 있다. 숫자상 큰 의미는 없어 보이지만 주식회사 지분 1%만 가져도 ‘주주대표소송제기권’이 주어진다. 회사의 이사진이 잘못된 행동을 해서 회사가 손해를 봤는데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면 주주가 대신 나서 그 이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사의 위법행위유지청구권도 행사할 수 있다. 이사가 잘못된 행동을 하면 이사의 업무 집행을 중지하라고 회사에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물론 그 요구를 반드시 들어줘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1.1% 소액 주주가 시작한 SM 인수전SM엔터테인먼트(이하 SM)를 둘러싼 하이브와 카카오의 인수전 역시 지분 1.1%를 보유한 소액 주주의 공격적인 행보에서 시작된 나비 효과다. 주주 행동주의 펀드를 표방하는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이 소액 주주들의 표를 모아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PD)의 ‘황제 경영’을 문제 삼으며 지배 구조 개선을 압박했다.

이에 SM 이사회는 이수만 전 총괄PD가 없는 ‘SM 3.0’을 발표하며 카카오와 손잡았다. ‘3자배정유상증자’를 통해서다. 쉽게 말해 주식을 새로 찍어 카카오에 판다는 뜻이다. 그러면 카카오의 지분이 늘어난다. 최대 주주의 지위가 흔들릴 수 있는 궁지에 몰린 이수만 전 총괄PD는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손잡고 자신이 보유한 지분의 80%를 넘기는 계약을 한다. 하이브는 SM의 최대 주주에 올라서게 된다. 이어 하이브는 3월 1일까지 소액 주주의 지분을 공개 매수해 SM의 지분을 40%까지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 카카오도 반격의 기회가 남아 있다. 하이브가 소액 주주에게 공개 매수를 제시한 가격은 주당 12만원이다. 그런데 SM의 주가는 2월 17일 13만원을 돌파했다. 앞으로도 주가가 계속 오른다면 소액 주주들이 굳이 공개 매수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카카오가 하이브보다 더 높은 가격에 공개 매수하거나 또 다른 우호 세력을 등에 업는다면 판은 다시 역전된다.
서울 성수동 SM엔터테인먼트 본사./한국경제신문
서울 성수동 SM엔터테인먼트 본사./한국경제신문
SM에서 1600억원 받은 이수만 저격SM은 회사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수만 전 총괄PD가 정체성이었던 기업이다. SM 설립자로서 H.O.T., 신화, S.E.S, 보아,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엑소, 레드벨벳, NCT, 에스파 등 내로라하는 K팝 스타들을 탠생시키는 데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

2010년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내려왔지만 지난해 10월까지도 소속 가수들의 프로듀싱에 직접 참여했다. 그런데 이게 문제였다. 이수만 전 총괄PD는 ‘라이크기획’이라는 개인 회사를 설립해 프로듀싱을 명목으로 한 수수료를 받아 갔다. SM이 매년 라이크기획에 내던 수수료는 매출의 6%다. 영업이익이 아닌 매출의 6%라 적자일 때도 라이크기획은 인세를 챙겼다. 이수만 전 총괄PD가 20년 동안 SM에서 받은 수수료만 1600억원에 달한다.

라이크기획을 가장 먼저 문제 삼은 곳은 KB자산운용이었다. 2019년 6월 3대 주주였던 KB자산운용은 SM과 라이크기획을 합병하고 이수만 전 총괄PD가 SM 임원으로 들어오는 방식으로 지배 구조 개선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 당시 지배 구조 개선은 SM 경영진이 거부했다. 주주가 지배 구조 개선을 요구하더라도 회사는 거절할 권리가 있다.

2022년 2월에는 지분 1.1%를 확보한 얼라인이 움직였다. 행동주의 펀드를 표방하는 이들은 주주 가치를 높이겠다며 첫째 공개 주주 서한을 발송해 라이크기획 문제를 다시 지적했다. 2022년 3월 SM 이사회는 주주 총회에서 얼라인이 추천한 곽준호 감사인을 선임한다. 소액 주주들이 얼라인의 편에 서면서 표 대결에서 승리한 결과다.

보통 행동주의 펀드의 지배 구조 개선 요구는 소액 주주들에게 매력적이다. 기업이 주주 제안을 받아들이면 주주 가치 제고라는 명목으로 주가가 오르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경영권 분쟁을 예상해 주가가 오르기 때문이다. 경영권 분쟁이 시작되면 경영권 방어나 공격을 위해 주요 주주들이 주식을 더 사들이며 주가가 오르는 게 일반적이다. 특히 SM은 소액 주주 비율이 60%가 넘는다.

