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김용준 한경비즈니스 편집장
김용준 한경비즈니스 편집장
그 나라에 가면 웬만해선 거스름 돈을 제대로 받을 수 없습니다. 한 푼도 안 주거나 달라고 해도 덜 주기 일쑤입니다. 길거리는 노상방뇨로 더럽기 그지 없습니다. 물도 안심하고 먹을 수 없습니다. 한국으로 치면 공기업 여러 곳이 할 사업을 한 개 기업이 해도 문제가 없습니다. 정경유착은 당연한 일로 받아들입니다. 빈부 격차는 엄청납니다. 일부 계급은 공공 화장실을 이용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가 있는 이상한 나라.

인도에 대해 들었던 얘기들입니다. 인도가 아니었다면 “딱 망할 각이네”란 말이 그냥 나왔을 것입니다. 하지만 인도입니다. 이런 인도가 작년부터 국제 무대에서 요상한 기운을 내뿜기 시작합니다. 인도계 이민자 2세가 식민지배를 했던 영국의 총리가 된 것이 가장 큰 사건이었지요. 그러자 미국 기업에 있는 인도계 최고경영자(CEO)들도 조명을 받습니다. 구글·마이크로소프트·트위터·어도비 등에 인도계 천재들이 CEO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 대목은 이해가 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인도는 아라비아 숫자의 체계를 만들고 0을 숫자로 처음 사용한 나라입니다. 정보기술(IT) 인재들이 많이 나오는 것은 이런 DNA가 몸에 흐르기 때문 아닐까 합니다.

작년에는 영국을 한 방 먹인 기록까지 더해집니다. 경제 규모(GDP)가 영국을 제치고 세계 5위로 올라선 겁니다. 지금도 인도는 영국을 원망합니다. 왜 그렇게 가난하느냐는 질문에 “식민 통치를 하며 영국이 약탈해 간 자원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는 게 인도 외교부 장관의 답변일 정도입니다. 그런 나라가 경제 규모에서 영국을 제친 이벤트가 벌어진 것입니다.

2023년 인도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는 분위기입니다. 올해 인도는 중국을 제치고 인구 세계 1위 국가에 올라섭니다. 국가가 아무리 말려도 계속 낳은 결과입니다. 젊기까지 합니다. 25세 인구가 전체의 절반 가까운 나라가 인도입니다. 잠재력을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올해 인도에 주목하는 이유가 또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으로 세계의 정치·경제 지형이 뒤집어지고 있습니다. 이 전쟁에서 인도가 어느 쪽에 붙느냐는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인도는 벌써 중국의 대체 생산 기지가 되고 있습니다. 외국인 직접 투자가 매년 두 자릿수 증가하는 것을 보면 알수 있지요. 일부 아이폰에는 ‘메이드 인 인디아(Made in India)’가 찍혀 있습니다. 하지만 인도가 미국 편이냐, 그건 아닙니다. 미국의 견제에도 작년 러시아 석유를 싼값에 신나게 사들이며 삐딱선을 탔습니다.

경제 개발에 대한 인도 정부의 의지도 강력합니다. 반도체 사업을 육성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또 디지털화가 제조업 발전 속도보다 훨씬 빠른 것도 세계의 자본이 인도에 몰리는 배경입니다. 교육열도 엄청납니다. 코타라는 도시는 통째로 대치동과 비슷합니다. 16만 명 정도가 인도공과대(IIT)에 입학하기 위해 입시 전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구글·트위터 등 CEO가 인도공과대 출신입니다.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 국가 중 1위를 하지 못한 유일한 나라가 인도였습니다. 코타를 다룬 ‘코타팩토리’가 그때 나왔기 때문입니다.

주가드 혁신이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지요. 한국말로 하면 ‘땜빵’ 또는 ‘임기응변’ 정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토바이를 개조해 10명이 타는 자동차로 사용하고 농부들이 비싼 살충제 대신 콜라를 사용하는 등 어려운 상황을 혁신적 아이디어로 뚫고 나가는 것을 말합니다. 물론 좋은 의미만은 아닙니다. 전기나 가스를 훔쳐 쓰는 행위도, 자식을 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교장에게 뇌물을 주는 것도, 거스름돈을 제대로 돌려주지 않는 것도, 정경유착도 모두 주가드라는 게 인도인들의 인식이라고 합니다.

미스터리한 측면도 있습니다. 인도는 불교의 발상지입니다. 부처님이 태어났지만 인도에서 불교는 궤멸됐습니다. 또 똑똑한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데 시대착오적 계급제도를 인정하고 살아가는 것도 이상한 일입니다. 이 이상한 나라가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인도 공부를 위해 이번 주 한경비즈니스를 보고 넷플릭스에서 ‘코타팩토리’, ‘화이트타이거’를 시청하면 어떨까 합니다.

김용준 한경비즈니스 편집장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