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FG, 중국 해외여행 늘자 새 시장 확보 절실…중국인 매출 큰 인천공항에 관심

중국 국영기업 CDFG가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에 참여했다. (사진=연합뉴스)
중국 국영기업 CDFG가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에 참여했다. (사진=연합뉴스)
중국 기업이 ‘인천공항’을 노리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 진행되는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에 중국국영면세점그룹(CDFG)이 참여하면서 한국의 면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인천공항은 한국의 대표 관문으로, 73개국의 비행기가 한국으로 들어오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이다. CDFG는 ‘향후 10년 사업’이 보장되는 이곳에서 현지 매출 하락세를 상쇄할 계획이다.

문제는 한국 기업보다 자금력 면에서 우위에 있는 CDFG가 인천공항 면세점을 차지하면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약화된다는 점이다. 특히 지난 3년간 적자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CDFG의 한국 진출로 한국의 중소·중견 면세 사업자의 피해가 우려된다. CDFG, ‘한국’에 눈독…자금력 앞세운 입찰 참여세계 면세점 1위 사업자인 CDFG가 2월 28일 마감된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에 참여했다. 한다, 안 한다 말이 많았지만 결국 뛰어들었다. 이번에 함께 응찰할 것으로 예상된 스위스의 면세 업체인 듀프리는 불참을 택했다.

인천공항공사는 2월 28일 오후 4시 입찰을 마감했고 롯데면세점·신라면세점·신세계면세점·현대백화점면세점 등 한국의 대형 면세점 모두 참여했다.

CDFG는 이번 입찰에 대한 전략을 짜기 위해 인천공항공사 출신과 관세청 출신 인사를 연이어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면세점에서 제품 경쟁력을 가진 한국의 유명 뷰티 브랜드를 중심으로 입점 확약서까지 받고 매출 증명을 위한 대체 증빙 서류 제출 가능 여부를 공항공사 측에 문의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 왔다.

CDFG의 경쟁력은 ‘자금’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하늘길이 막히자 한국 기업들은 적자가 이어지며 현금 창출력이 저하됐고 체력이 바닥난 상태다. 실제로 한국 1위 면세 기업인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1~3분기 533억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지난해 연간 기준 661억원의 적자를 냈다. 같은 기간 신세계면세점은 영업이익 53억원, 신라면세점은 85억원 흑자에 그쳤다.

반면 CDFG에는 ‘코로나19’ 사태가 기회가 됐다. CDFG의 연간 매출은 2021년 기준 약 12조원을 기록하면서 세계 1위로 올라섰다. 중국 내 면세특구인 하이난 지역에서 최대 규모 면세점을 운영해 현지 고객들을 대거 잡은 결과다. CDFG는 국영 기업으로, 사실상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으며 성장했다. 중국 기업은 왜 ‘인천’을 원하나CDFG가 인천공항을 원하는 이유는 하나다. 새로운 수입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글로벌 최대 면세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최근 하락세가 시작됐다. CDFG의 지난해 매출은 9조96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9.52%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조3900억원으로 같은 기간 48.6% 급감했다.

올해는 더 문제다. 중국 정부가 여행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중국은 코로나19 피해를 줄이겠다는 이유로 접경 지역 육로 봉쇄, 외국인 여행 비자 발급 중단, 자국민 해외여행 금지 등의 규제를 시행해 왔다. 그런데 올해 들어 자국민 해외여행 규제를 완화했고 단체 여행도 동남아와 뉴질랜드 등 20개 국가에 한해 허용하기 시작했다.