얼라인은 그해 8월 둘째 공개 주주 서한을 발송하며 라이크기획과의 프로듀싱 계약 개선을 촉구한다. 이어 법원에 회계 장부 및 이사회 의사록 열람 청구를 요청하며 경영진에게 압박을 가한다. 결국 2022년 10월 SM 경영진은 라이크기획과의 계약을 조기 종료한다. 일각에서는 이수만 전 총괄PD에게 우호적이던 SM 이사회가 이때부터 등을 돌린 것으로 본다.

얼라인은 지난해 말과 올해 더 공격적으로 움직였다. 지난해 12월 이사회 구조 개선 요구 등 12개 안건을 담은 비공개 주주 서한을 SM에 송부한다. 올해 1월에는 1.1%의 영향력을 본격적으로 행사한다. 주주 대표 소송 소제기를 청구한 것이다. 압박을 느낀 SM 경영진은 올해 2월 3일 ‘이수만 전 총괄PD 없는 SM 3.0’을 공개한다. 이수만 전 총괄PD 체제에서 벗어나 멀티 프로듀싱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내용이다.

2월 7일에는 카카오가 등판한다. SM이사회는 유상 증자를 통해 카카오가 SM 지분 9.05%를 확보, 2대 주주에 오를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놀란 이수만 전 총괄PD 측이 법원에 ‘신주·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한다. 상법상 주식회사가 기존 주주가 아닌 제3자에게 신주와 전환사채를 발행할 때 ‘경영상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것이어야 한다. 경영상 목적이 인정돼도 필요한 한도에서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최소로 침해하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수만 전 총괄PD 측은 카카오의 지분 확보가 경영상 목적의 발행이 아닌 ‘경영권 분쟁’의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수만 SM 전 총괄프로듀서./연합뉴스
이수만 SM 전 총괄프로듀서./연합뉴스
이후에는 이수만 전 총괄PD의 백기사로 하이브가 등장한다. 2월 10일 하이브는 이수만 전 총괄PD의 보유 지분 중 80%를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SM 총 지분 중 14.8%에 해당한다. 추가로 3월 1일까지 보통주 25%도 주당 12만원에 공개 매수하기로 했다. 공개 매수에 성공하면 39.8%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하지만 발표 뒤 SM의 주가가 나흘 연속 오르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2월 15일 주가는 4.97% 오른 12만2600원에 거래를 마치면서 공개 매수 가격인 13만원을 넘어섰다. 지배 구조 개선과 주주 가치 제고, 경영권 분쟁 등 주가가 오를 만한 요소가 짧은 시간 동안 이뤄지면서 주가는 3개월 전에 비해 80% 뛰었다. 공개 매수 종료일인 3월 1일까지 이런 분위기면 하이브의 공개 매수는 실패로 끝난다. 소액 주주들이 굳이 12만원 공개 매수에 응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카카오도 공개 매수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한다. 카카오에 곧 대량의 투자금이 입금되면서 현금을 앞세운 카카오가 승기를 잡을 가능성도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싱가포르투자청(GIC)과 사우디아라비아국부펀드(PIF)에서 조달한 1조1000억원이 2월 20일께 입금된다. PEF 운용사인 H&Q코리아에서 약 1000억~2000억원의 추가 투자 유치도 마무리 단계다. 여기에 더해 금융권에서 인수 금융을 차입하면 실탄 마련은 끝난다. 당연히 하이브가 내세운 12만원보다 비싼 가격에 공개 매수를 진행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공개 매수 결과에 따라 SM의 새로운 주인이 정해질 운명이다. 하지만 여전히 변수도 남아 있다. 이수만 전 총괄PD가 제기한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 소송 결과다. 가처분 첫 심문 기일은 2월 22일이다. 법조계에선 유상 증자 대금 납입일이 3월 6일이어서 이르면 2월 말께 가처분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카카오가 가처분 판결 전에 공개 매수에 나서면 경영권 분쟁 상황이 명확해지는 만큼 법원이 신주 인수를 허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경영권 분쟁 상황을 인정하지 않는 만큼 가처분 소송에서 이긴 뒤 공개 매수에 나서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카카오로서는 3월 1일까지 SM의 주가가 12만원 이상으로 유지돼 하이브의 공개 매수가 실패로 돌아가는 것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다.

박성국 교보증권 연구원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성공적 단독 상장을 위해 SM 인수 유인이 크다”며 “하이브의 공개 매수 종료 이전 카카오가 12만원 넘는 주당 매수 가격을 제시하며 공개 매수에 나서면 카카오의 SM 인수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