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효과’에 하루 평균 방문객 2750명…4월 1일 재개장 앞둬
[비즈니스 포커스]각종 논란이 일면서 ‘일시 멈춤’에 들어갔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부흥시킨 전통 시장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충남 예산시장 얘기다. 예산군은 2월 27일부터 3월 31일까지 예산시장을 휴장한다고 밝힌 상태다. 휴장하는 점포는 백 대표가 창업한 5곳으로 재개장은 4월 1일이다.
시작은 좋았다. 백종원 대표의 지휘 아래 1월 9일 문을 연 예산시장은 시작과 동시에 대박을 터뜨렸다. 연일 인산인해를 이루며 하루 평균 2750명 정도가 이곳을 찾았다. 이전에 하루 평균 500명인 것을 고려하면 순식간에 5배 이상 방문객이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두어 달 새 결국 문제가 불거졌다. 까맣게 탄 치킨, 주차와 화장실 위생 문제, 지나치게 긴 대기 시간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결국 백 대표는 “재정비해 다시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긴 채 예산시장의 휴장을 결정했다.
그럼에도 예산시장에 대한 기대와 반응은 ‘호평’의 목소리가 크다.
대형마트 강제 휴무일 지정과 같은 각종 규제에도 살리지 못했던 전통 시장을 비록 잠깐의 시간이었지만 백 대표가 살려 냈다는 이유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전통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힌트를 그가 제시했다는 진단이 나온다.애향심과 과감한 결단이 시너지백 대표가 예산시장을 전국에서 가장 뜨거운 전통 시장으로 만들기로 마음먹은 배경은 간단했다. ‘애향심’ 때문이었다.
예산이 고향인 그는 자신이 어릴 적 자주 찾았던 예산시장의 어려움을 직접 눈으로 보고 자신이 이를 바꿔 보기로 결정했다.
예산시장은 과거엔 예산군을 대표하는 명소였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침체에 빠졌다.
20만 명에 육박했던 예산 인구가 크게 줄어든 것이 원인이었다. 현재 예산 인구는 약 8만 명이다. 과거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게다가 예산에도 대형마트가 생기며 예산시장은 하루 유동 인구가 500여 명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줄었다. 100여 개에 달했던 상점도 하나둘 문을 닫아 현재는 50여 곳만이 운영하고 있다.
안타까운 시선으로 이를 바라보던 백 대표는 예산시장을 살리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게 됐다.
그리고 그가 쌓아 온 외식업 노하우와 자신의 브랜드 파워를 접목해 예산시장을 재부흥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렇게 자신의 머릿속에 그린 ‘청사진’을 들고 예산군에 접촉해 함께 시장을 살려보자고 제안했다.
당시 예산군은 시장 터에 주상 복합 건물을 지으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백 대표의 이 같은 제안에 예산군은 계획을 선회했다. 예산시장의 옛 모습을 살려 리모델링 해 보자는 백 대표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이렇게 백 대표와 예산군은 힘을 모아 전통 시장 살리기 프로젝트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백 대표의 애향심과 예산군의 과감한 결정이 합쳐진 순간이었다.
사실 백 대표는 예산군과 2018년부터 예산시장 활성화 사업을 해왔다. 소머리·돼지국밥과 국수 등을 판매하는 백종원 거리를 조성한데 이어 TV 프로그램을 통해 유명해진 ‘골목양조장’을 시장 안에 입점시키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공실로 방치됐던 상가를 더본코리아가 사들였다. 그 자리에 정육점·닭볶음탕·닭바비큐·국수 등을 메뉴로 하는 음식점 5곳을 리모델링해 올해 1월 9일 새로 문을 열고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예상 뛰어넘는 ‘흥행’에 발목예산시장을 살리기 위해 백 대표가 자신의 브랜드 파워를 십분 활용한 점도 돋보였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그는 외식업계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막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한 기업의 대표이자 인플루언서다.
이런 백 대표가 예산시장 살리기에 몰두하자 언론에서도 이를 주목하고 연일 뉴스로 내보냈다.
또 백 대표 스스로도 자신의 행보를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570만 구독자를 보유한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다. 예산시장에 입점 예정인 식당 점주들을 교육시키고 메뉴를 준비하는 과정을 여과 없이 내보내며 많은 이들에게 예산시장의 변신을 예고했다. 이렇게 예산시장은 새 단장 전부터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예산시장 살리기라는 그의 목표는 쉽게 달성되는 듯 보였다.
예산시장은 오픈과 동시에 전국에서 인파를 끌어들이며 기대 이상의 결과를 냈다. 개설 이후 최대 호황기를 맞았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주말에는 1만 명 이상이 몰릴 정도로 북새통을 이뤘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예산시장을 찾는 이들이 연일 당초 기대를 훨씬 웃도는 수준으로 몰려들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백 대표와 예산군 앞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문제들이 튀어나왔다.
첫째는 주차장. 주차 공간이 만차라 더 이상 들어갈 수 없었다. 먼 길을 왔지만 다시 발걸음을 돌린 방문자들이 속출하며 불만이 쏟아졌다.
둘째는 화장실. 수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다 보니 긴 줄을 서야 했고 위생 상태도 좋지 못했다는 지적이 인터넷 게시판 등에 연이어 올라왔다. 미리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해 더 많은 화장실을 준비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타와 함께….
마지막은 음식의 질. 손님이 많다 보니 식당 점주들도 정신이 없기 마련이다. 예산시장에서 판매되는 음식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맛이 없다는 후기들이 쏟아졌다.
특히 한 방문객이 예산시장을 찾았다가 검게 그을린 치킨을 받은 사진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리면서 백 대표에 대한 비판이 가해지기도 했다.
이대로 안 되겠다 싶었는지 결국 백 대표는 예산군 측과 협의해 약 한 달 동안 재정비의 시간을 갖기로 하고 5개 점포를 일제히 휴업시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예산시장에 이 정도로 많은 사람이 몰려들지는 백 대표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주말 1만 명이라는 인파는 서울 대형마트에서도 수용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비록 문은 닫았지만 백 대표의 예산시장 살리기는 멈추지 않고 있다. 자신의 유튜브에 가게 점주들에게 호된 질타를 하는 등 이들을 재교육시키는 영상 등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는 것.
많은 구독자들이 그가 올린 영상들을 보며 4월 1일 다시 재오픈 예정인 예산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앞으로 예산시장이 어떻게 될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백 대표가 그간 보여준 행보만으로도 충분히 전통 시장을 되살리는 실마리를 제공했다고 평가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번 사례를 통해 전통 시장을 살리기 위해선 대형마트 규제보다 사람들을 시장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내부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더 명확해졌다”고 밝혔다. 이어 “그간 불거졌던 문제점들을 보완하면 예산시장은 전국에서 찾아오는 명소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예산시장이 다시 재개장되더라도 또 다른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전통 시장은 늘 따라다니는 것이 재개발 이슈”라며 “이런 이유로 기존 상인들 중에서 전통 시장이 활성화되길 원하지 않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래야 전통 시장이 새롭게 개발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해관계가 상충하면서 더본코리아와 시장 상인들 간의 갈등이 시장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찬희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역시 “새로운 콘텐츠를 전통 시장에 입혀 모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상인들과의 보이지 않는 이해관계를 반드시 잘 정리해야 한다”며 “그래야 예산시장이 오랜 기간 부흥을 이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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