한국을 포함해 미국과 일본 등은 여전히 단체 여행을 허용하지 않고 있지만 추후 이 나라들까지 규제를 허용한다면 하이난 면세점을 찾는 자국민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여행을 갈 수 있게 된다면 자국 내 면세 특구에 방문할 이유가 사라지게 된다”며 “하이난 경쟁력이 약화된다면 매출은 더 낮아질 텐데 실적을 유지할 방법을 찾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업권은 ‘10년짜리’다. 이번에 들어오게 된다면 향후 10년간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중국인 ‘큰손’을 대상으로 실적을 끌어올릴 수 있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중국인의 매출 규모(제1여객터미널, 제2여객터미널 총합)는 2019년 1조1645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일본인 매출(803억원)과 비교하면 14배 이상이다. 인천공항 면세점 전체 매출의 42%(2019년)는 중국인이 차지한다. 단순하게 산술하면 면세점을 이용하는 고객 10명 가운데 4명은 중국인이라는 의미다.

CDFG가 중국의 애국주의를 이용해 중국인 고객을 유치한다면 앞으로 10년간 인천공항 면세점 매출의 42%를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한국 기업에 피해 우려…중소·중견은 벼랑 끝으로업계에서도 CDFG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1월 12일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 사업 설명회에 CDFG가 참여했지만 당시 업계에서는 “설명회는 조금만 관심 있어도 들을 수 있어 입찰까지 참여할지는 알 수 없다”고 평가했지만 2월 들어 CDFG가 의욕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2001년 개항 이후 인천공항에 해외 면세 사업자가 들어온 것은 딱 한 번이다. 홍콩의 DFS는 면세점 1기 사업자로 들어와 2001년부터 2008년까지 영업했다. 하지만 2기 입찰에서 신라면세점에 밀려 사업권을 따내지 못했다. 이후 최근까지도 인천공항 면세점은 한국 사업자들이 운영해 왔다.

일각에서는 면세점의 도입 취지에 어긋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국은 1979년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통한 외화 획득과 관광 진흥을 목적으로 면세점 특허 제도를 도입했는데 CDFG가 사업권을 가져 간다면 외화 획득이 아닌 ‘외화 유출’이 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자를 선정할 때 자금력만 보는 것은 아니지만 불안하다”며 “평가에서 차지하는 임대료 비율이 40%다. 무시할 수 없다. 2년간 임대료 장사를 못한 공항공사로서는 당연히 돈 많은 사업자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행히 이번에는 입찰 방식이 바뀌어 관세청이 최종 선정하기 때문에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그간 어려움을 겪은 한국 사업자들이 또다시 어려워질 수 있어 걱정이 크다. 대기업은 버틸 수라도 있지만 중소·중견기업은 치명타”라고 덧붙였다.

롯데·신라 등 대기업 면세점은 해외 시장 공략, 비면세 사업 진출 등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안정화하고 있지만 중소·중견 사업자는 인천공항 사업장이 매출에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하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구조 조정, 임직원 월급 삭감 등을 단행하며 버티다가 이제 좀 희망을 가져 보려는 곳이 많은데 CDFG의 등장만으로 불안에 떨고 있다”고 토로했다.

인천공항 이미지가 훼손될 우려도 있다. 인천공항의 2019년 리테일 매출은 24억3000만 달러(약 3조2000억원)로, 세계 최대 규모다. CDFG는 자국 면세를 중심으로 단기간 성장한 때문에 브랜드 유치 경쟁력이 한국 기업들보다 떨어진다. 실제 3대 명품으로 불리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를 비롯해 하이엔드급 브랜드를 유치한 이력이 아직 없다.

업계 관계자는 “인천공항은 외국인들이 가장 먼저 보게 되는 한국”이라며 “주요 명품 브랜드를 유치한 적도, 운영한 사례도 없는 CDFG가 높은 입찰가를 제시했다는 이유만으로 사업권을 획득한다면 인천공항은 물론 국가 이미지에도 타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이번 입찰에 대한 1차 발표는 이르면 3월 중순 전에 나온다. 최종 발표는 관세청에서 특허 심사를 끝내는 시점인 4~5월로 예상된다. 이번에 선정된 사업자는 7월 1일부터 사업을 하게 된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