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역세권, 국민 평형, 용적률 높은 단지는 재건축보다 리모델링이 유리해
1기 신도시 특별법이라고 불리는 ‘노후 계획도시 정비·지원 특별법’을 추진하겠다고 정부에서 발표한 이후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의 각 단지가 술렁이고 있다. 재건축이 유리할지 아니면 리모델링이 유리할지를 놓고 따지고 있는 것이다.규제 일변도였던 재건축의 규제가 일부 완화되고 용적률 500%라는 어마어마한 당근이 주어지기 때문에 기존에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던 단지까지 재건축 사업으로 선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면 리모델링 사업을 접고 재건축 사업으로 선회하는 것이 맞는 방법일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재건축 사업과 리모델링 사업은 100% 대체재가 아니라 서로 보완 관계도 있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해 재건축 사업이 유리한 단지도 있고 리모델링 사업이 유리한 단지도 있다.
리모델링 사업의 장점은 무엇일까. 가장 큰 장점은 기존 단지의 용적률이 높더라도 증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존 용적률이 300%에 육박하는 단지는 기존의 재건축 사업 관련법(도시정비법)에 따르면 증축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사업성이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리모델링 사업을 한다면 이 경우에도 증축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이유로 상대적으로 용적률이 높은 단지가 많았던 1기 신도시에서는 재건축보다 리모델링 사업을 선호하는 단지가 많았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1기 신도시 특별법이 발표되면서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상향할 수도 있다고 하자 기존에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 사업을 사실상 포기했던 단지에서도 재건축 사업에 다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용적률 500%, 일부 단지에만 적용될 가능성 높아하지만 이는 지나친 기대다. 정부에서 발표한 용적률 500%는 1기 신도시 모든 단지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고 역세권 아파트 등 일부 단지에만 상징적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역세권 아파트는 현실적으로 그리 많지 않다.
역세권이라는 것은 승강장에서 직선거리로 250m 이내인 1차 역세권(초역세권)과 500m 이내인 2차 역세권(역세권)으로 나뉠 수 있는데 용적률 500%라는 당근이 1차 역세권에만 주어질지, 아니면 2차 역세권에도 적용될지 현재로서는 불분명하다.
문제는 1기 신도시에는 의외로 역세권 아파트가 많은 편이 아니다. 1기 신도시는 계획 도시인데 전철역 주변에는 상업지구를 조성하고 주거지구는 역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기 때문이다. 만약 용적률 500% 적용 단지를 1차 역세권으로 제한한다면 수혜 단지 수는 손에 꼽을 정도다.
그러므로 본인이 투자한 단지가 재건축 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이 유리할지, 아니면 리모델링 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이 유리할지 판단해 어느 진행 방향으로든 빠르게 진행하는 것이 현실적인 해법이다.
그러면 리모델링 사업 추진이 재건축 사업 추진보다 유리한 단지는 어떤 단지일까. 첫째, 역세권 아파트보다 비역세권 아파트가 해당된다. 비역세권 아파트는 종상향의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둘째, 기존 용적률이 높은 단지는 재건축 사업보다 리모델링 사업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 재건축 사업은 기존 용적률과 사업성 사이에 상당히 밀접한 관계가 있지만 리모델링 사업은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셋째, 대형 평형이 많은 단지보다 국민 주택 규모 이하의 평형으로만 구성된 단지가 유리하다. 국민 주택 규모 이하 평형은 기존 면적의 40%까지 증축이 가능하다. 하지만 국민 주택 규모가 넘어가게 되면 기존 면적의 30%까지만 증축이 가능하다. 더구나 아무리 대형 평형이라고 하더라도 리모델링 사업 이후 가구 분할이 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대형 아파트 한 채를 중소형 아파트 두 채로 바꿔 주는 1+1 개발 방식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넷째, 건축 연한이 30년이 넘지 않은 단지도 리모델링 사업을 할 수 있다. 재건축 사업은 최소 30년이 넘어야 재건축 사업을 진행할 수 있지만 리모델링 사업은 15년만 넘으면 가능하기 때문에 30년이 되기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 더욱이 리모델링 사업은 추진 기간이 재건축보다 짧다는 점도 장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
반대로 재건축 사업 추진이 리모델링 사업 추진보다 유리한 곳은 어떤 단지들일까.
첫째, 역세권이다, 특히 1차 역세권 아파트들이다. 종상향을 통해 용적률이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면 왜 역세권 아파트들을 중심으로 용적률이 상향 조정될까.
용적률은 그 도시가 가지고 있는 사회 기반 시설의 용량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어떤 도시의 평균 용적률을 두 배로 올리게 되면 최악의 경우 그 도시의 인구가 두 배로 늘어날 수도 있다. 물론 현실 세계에서는 용적률 증가분을 가구 수 증가로만 쓰는 것이 아니라 사용 면적 증가로도 쓰기 때문에 용적률 증가가 인구수 증가와 일대일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도시의 사회 기반 시설에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그중에서 교통 인프라만 따져보자. 비역세권 아파트의 용적률을 크게 늘리게 되면 비역세권 단지에서 전철역까지 이동하는 교통 인프라에 부담이 그만큼 늘어난다. 신도시 내 도로가 막힌다든지 마을 버스에 승객이 너무 몰린다든지 하는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역세권 아파트의 용적률을 늘리는 경우에는 전철역까지 도보로 이동하기 때문에 이런 부담이 없다.
둘째, 기존 용적률이 낮은 단지는 재건축이 당연히 유리하다. 1기 신도시는 1기 신도시 특별법이 없더라도 현행법상으로도 재건축 사업성이 뛰어난 단지가 있다. 이런 단지는 1기 신도시 특별법이 시장의 기대 수준 이하로 결론이 나더라도 재건축 사업을 독자적으로 진행하면 된다.
셋째, 기존 단지에 대형 평형이 많아 평균 지분이 큰 단지는 재건축이 유리하다. 이런 단지는 일반 분양분이 많을 뿐만 아니라 재건축 사업은 리모델링 사업과 달리 1+1 분양이 가능하다. 다시 말해 대형 평형 한 채가 중소형 평형 두 채로 재건축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상으로 리모델링 사업이 적합한 단지와 재건축 사업이 유리한 단지를 알아봤다. 리모델링 사업이든, 재건축 사업이든 속도가 중요한 만큼 본인이 투자한 단지가 어떤 형태의 재생 사업을 선택하는 것이 좋은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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