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바구니에 담긴 후드티, 빈티지 슈퍼마켓을 콘셉트로 만든 편집숍

소개팅을 예로 들어보자. 170cm의 하얗고 마른 남자의 취미가 무에타이일 때. 어울리지 않는 두 가지의 특징을 가진 이 사람에게 매력을 느낀다. 지레짐작되는 곳에서 예상하지 못한 것을 마주쳤을 때 우리는 흥미를 느끼고 한 번 더 눈길을 준다. 의외의 것일수록 호기심이 타오른다.

◆오래된 동네 신당동에서 트렌드를 팔다핍스마트는 2022년 생긴 패션 편집숍이다. 신당역 1번 출입구에서 도보 3분 거리에 있다. 최근 2년 사이 신당역 근처는 ‘힙당동’이라는 이름으로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핫 플레이스가 됐다. 2022년 서울시에서 고령 인구가 가장 높은 지역은 중구다. 서울시 중구 신당동 일대에는 오래된 가구점과 쌀상회가 있고 그 사이에 새로 들어선 세련된 분위기의 가게들이 있다. 화이트 톤의 모던한 카페와 오래된 건물 느낌을 살린 레트로 분위기의 술집도 자리 잡았다. 세월이 느껴지는 오래된 골목에서 트렌디한 숍을 만나는 것은 트렌드가 됐다. 서촌을 시작으로 을지로·익선동·용산 등 곳곳에서 그런 길들을 걸었으니까.
◆1020 ‘최애’ 브랜드 ‘예일’이 있는 곳
핍스마트는 패션 브랜드 피지컬 에듀케이션 디파트먼트(Physical Education Dept, 이하 핍스)의 첫째 오프라인 스토어다. 워즈코퍼레이션이 전개하는 브랜드 중 하나인 핍스마트에는 예일·핍스·팀코믹스·래리클락 등의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특히 떠오르는 브랜드 예일은 예일대의 로고를 티셔츠에 큼지막하게 넣은 디자인으로 1020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핍스마트는 핍스의 메인 캠페인인 ‘먼데이 루틴’과 미국의 빈티지 슈퍼마켓 분위기를 접목했다. 먼데이 루틴 캠페인은 월요일을 건강하게 보내자는 의미로 진행한 챌린지다. 건강한 일상을 테마로 만든 것이다.


단순히 간판이나 실내 인테리어를 빈티지하게 꾸민 것은 아니다. 계산대와 매대, 소품들과 실내 조명의 조도까지 슈퍼마켓의 콘셉트를 제대로 담았다. 가게 안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것은 계산대·진열장·자율포장대다. 계산대는 마트에서 계산하듯 벨트컨베이어에 물건을 올려 두면 된다. 그 앞에는 우리가 장 볼 때 지나치지 못했던 초콜릿·사탕 등 주전부리가 있고 왼쪽에는 자율포장대로, 지금은 없어졌지만 대형마트에서 장을 본 뒤 노끈과 테이프로 박스를 만들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오픈 쇼케이스에는 옷이 걸려 있는데 옷이 마치 채소처럼 바구니에 담겨 있다. 그 옆의 ‘진짜’ 냉장고에는 치즈가 있다.


핍스마트는 단순히 마트 콘셉트의 공간에서 ‘진짜 마트’가 되길 바라는 듯하다. 첫째 프로젝트는 핍스프레시마트(Phyps freshmart)다. 지방 특산 농산물이나 모양·중량·크기가 미달 된 못난이 작물, 시장 판매가 어려운 농산물이나 소규모 생산자들의 작물들을 핍스마트가 직접 매입해 판매하는 공유 가치 생산 프로젝트다. 패션 브랜드에서의 농산물 판매 프로젝트로, 이제는 분야의 경계가 의미 없이 느껴진다. 콘셉트만 있다면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무엇을 파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만약 핍스마트가 청담동이나 한남동·성수동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힙하다고 떠오르는 공간들은 불규칙하고 이질적인 것들을 묶어 내는 데 익숙하고 그런 공간 또한 하나의 레퍼런스가 되고 있다. 섞고 섞이는 공간과 어디서 본 듯한, 볼 법한 콘셉트…. 이제는 어떤 것을 섞어야 될까.
윤제나 한경무크 기자 zena@hankyung.com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