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보는 경제]
사진=한국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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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만5359가구
올해 1월 전국의 미분양 주택이 10년 만에 7만5000가구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지방을 중심으로 건설업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부동산 금융 부실 우려도 커지게 됐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1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지난 1월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5359가구를 기록했다. 전월(6만8148가구)보다 10.6% 증가한 수치로 10년 2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

2020년 말 1만9005가구, 2021년 말 1만7710가구였던 미분양 물량은 지난해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 등의 영향으로 증가세가 가팔라졌다. 지난해 11월과 12월은 한 달 만에 각각 1만 가구씩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상반기 안에 미분양이 10만 가구를 넘어설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미분양 증가를 주도한 것은 지방이다. 올해 1월 기준 수도권(1만2257가구)보다 비수도권(6만3102가구) 물량이 83.7%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중·대형 미분양 비율은 크게 놓아졌다. 85㎡ 초과 중대형이 전달(7092가구)보다 25.9% 증가한 8926가구였고 85㎡ 이하는 6만6433가구로 전월(6만1056가구) 대비 8.8% 늘어나는 데 그쳤다. 서울을 포함한 부동산 규제 완화 조치로 수도권 분양 경기가 먼저 회복세를 타면서 지방은 더 깊은 미분양 늪에 빠진 것으로 풀이된다.

1월 미분양 물량은 미분양 주택의 20년 장기 평균이자 정부가 위험선으로 보고 있는 ‘6만2000채’를 훌쩍 넘어서는 규모다. 주택업계 등은 정부의 추가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는 아직까지 개입할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올해 초 1·3 대책을 통해 규제를 대폭 완화한 만큼 최대한 시장에서 해소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20개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서 매월 상승했던 은행 가계 대출 금리가 지난 1월 1년 8개월 만에 하락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1월 금융회사 가중 평균 금리’를 보면 지난 1월 예금 은행의 신규 취급액 기준 가계 대출 금리는 연 5.47%로 전월보다 0.13%포인트 하락했다. 은행의 가계 대출 금리가 하락한 것은 2021년 6월 이후 20개월 만이다. 같은 기간 기업 대출 금리는 한 달 전보다 0.09%포인트 떨어진 연 5.47%를 기록했다.

박창현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금융통계 팀장은 “주택 담보 대출은 안심 전환 대출 취급 등으로 금리가 하락했고 일반 신용 대출도 인터넷 전문 은행의 지난해 말 중저신용자 대출 목표 준수를 위해 중저신용자 대출 비율 높였던 특이 요인이 소멸되면서 가계 대출 금리가 하락 전환됐다”고 말했다.
◆8.8
고공 행진하는 물가와 고용 불안이 겹치면서 지난 1월 경제고통지수가 같은 달 기준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경제고통지수는 미국의 경제학자 아서 오쿤이 고안한 지표다. 실업률과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더해 구한다.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이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경제고통지수는 8.8로 집계돼 1999년 6월 실업률 집계 기준 변경 이후 1월 기준으로 가장 높았다.

지난 1월 실업률이 3.6%로 1년 전보다 0.5%포인트 내렸지만 물가상승률이 5.2%로 1.6%포인트 오르면서 경제고통지수가 1.1포인트 상승했다. 종전 최고 기록은 2010년 1월(8.5)이었는데 당시엔 실업률이 5.0%로 물가상승률(3.5%)보다 높았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