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 창업주 고 함태호 명예회장, 숨은 선행 밝혀

장미란 용인대 교수 겸 장미란재단 이사장 / 사진=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장미란 용인대 교수 겸 장미란재단 이사장 / 사진=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다시 ‘갓뚜기’다.

역도 국가대표 출신 장미란 장미란재단 이사장이 자신의 ‘키다리 아저씨’를 오뚜기 창업주인 고 함태호 명예회장이라고 밝히면서 이른바 ‘착한기업’ 오뚜기가 재조명 받고 있다.

장미란 이사장은 3월 1일 오후 8시40분 방송된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이하 유퀴즈)에서 “함 회장님께서 식품회사를 하시다 보니 제 기사를 보시곤 ‘잘 먹고 해야 하는 운동이니 더 잘 먹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선수 때부터 도와주셨다”고 말했다.

장 이사장은 함 회장이 내건 남다른 조건도 방송에서 공개했다. ‘후원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아야 한다’는 게 유일한 조건이었다. 그는 “후원 관계를 떠나서 할아버지 같다, 감사한 분이다”라며 “다른 선수들의 화려한 모습을 보고 부러워할 때가 있었는데 저한테는 무조건적으로 응원해주시는 분이 있어서 (덕분에) 그 화려함이 부럽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장 이사장에게 함 명예회장이 진정한 키다리 아저씨였던 셈이다. 이는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해 널리 알리며 하는 일반적인 후원과는 사뭇 다르다.

한국에서는 몇 년 전 착한 기업 바람이 분 적이 있다. ‘갓뚜기’로 불린 오뚜기, ‘바보 LG’로 화제를 모은 LG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시장 점유율에선 2위이지만 신뢰도 평가에선 항상 경쟁사를 앞서는 결과를 받는다.

라면 시장에서 점유율 2위인 오뚜기가 소셜 임팩트 신뢰도에선 1위에 올랐다. LG전자 또한 2019년 한국경제신문이 세계적 여론 조사 기관인 입소스, 한국 최대 온라인 패널 조사 기업인 피앰아이와 공동으로 조사한 소셜 임팩트 평가 가전 전 부문에서 경쟁사를 큰 격차로 따돌렸다.

글로벌 컨설팅 그룹인 딜로이트가 2021년 10월 고객 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해당 브랜드의 신뢰성을 높이 평가하는 고객은 다른 브랜드보다 해당 브랜드 제품을 선택할 확률이 5.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이런 기업들에 대해 누리꾼들은 제품을 구매해 ‘돈쭐(돈으로 혼쭐 낸다의 인터넷 용어)’을 내거나 흔히 ‘까방권(까임방지권)’ 등을 사용하며 브랜드에 대한 호감을 나타낸다.

미국 사회 심리학자 수전 피스크는 책 ‘어떤 브랜드가 마음을 파고드는가’에서 “사람들이 브랜드와 상호 관계를 맺는 시대가 왔다”며 “사람들과 심리적으로 교감하는 ‘사람 냄새’ 나는 브랜드에 소비자들이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랜드가 인격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