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직방, 무신사 등 유니콘 발굴의 귀재…공모로 200억원 조달해 펀드에 투입

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 / 사진=한국경제신문
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 / 사진=한국경제신문
하이브·컬리·직방·무신사의 공통점은? 벤처캐피털(VC) LB인베스트먼트가 초창기 투자해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조원 이상인 스타트업)으로 성장한 회사들이다. 이 회사는 음악 제작·게임·부동산·패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10여 개의 유니콘 기업을 발굴했다. 이 중 하이브·직방·카카오게임즈·툴젠 등은 초기 단계에 투자해 상당한 이익을 거뒀다. LB인베스트먼트가 청산한 펀드의 순내부 수익률(Net IRR)은 10%로 한국 벤처펀드 평균(5.3%)의 두 배다.

설립 이후 약 30년간 다른 기업에 투자했던 이 회사는 3월 직접 투자 유치에 나선다. 기업공개(IPO)를 통해 최소 200억원을 조달할 예정이다. 시가 총액은 1000억원대다. 최근 중소형 공모주의 투자 열기가 살아나는 가운데 흥행 기록을 이어 갈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운용 자산 1조원…110여 개 투자 기업 상장 성공

LB인베스트먼트의 경쟁력은 27년간 축적해 온 투자 조합 결성 능력에 있다. 1996년 LG창업투자로 출범한 이 회사는 2000년 LG벤처투자, 2008년 현재의 사명이 됐다. 2007년 중국 상하이 사무소를 개설해 중국 투자 네트워크를 확보했고 사모펀드(PE) 투자의 전신인 기업 구조 조정 전문회사(CRC) 면허를 취득해 전문 투자회사로 성장했다. 2008년 LG그룹에서 계열 분리했고 2012년 PE 부문을 신설하고 본격적으로 PE 투자를 시작했다. 2014년 국민연금으로부터 VC 부문 최우수 운용사에 선정되기도 했다. 2014년부터 미래창조LB선도기업투자펀드·엘비혁신성장펀드 등을 결성하며 펀드 운용 자산(AUM)을 확충했다. 지난 25년 동안 1조원 이상의 벤처펀드를 조성했고 한국·중국을 비롯한 해외의 500여 개 스타트업에 1조원 이상을 투자했다. 현재까지 코스닥·나스닥·싱가포르증권거래소·홍콩증권거래소 등에 상장한 투자 기업은 110여 개에 이른다.

국내외 다양한 기관들과 네트워크도 핵심 경쟁력 중 하나다. 다양한 투자 실적과 회수 경험을 통해 구축한 네트워크는 상장과 매각, 인수·합병(M&A) 등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회사 관계자는 “전체 청산 펀드의 총 내부 수익률(Gross IRR)은 16.5%로, 운용 중인 펀드 중 700억~1500억원 규모의 대형 펀드의 총 내부 수익률은 25% 이상”이라며 “한국 벤처펀드의 평균 이상의 운용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의 영업 수익은 대부분 투자 조합과 사모펀드(PEF)에서 발생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LB인베스트먼트의 영업 수익 중 관리 보수는 44%, 성과 보수는 23%, 지분법 수익은 30%로 나타났다. 관리 보수는 운용 성과와 무관하게 운용 자산 규모와 비례해 발생한다. 성과 보수는 펀드 기준 수익률을 초과한 투자 수익에 따라 좌우된다. LB인베스트먼트는 1조원이 넘는 운용 자산에서 발생하는 안정적인 관리 보수와 10년 연속 확보한 성과 보수를 바탕으로 실적이 우상향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LB인베스트먼트는 벤처 투자의 기본인 창업 초기 기업 발굴과 투자에 주력하되 적극적으로 후속 투자를 단행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중기·후기 기업을 균형 있게 배분해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서다. 운용 자산(AUM)은 2019년 7822억원에서 2022년 1조1405억원으로 성장했다. 운용 자산이 커지면서 관리 보수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2021년엔 LB 크로스보더 펀드와 KoFC-LB 파이오니어 챔프 투자 조합 등을 각각 15% 이상의 높은 내부 수익률(IRR)로 청산하며 성과 보수를 받았다.
4년 만에 상장 재도전하는 LB인베스트먼트[전예진의 마켓인사이트]
◆공모 자금 펀드에 투자…시가 총액 1184억원 도전

LB인베스트먼트는 3월 13~14일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수요 예측을 진행하고 3월 20~21일 일반 청약을 거쳐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희망 공모가는 4400~5100원이다. 예상 시가 총액은 1022억~1184억원으로 제시했다. 대표 주간사 회사는 미래에셋증권이 맡았다. 회사 측은 총 461만 주를 공모해 최소 203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최대 주주인 LB인베스트먼트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상장 후 지분율은 약 80%로 줄어들게 된다.

LB인베스트먼트는 공모 절차를 연기하면서 기업 가치를 약 200억원 낮췄다. 올 초 상장 예비 심사 청구 당시 기업 가치를 1634억원으로 평가했지만 정정 신고서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1476억원으로 낮아졌다. 기업 가치 산정 방식도 EV/AUM(운용 자산 비율)과 주가순자산배율(PBR)을 혼합하는 방식에서 PBR로 변경했다. EV/AUM 방식이 투자자들에게 생소한 데다 기업 가치를 부풀렸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비교 기업은 아주IB투자·SBI인베스트먼트·SV인베스트먼트·미래에셋벤처투자·다올인베스트먼트·대성창투 등 벤처캐피털 6곳을 선정했다. 이들의 평균 PBR(1.38배)을 적용해 기업 가치를 산출했다. 여기에 19.78~30.79%의 할인율을 적용해 최종 공모가를 계산했다.

LB인베스트먼트는 이번 공모를 통해 조달한 자금 중 26억원을 펀드 출자에, 110억원을 2024년 결성 예정인 신규 펀드의 출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증권가에서는 LB인베스트먼트가 공모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최근 상장한 VC들은 흥행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다올인베스트먼트·스톤브릿지벤처스 등은 수요 예측과 일반 청약에서 저조한 경쟁률을 보였고 상장 후 주가도 공모가를 밑돌았다.

비교 기업들의 주가도 부진하다. 한국 VC들의 시가 총액은 증시 호황기였던 2021년 대비 절반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벤처기업의 주가도 하락하면서 VC의 실적도 타격을 입었다. SBI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적자로 전환됐다. LB인베스트먼트의 실적도 하락세다. 2020년 영업 수익은 280억원에서 2021년 494억원으로 증가했지만 2022년 3분기 말 기준 173억원으로 줄었다. 당기순이익은 2021년 246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기준 58억원으로 급감했다.

LB인베스트먼트는 주식 시장 조정기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확대해 실적 개선을 끌어낸다는 계획이다. 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연초 증시가 침체하고 산업 구조 변화가 본격화했지만 역설적으로 올해와 내년이 투자에 최적기라고 보고 있다”며 “범용 인공지능 등 산업적 변화를 불러오는 앞단에 있는 기업에 선제적으로 투자해 위기를 기회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전예진 한국경제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