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중심으로 앱 개편 이후 거래량 상승세…지난해 거래액 2조5000억원 기록

“중고 거래도 짝퉁 No” 번개장터, 신뢰도 높여 ‘MZ 남자’ 홀렸다
한국판 포시마크라고 불리는 패션 기반의 중고 거래 애플리케이션(앱) 번개장터가 성장을 이어 가고 있다. 브랜드를 중심으로 앱을 개편하면서 사용 편의성을 끌어올리자 자연스럽게 이용자 유입이 늘어났다. 그 결과 지난해 기준으로 거래액 2조5000억원을 기록하며 중고 거래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번개장터는 고객들이 원하는 브랜드의 중고 거래를 쉽게 할 수 있도록 앱을 만들었다. 브랜드 제품 거래가 늘어나자 짝퉁 거래에 대한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 가품 검수와 자체 결제 서비스 등을 도입했다. 번개장터는 올해도 신뢰도 높이기에 주력할 계획이다. 2조원 넘는 거래액…중고 거래업계의 ‘무신사’번개장터는 2011년 출시된 중고 거래 앱으로, 올해로 12년이나 됐다. 하지만 거래액이 급격히 늘어난 것은 코로나19 사태 이후다. 번개장터의 거래액은 2020년 1조3000억원 수준에 불과했지만 2021년 최초로 2조원을 넘겼고 2022년 2조5000억원까지 늘어났다.
번개장터 거래액 (그래픽=송영 기자)
번개장터 거래액 (그래픽=송영 기자)
통상 이커머스 플랫폼은 중계 수수료가 매출의 핵심이다. 거래액이 늘어야 회사의 매출도 늘어나는 구조다. 번개장터의 매출도 140억원(2020년)에서 250억원(2021년)으로 증가했다.

패션 플랫폼업계 1위이자 ‘패션 공룡’으로 불리는 무신사의 연간 거래액(2021년)은 2조3000억원 수준이다. 또 다른 중고 거래 앱 당근마켓의 추정 거래액은 1조원(2021년) 수준이다. 이를 고려하면 번개장터의 성장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알 수 있다.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지난해 12월 기준 650만 명이다. 누적 가입자(2700만 명)의 3명 중 1명은 실제 앱을 사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번개장터의 성공 전략은 ‘브랜드’에 있다. 번개장터 조사에 따르면 연령이 낮을수록 특정 품목이 아닌 브랜드를 검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전거보다 ‘콘스탄틴·브롬톤’을, 가방보다 ‘프라이탁’을 검색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번개장터에는 중고 거래 대표 앱이 된 당근마켓과 달리 나이키·아디다스·애플·구찌·스톤아일랜드·샤넬·메종마르지엘라·디올 등의 브랜드관이 있다. 특정 브랜드의 중고품을 사고 싶은 고객들은 브랜드관에서 특정 브랜드 제품만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번개장터는 2021년 9월 대대적인 개편을 진행하고 메인 화면에는 ‘브랜드 팔로우’ 기능을 추가했다. 관심 브랜드의 새 게시물을 모아볼 수 있는 기능이다. 번개장터에는 하루 평균 약 9만 개의 상품이 게재되는데 맞춤 카테고리와 상품 추천 등 서비스의 개인화를 통해 이용자가 원하는 브랜드 상품을 보다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브랜드 제품을 중심으로 거래가 진행되기 때문에 객단가(1인당 구매 금액)도 업계 평균치보다 높다.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중고 거래 앱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1회 평균 거래 금액은 4만8891원이다. 당근마켓·번개장터·중고나라·헬로마켓 등 상위 4개 업체의 1회 평균 거래 금액대는 1만~3만원대가 40.3%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5만~10만원대가 21.7%로 나타났다. 30만원 이상의 중고품 거래는 전체 응답자의 1.6%에 그친다.

반면 번개장터의 1인당 연평균 거래액은 49만원으로 집계됐다. 2019년 이후 매년 거래액이 1000억원 이상 증가하는 패션 카테고리의 1인 평균 거래액은 11만원으로 업계 평균보다 높다.
번개장터 앱 모습. (그래픽=송영 기자)
번개장터 앱 모습. (그래픽=송영 기자)
특히 번개장터는 MZ세대에 인기를 얻고 있다. 번개장터에 따르면 전체 거래량 가운데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거래가 78%를 차지하고 있다. 26~35세 고객이 전체의 33%를, 25세 이하가 29%를 차지해 35세 이하 고객이 절반 이상이다. 뒤를 이어 44세 이상이 22%, 36~43세가 16%다.

특히 일반 패션 앱과 달리 남성 고객 비율(55%)이 여성 고객보다 많다. 번개장터 관계자는 “우리 앱에서 스니커즈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남성 고객이 많이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MZ세대 고객이 많은 것에 대해서는 “중고 거래에 익숙한 MZ세대는 중고 제품에 대한 거부감이 적다”며 “그들은 중고 시장을 좋은 품질의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시장으로 인식하고 있다.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하기 때문에 중고 제품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오프라인 경쟁력도 강화하고 있다. 2021년 더현대서울에 브그즈트 랩을 개관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 코엑스몰점·센터필드점 등 총 3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은 스니커즈 리셀 위주로 운영된다.

번개장터는 안전한 명품 중고품 거래를 지원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단가가 높은 브랜드 중고품이 거래되는 만큼 앱을 사용하는 고객의 신뢰를 높여야 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쉽고 안전한 거래로 끊임없이 재발견하는 거래’를 핵심 과제로 설정하고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대표적인 성과가 ‘번개페이’다. 에스크로(결제 대금 예치) 기반의 자체 시스템인 번개페이는 2018년 처음 출시됐다. 구매자가 결제한 금액을 번개장터가 보관하고 있다가 구매자가 구매를 확정하면 판매자에게 금액이 정산되는 방식이다. 번개페이 거래액은 2021년 3000억원에서 지난해 4000억원까지 성장했다. 고가 상품(100만~300만원대) 거래 시 번개페이 이용 비율은 76%에 달한다.

여기에 지난해 말에는 검수 인프라를 보다 전문적으로 구축했다. 서울 성수동에 총면적 1752㎡(530평) 규모의 ‘정품 검수 센터’를 개관했다. 총 4개 층으로 구성됐고 2개 층은 물류 입출고와 촬영을 담당하는 솔루션센터로 운영된다. 나머지 2개 층은 전문 인력·보안 시스템을 통한 고도화된 감정 공간이다.

최근에는 정품 검수와 클리닝 등 중고 거래 토털 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번개케어’ 서비스를 론칭했다. 고객이 번개케어로 명품이나 스니커즈를 거래하면 번개장터 내 전문 검수팀이 정품을 인증·검수한다. 구입 제품이 가품으로 판별되면 구매가의 300%를 보상한다.

번개장터의 최종 목표는 ‘리커머스 분야 1위’다. 특히 패션 중고 시장을 선점할 계획이다. MZ세대의 중고 패션 트렌드에 힘입어 중고 패션 시장은 꾸준히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패션 플랫폼인 스레드업에 따르면 전 세계 중고 패션 시장 거래액은 2022년 1190억 달러(약 142조원)에서 2026년 2180억 달러(약 261조원)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번개장터 관계자는 “MZ세대는 고가의 명품을 경험하고 빠르게 재판매하며 합리적인 가격에 다양한 상품을 경험하길 원한다”며 “제품을 판매하고 돈을 보태 또 다른 제품을 구매한다. 그러면서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기 때문에 중고 거래도 일반 명품 거래처럼 신뢰가 있어야 한다. 우리가 이를 파고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